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대속적인 죽음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신앙의 핵심 부분입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보내셔서 십자가에 처형되어 숨지게 된 과정을 꿰뚫어 보는 통찰이 있지 않고서는, 그 숨겨진 뜻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알아 차렸다 해도 직접 자신이 피부로 느끼기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구요.
예수님 시대에는 ’속량’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노예의 몸값에 해당하는 돈을 지
불하여 노예를 양민으로 만드는 행위를 가리켜 속량이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
서 돌아가신 행위를 "하느님께서는 값을 치르고 여러분의 몸을 사셨습니다"(1고린 6,20)라고 본 것도, 바로 노예제도가 성행되던 시대에야 쉽게 이해되는 표현입니다.
우리 시대에 자주 쓰이는 재정보증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빌린 돈을 못
갚으면 재정보증을 서준 사람이 다 물어야 하듯이, 예수님께서도 우리가 지은 죄로 말미암
아 따라오는 모든 책무를 당신의 죽음으로 갚으셨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을 그 옛날이 아
니라 오늘 이 시대를 사는 나와 연관시키기 위해서는 조금 더 깊은 기도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대속해서 돌아가셨다는 대속신앙은 다음 성서구절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
다. 깊이 묵상하면서 기도해도 좋겠지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그리스도 한 분이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죽으셨으니 결국 모든 사람
이 죽은 것입니다."(2고린 5,14)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에게는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제물로 내어 주
셔서 피를 흘리게 하셨습니다"(로마 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