[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종려나무와 타마르 신명 8,8에는 가나안의 일곱 토산물이 나오는데, 바로 밀, 보리, 포도주, 무화과, 석류, 올리브 기름 그리고 꿀입니다. 옛 랍비들은 “꿀”을 대추야자 꿀로 풀이하였는데요, 지금도 대추야자 열매를 시럽처럼 만든 것을 꿀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땅의 절반은 광야지만, 대추야자는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랍니다. 성경에는 대추야자가 “야자나무” 또는 “종려나무”로 등장합니다. 영어로는 palm tree이며, 이는 라틴어 [팔마](palma)와 통합니다.
당도가 높아 꿀로 만들 수 있는 대추야자는 예부터 광야의 길손들에게 요긴한 식량이었습니다. 긴 여정에 지친 이들은 영양분을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고, 열매를 말리면 휴대도 가능합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마태 3,3)인 요한이 그곳에서 먹었던 “들꿀”(마르 1,6)도 대추야자 꿀로 보입니다. 대추야자는 히브리어로 [타마르]인데요, 생긴 모양이 싱그럽고 예뻐 타마르는 여인의 이름으로도 종종 사용되었습니다. 성경에도 두 명의 타마르가 등장합니다. 창세 38장에서 유다의 며느리로 소개되는 타마르가 그중 한 명입니다. 그는 유다의 맏아들 에르의 아내였지만, 남편이 자식 없이 죽자 시동생 오난과 재혼합니다. 하지만 오난은 본인이 낳는 자식이 형의 후손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남편의 의무를 제대로 행하지 않았고, 그 역시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납니다. 이에 유다는 셋째 아들 셀라마저 잃을까 걱정하여 타마르를 친정으로 돌려보내지요. 하지만 타마르가 꾀를 내어 창녀로 분장하고, 시아버지와 동침해 자식을 얻습니다. 레위 18,15에 따르면 이는 이스라엘에서 금지된 일이지만, 타마르는 가나안 여인이었습니다. 가나안의 일부에 해당하는 히타이트의 법전(기원전 14-13세기)에 의하면, 과부가 된 여인은 시형제가 거두어야 했고, 그도 없으면 시부가 거두어야 했습니다(193항). 이런 조치를 통해 약자인 과부를 보호할 수 있었을 터입니다. 타마르는 자신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여 스스로 살 길을 도모한 것이며, 이후 자초지종을 알게 된 유다도 타마르가 옳다고 인정합니다. 이처럼 특이한 과정 속에 태어난, 유다와 타마르의 쌍둥이 아들 페레츠가 다윗의 조상이 됩니다(룻 4,18-22). 성경에 등장하는 또 다른 타마르는 다윗의 딸이자 압살롬의 친누이입니다. 2사무 3,3에 따르면, 압살롬은 다윗이 헤브론의 임금이던 시절 셋째 아들로 태어납니다. 타마르와 압살롬 남매의 어머니는 그수르 임금 탈마이의 딸 마아카인데, 당시 그수르는 이스라엘의 봉신 국가였던 듯합니다. 말하자면, 다윗이 봉신 국가의 공주와 정략 결혼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타마르가 이복 오빠 암논에게 욕을 당하자 분노한 압살롬이 암논을 죽이고 그수르로 도망갑니다(2사무 13장). 결국 아버지의 용서를 받고 다시 돌아오지만, 왕위를 다른 왕자에게 빼앗길 걸 우려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게 되지요. 그러고 보면 종려나무와 타마르 열매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과도 관련되지만(요한 12,13), 그분의 조상인 다윗에 얽힌 이야기 역시 들려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4월 13일(다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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