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서 역본에 관하여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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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기환 | 작성일2000-12-30 | 조회수2,450 | 추천수3 | 신고 |
한 동안 성탄 준비로 바쁘다가 들려보니 성서 번역본에 대한 많은 질문과 대답이 있네요. 지난 번에도 올려진 글을 통해 안 사실이지만 김경민씨께선 지금 냉담 중이라 그러신지 개신교에는 정통하시면서 가톨릭에 대해선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가톨릭 교회는 근 2000년을 이어져 내려오면서 전통의 보존과 새로운 적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묵은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요. 특히 종교의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 교회의 성서 역본은 라틴어 역본인 Vulgata본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 역본은 성 예로니모가 다마소 교황의 명을 받아 평생의 심혈을 기울인 역작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라틴어 역본을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직접 예루살렘에서 수십년을 살면서 유다인들이 쓰는 아람어를 익히고 고대 히브리어를 익혀 성서 번역을 되도록 정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교회는 그의 그러한 공적을 인정하여 시성을 한 것입니다. 불가타본은 구약은 소위 70인 역본이라 불리는 희랍어 본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태어나시기 전 알렉산드리아에서 72인의 랍비들이 모여 히브리어 성서를 희랍어로 옮긴 것입니다. 70인역에서는 우리가 흔히 제2경전이라고 일컫는 희랍어로만 전해진 성서들이 실려 있는데, 기원 후 유대교 강경파 랍비들이 이 성서를 부정하고 히브리어로 전해진 것만이 진정한 성서라고 주장하여 새로이 구약을 확정합니다. 이 것을 마르틴 루터가 받아들임으로써 개신교와 가톨릭의 성서 권수는 달라진 것입니다. 가톨릭에서 성서 공부를 하는 분들은 보통 원어 성서 텍스트로 Nestle&Aland의 독일에서 나온 Novum Testamentum Graece&Latinae를 사용합니다. 현재 이 성서는 27판이 나와 있고, 국내에서도 수입 서적 코너나 개신교 서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국내에서는 최근까지 과거 개신교와 공동으로 번역한 대한성서공회에서 출판한 공동번역 성서 가톨릭용을 사용하였으나, 교황님께서 성서의 연구를 촉구하시면서 그 나라 말로 계속적인 번역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심으로써 200주년 성서를 필두로 새 번역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베네딕도회(분도회) 수사님들이 운영하는 분도 출판사에서 200주년 신약성서가 이미 나와 있고, 최근 새로운 맞춤법에 맞추어 개정판이 나와 있습니다. 이 성서는 희랍어 원본을 텍스트로 국내에 저명한 성서 전공 신부님들께서 번역하신 것으로 거의 원문에 가깝게 번역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의 경우 한국 천주교 중앙 협의회에서 임승필 신부님이 주축이 되어 새 번역을 작업하여 이미 시중에 낱 권으로 새 번역이 나와 있습니다. 이 성서는 시간관계 상 히브리어 원문을 번역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원문에 가깝다는 프랑스 공동번역 성서를 기준으로 히브리어 원문을 참조하여 번역하였기 때문에 국내에 나온 번역 성서로는 가장 원문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은 하나의 성서만을 인정하지만, 개신교에서 다양한 성서 번역본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이유로 자의적인 번역이 이루어져 개신교 분파의 원인이 되었음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가톨릭은 비록 하나이지만, 성서를 결정하는 것은 교황 일인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성서를 전공한 수많은 신부님들과 성서 학자들이 모여 토의와 연구를 통해 결정하는 것입니다. 성서는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들이 가장 기본으로 삼아야 하는 계시입니다. 그런 성서를 번역하는데 있어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치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소’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서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원문의 언어인 히브리어와 희랍어(코이네라 불리던 그 당시 상용어)를 공부하여야 하고, 그 외에 수많은 배경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성 예로니모가 일생을 예루살렘에서 보낸 것과 같은 열정이 있지 않고서는 성서를 누구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번역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먼저 우리 말 번역 성서를 여러 번 읽고 묵상하시길 권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다른 나라 성서도 보시기 바랍니다. 영어 성서중 제가 추천하는 것은 가장 대중적으로 잘 번역된 성서라는 Jerusalem Bible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오역이 많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하시고자 하신다면 본당 신부님들께 여쭈어 보시면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많은 성서 연구 모임들이 생기고 있으니 알아 보세요. 좋은 공부와 함께 묵상 주제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성서와 함께 생활하세요. 그리고 21세기의 시작을 활기차게 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들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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