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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9답] 사탄과 악마(마귀), 귀신 카테고리 | 성경
작성자성서와함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4-16 조회수10,091 추천수9

사탄(satan)

히브리어로 본래 '방해하다, 대적하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구약성서에서 사탄은 하느님께 대적하는 악마의 뜻은 없고,

단지 하느님께 종속되어 일하되

법정의 검사처럼 고발하거나

도전하는 역할을 맡는 존재입니다(욥기 1장; 즈가 3,1-2; 1역대 21,1).

이런 경우 사탄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에 불과합니다.

 

사탄의 개념이 바뀌게 된 것은

헬레니즘 시대에 들어가서입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억압이 계속되는데다

다양한 이방 사조를 접하면서 개념이 바뀌게 된 것입니다.

즉, 이 세상에 불행을 가져오는 장본인격으로 사탄을 묘사하게 되었고,

특히 페르시아의 이원론(二元論)의 영향으로

하느님께 대적하는 자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기원전 2C-서기 1C에 성행했던 유대의 묵시문학에

이러한 묘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와 연결되어 신약성서에서도 사탄은 악행의 장본인으로 등장합니다.

공동번역성서에서는 주로 '악마', '마귀'로 번역되었는데,

그리스 원어의 개념은 좀더 다양합니다.

가령 '유혹하는 자'(마태 4,3; 1데살 3,5; 1고린 7,5),

'악한 자'(마태 13,19; 1요한 5,18),

'원수'(마태 13,39; 루가 10,19),

'대적자'(1베드 5,8),

'허공을 다스리는 두목'(에페 2,2),

'이 세상의 통치자·권력자'(요한 12,31; 16,11),

'마귀 두목'(마태 9,34; 12장; 24장; 마르 3,22; 루가 11,15) 등입니다.

마귀 두목의 이름으로 '벨리아르'(2고린 6,15)와

'베엘제불'(마태 10,25; 마르 3,32)이 나오는데,

고대 가나안 신화를 배경으로 했다고 추정될 뿐

일치된 설명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니까 신약성서에서 사탄은 악마와 같은 개념으로

하느님께 대적하여 인간에게 불행과 멸망을 가져오는

악의 세력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 익숙한 악마 개념은 이러한 신약의 가르침에서 나왔습니다.

 

귀신(Demon)에 대해, 우리 나라에서는 죽은 사람의 넋을 가리키지만,

고대 근동에서는 일정한 능력을 지닌 영적 존재를 말합니다.

아마도 그 뿌리는 같았을 텐데,

가령 사람이 죽으면 숨이 끊어지는데,

이런 경우 '숨'으로 표상되는 '영'이 떠났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영과 귀신이 활동한다고 여겼는데,

점차 최고신에 종속되어 일정한 역할을 맡는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구약성서에는 여러 종류의 귀신이 등장하는데,

공동번역성서가 대부분 일반 명사로 옴겨 그 뜻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를 테면 '귀신'(이방신·도깨비 : 신명 32,17; 시편 106,37; 레위 17,7),

'역신'(하바 3,5),

'벼락'(시편 78,48),

'한낮에 쏘다니는 재앙'(일사병 귀신 : 시편 91,6),

흡혈귀(잠언 30,15의 '거머리'),

'밤에 덮치는 무서운 손'(시편 91,5; 참조 아모 3,8),

'폐렴, 염병, 열병 등'(신명 28장) 등이 모두 귀신들입니다.

귀신들은 광야나 황무지에 산다고 여겼으며,

'아자젤'(레위 16,8·10)을 대표격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3세기 이후)에 와서

귀신들의 개념도 이단 사상 등 외래 사조의 영향을 받아

사탄, 악마에 종속된 존재로

인간에게 질병 등 불행을 가져오는 영적 존재로 이해되었습니다.

신약성서에는 악령(헬라적 개념),

더러운 영(유대식 개념)으로 묘사됩니다.

이들은 천사들과 달리,

하느님께 대적하는

어둠의 세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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