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옥의 성서적 근거 [Re : 724]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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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호경 | 작성일2002-10-07 | 조회수2,770 | 추천수0 | 신고 |
+ 찬미 예수님!!!
아래 534번에 있는 제가 쓴 글을 약간 수정하여 올려드립니다. 거의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기 때문입니다.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연옥(煉獄)이란?
잘 아시겠지만 <연옥>은 천국과 지옥과의 사이에 있는 중간 장소라는 개념으로, 소죄 상태로 죽은 사람이나 이미 죄사함의 은총을 받기는 하였지만 그 죄에 대한 보속을 완전히 갚지 못한 자의 영혼이 충분히 정화되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때까지 잠벌(暫罰)의 단련을 받는 일종의 정화와 단련의 장소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연옥 영혼들은 아직 하느님 나라에 이르지 못하고 다만 당신의 나라에 이르게 해주시는 하느님의 자비의 은총만을 고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연옥>에 대한 교리는 살아서 뿐만 아니라 인간이 죽은 뒤에까지도 구원의 손길을 뻗치시는 하느님의 구원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을 때 미처 기워 갚지 못한 죄를 죽은 후에라도 갚게하여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려는 하느님의 애타는 사랑의 마음이 담긴 교리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한없이 받고 사는 공동체이기에 말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개신교에 비해서 구원의 기회가 한번 더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은 하느님 나라에 이를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은 없습니다. 따라서 연옥의 영혼들에게는 세상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도가 큰 도움이 되며, 또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도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도만이 그들을 도와서 하느님 나라에 오를 수 있는 하느님 자비의 손길이 닿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는 "식사후 기도"와 "묵주 기도" 등에도 죽은 영혼들을 위한 기도를 포함시키고 있으며, 특별히 위령성월(11월)을 제정하여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게 배려하는 등의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교회사상 최대의 교의(Dogma) 공의회로 불리는 트리엔트 공의회에서는 <연옥>에 대해서 믿을 교리로서 다음과 같이 공표하였습니다. "연옥이 존재하고 이 연옥에 있는 영혼들은 신자들의 기도와 특히 미사성제로써 도움을 받는다."
2. 연옥과 죽은 이를 위한 기도와의 관계
하느님 나라에는 영원한 구원을 받은 이들이 들어가고, 지옥에는 영원한 심판을 받은 이들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이들의 지향이나 기도가 작용하지 못합니다. 이들에게는 우리의 기도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연옥> 존재의 교리에는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의 교리까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죽은 이를 위한 기도에 관계된 내용의 성서와 교회 전통의 모든 부분이 바로 <연옥>에 관계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비록 성서에 <연옥>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나, <연옥>이라는 용어 자체는 없지만,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권유하고 강조하는 부분이 모두 <연옥> 교리의 근거가 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성서와 교회 전통과 많은 초대 교부들은 죽은 이들을 위한 살아있는 이들의 기도를 행하고 또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연옥>의 존재를 믿는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 기도가 필요없는 하느님 나라와 지옥 외에 이 기도를 필요로 하는 또 다른 곳이 있다는 반증이 된다는 것입니다.
3. 연옥과 헬레니즘의 관계
사실 고대 이스라엘인들에게는 영혼, 부활, 내세, 천사 등의 개념이 없었습니다. 이 개념이 이스라엘인들에게 생기게 된 것은 바로 헬레니즘 지배를 받던 시대 부터입니다. 그래서 헬레니즘에 강력히 저항했던 유다의 사두가이파들은 예수님 시대에도 이 신앙을 믿지 않았던 것입니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죽음관은 "셔올"(히브리어 발음으로는 "스올"보다는 "셔올"에 가깝습니다)이라고 하는 곳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곳은 "지하 세계"라고 할 수 있는데, 죽은 이들이 들어가 있는 곳입니다. 그저 잠자는 듯이 가만히 누워지내야하는 곳입니다. 간혹 <연옥>과 혼동할 수도 있는데, 전혀 다른 개념의 장소입니다. 이 곳에는 부활도 없고, 산 이들의 기도도 작용하지 않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영영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4. 연옥의 성서적 근거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연옥>에 대한 개념의 시작은 헬레니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이르러서야 영혼, 부활, 내세에 대한 신앙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헬레니즘 시대 이전에 저술된 성서에는 죽은 이를 위한 기도에 관한 내용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 시대에 저술되고, 이 시대에 해당하는 역사에서 취한 계시를 다룬 성서의 부분은 바로 제2경전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유다교에서는 이 부분을 자기네의 성서 선정 기준(히브리어로, 팔레스티나 내에서, 모세오경의 정신에 맞고, 에즈라 시대 이전)에 맞지 않다고 해서 자기네의 정경(正經)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더욱 안타깝게도 개신교에서도 이 유다교의 전통을 그대로 따라서 이 부분을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외경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연옥>에 관계된 개념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1) 구약성서에서의 근거
"그가 이와 같이 숭고한 일을 한 것은 부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전사자들이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죽은 자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허사이고 무의미한 일이었을 것이다."(마카베오서 하권 12장 43-44절)
여기에 바로 성서에서의 <연옥>에 관한 첫번째 근거가 있습니다. 즉 "부활",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라는 구절이 결국 연옥 영혼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그들이 부활할 것이고, 또 그런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야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곧 살아있는 이들의 기도를 필요로 하는 죽은 이들이 머무는 장소가 있다는 반증이 되겠습니다. 꼭 <연옥>이라는 단어가 성서에 없다고 해서 교리가 생겨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요. 성서의 자구적 해석에만 매달리지 않고 유비적 해석도 할 줄 안다면, 그리고 인간에게는 하느님께서 선물하셨던, 역사속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알아차리게 해주는 "인간 이성의 자연적 빛"(Lumen naturalis humanae rationis)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말입니다.
2) 신약성서에서의 근거
"또 사람의 아들을 거역해서 말하는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성령을 거역해서 말하는 사람은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마태오 복음서 12장 32절)
예수님은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폐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율법의 정신을 강조하시면서 정신적인 면에까지 확대하셨으나, <율법주의>에 대해서는 가혹한 경고를 내리셨습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당시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신앙오류에 대해서 단호한 경고와 가르침을 내리시면서도, 신약성서 어디 한 군데에서도 구약성서에서부터 이어져 온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에 대한 질책은 한 군데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에 언급한 마태오 복음서의 구절에서는 <연옥>의 존재에 대한 언급("내세에서도")까지도 암시적으로 하고 계십니다.
"내세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씀은 이미 내세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신 말씀이며, 내세에서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세에서의 용서", 이것이 바로 <연옥>의 존재를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여기서의 <내세>가 결코 하느님 나라(천국)나 지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장소임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 영원한 구원받은 이들이 가는 곳이므로 새삼스럽게 용서가 필요 없는 곳이고, 지옥에는 이미 영원한 심판이 내려진 곳이므로 용서가 또한 필요한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죽은 후에라도 추가로 용서가 필요한 곳, 현세에서 미처 기워갚지 못한 모속이 요구되는 장소, 그곳이 바로 천국이나 지옥이 아닌 또 다른 제3의 장소, 곧 <연옥>이 되겠습니다.
5.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에 대한 초대 교부들의 증언
지루하실 것 같아서 내용까지 일일히 언급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연옥>에 관한 증언을 했던 일부 초대 교부들의 이름을 열거해 볼까 합니다; 떼르뚤리아노, 에우세비오, 로마의 치릴로, 에프렘, 암브로시오, 예로니모, 아우구스티노 등등
6. 전례 경본에서의 연옥에 대한 증언
아시다시피 <경본>이란 가톨릭 교회가 공식 전례에서 사용하는 기도문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사도 시대에 사용되었던 경본에서부터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즉 <연옥> 영혼들에 대한 기도는 널리 바쳐져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도 시대의 경본으로는 야고보 사도의 경본, 마르코 복음사가의 경본, 베드로 사도의 경본 등을 들 수 있으며, 그밖에도 고대 교회의 요한 크리소스토모 경본과 바실리오 경본 등도 이를 증언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즉 <연옥>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이미 사도시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교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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