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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안성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03 조회수977 추천수0 신고
제2편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

 

제 2 부 교회의 일곱 성사


1210 신약 시대의 성사들은 그리스도께서 세우셨으며, 그것은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 고해성사, 병자성사, 성품성사, 혼인성사의 일곱 가지이다. 이 일곱 성사는 그리스도인 생활의 중요한 모든 단계와 시기에 관계된다. 성사들은 그리스도인의 신앙 생활을 탄생시키고 성장시키며, 치유하고 사명을 부여한다. 이 점에서 자연적인 삶의 단계들과 영적인 삶의 단계들은 어느 정도 유사하다.1)

1211 이러한 유사성에 따라서 먼저 그리스도교 입문의 세 가지 성사를 설명하고(제1장), 그 다음으로 치유를 위한 성사들을(제2장), 그리고 끝으로 신자들의 친교와 사명을 위한 성사들을 설명할 것이다(제3장). 물론 이러한 순서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순서를 따름으로써, 성사들이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며, 이 유기체 안에서 각 성사가 지극히 중요한 자신의 위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성체성사는 이 유기체 안에서 “성사 중의 성사”로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모든 성사는 마치 자신들의 목적을 향하듯 성체성사를 지향하고 있다.”2)

제 1 장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

1212 그리스도교 입문의 성사인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의 기초를 놓는다.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사람들이 신성에 참여함은 인간의 자연적 생명의 기원, 성장, 유지와 어떤 유사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세례성사를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신자들은 견진성사로 굳건하게 되며, 성체성사로 영원한 생명의 음식을 받는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부요한 생명을 더욱더 풍부하게 받게 되고 사랑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3)

제1절 세례성사(洗禮聖事)

1213 세례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이며, 성령 안에 사는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며, 다른 성사들로 가는 길을 여는 문이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며,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교회 안에서 한 몸을 이루어 그 사명에 참여하게 된다.4) “세례는 물로써 그리고 말씀으로 다시 태어나는 성사다.”5)

   I. 이 성사는 어떻게 불리는가?

1214 이 성사가 이루어지는 중심 예식을 따라 세례성사(Baptismus)라고 불린다. 세례를 준다(baptizein)는 말은 ‘물에 담그다’, ‘물에 잠기게 하다’라는 의미이다. 물에 ‘잠김’은 예비신자가 그리스도의 죽음 속에 묻힘을 상징하는데, 그는 그 곳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여 “새 사람”(2고린 5,17; 갈라 6,15)으로 나오게 된다.6)

1215 이 성사는 또한 “성령에 의한 재생과 경신의 목욕”(디도 3,5)이라고도 불린다. 이 성사는 물과 성령으로 태어남을 의미하고, 이를 실제로 이루어 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

1216 “이 목욕은 조명이라고 불리는데, (교리)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마음에 빛을 받기 때문이다.”7) 세례로써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요한 1,9)이신 말씀을 받은 영세자는 “빛을 받고 나서”8) “빛의 자녀”가9) 되고, 그 자신이 “빛”(에페 5,8)이 된다.

세례는 하느님의 선물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한 선물이다.……우리는 이것을 선물, 은총, 기름 바름, 조명, 불멸의 옷, 재생의 목욕, 인호 등 가장 귀중한 모든 명칭으로 부른다. 그것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는 사람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선물이며, 빚진 자들에게도 주어지기 때문에 은총이며, 죄가 물 속에 묻히기 때문에 세례(물에 잠김)이며, 신성하고 왕다운 것이기에 도유이며(사제와 왕들은 기름부음을 받았다), 밝은 빛이기에 조명이며, 우리의 부끄러움을 가려 주기에 옷이며, 씻어 주기 때문에 목욕이며, 우리를 지켜 주며 또한 하느님의 주권에 대한 표징이기 때문에 인호라고 한다.10)

   II. 구원 경륜 안에서 본 세례

   구약의 세례 예표

1217 교회는 부활 성야의 전례 중에 세례수를 축복하면서, 세례의 신비를 예시한 구원 역사의 위대한 사건들을 장엄하게 기념한다.

하느님, 성사의 표징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힘으로 구원의 신비를 이루시니, 주님께서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물이 세례성사의 표징이 되게 하셨나이다.11)

1218 이 보잘것없으면서도 놀라운 피조물인 물은 태초부터 생명과 풍요의 원천이다. 성서는 하느님의 영이 물 위에 “휘돌고 있었다”고 한다.12)

태초에 성령께서 물위에 머무시어 거룩하게 하는 힘을 주셨나이다.13)

1219 교회는 노아의 방주를 세례를 통한 구원의 예표로 보았다. 과연 방주 덕분에 “몇몇 사람만이 물을 통과해서 구원을 받았는데 그 수효는 여덟 사람”(1베드 3,20)뿐이었다.

홍수를 통하여, 죄를 씻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세례를 미리 보여 주셨나이다.14)

1220 샘물이 생명을 상징하는 반면 바닷물은 죽음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바닷물은 십자가의 신비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 체계에 따라 세례는 그리스도의 죽음에 일치함을 의미한다.

1221 특히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너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참으로 해방된 것은 세례로 이루어지는 해방을 예고한다.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홍해를 건너 파라오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하시어, 세례 받은 새 백성의 예표로 삼으셨나이다.15)

1222 끝으로 요르단 강을 건너는 일에서 세례가 예표되었다. 요르단 강을 건넘으로써 하느님의 백성은 아브라함의 후손에게 약속된 땅을 선물로 받는데, 이는 영원한 생명의 상징이다. 이 복된 상속의 약속은 새 계약 안에서 성취된다.

   그리스도의 세례

1223 구약의 모든 예표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성취된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에게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은 후 공생활을 시작하신다.16) 부활하신 후에는 사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명을 주신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마태 28,19-20).17)

1224 우리 주님께서는 모든 의로움을 이루시고자18) 죄인들을 위한 세례자 요한의 세례를 자청하여 받으셨다. 예수님의 이 행위는 당신을 ‘비우심’을19) 나타내는 것이다. 그 때 첫 창조의 물위에 휘돌던 성령께서 새 창조의 전조로 그리스도 위에 내려오시고, 성부께서는 예수님을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밝히신다.20)

1225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파스카를 통하여 모든 사람을 위해 세례의 샘을 열어 주셨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예루살렘에서 당신께서 겪으실 수난을, 받아야 할 “세례”라고 이미 말씀하신 일이 있었다.21)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창에 찔린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은22) 새로운 생명의 성사들인 세례와 성체성사의 예형이다.23) 그 때부터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날 수 있게 된 것이다(요한 3,5).

당신이 어디에서 세례를 받았는지, 그것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리스도의 죽음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에서 세례를 받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습니다. 십자가에 모든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위해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이 구속되었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이 구원되었습니다.24)

   교회 안의 세례

1226 오순절 바로 그 날부터 교회는 거룩한 세례를 거행하고 베풀어 왔다. 그 날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설교에 감동받은 군중에게 이렇게 선포한다. “회개하시오. 그리고 여러분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시오.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사도 2,38). 사도들과 그들의 협력자들은 유다인이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든, 이방인이든, 예수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세례를 권한다.25) 세례는 언제나 신앙과 결부된 것으로 드러난다. 바오로 사도는 “주 예수를 믿으시오. 그러면 당신과 당신네 집안이 다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하고 필립비의 간수에게 말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그 자리에서 그와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사도 16,31-33).

1227 바오로 사도에 따르면, 믿는 이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에 일치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다가 함께 부활한다.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 예수와 하나가 된 우리는 이미 예수와 함께 죽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과연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능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로마 6,3-4).26)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다.”27) 성령을 통하여, 세례는 깨끗하게 해 주고 거룩하게 해 주고 의롭게 해 주는 목욕이다.28)

1228 그러므로 세례는 물로 씻는 목욕으로서, 이를 통해 ‘불멸의 씨앗’인 하느님의 말씀은 생명을 주는 효과를 낳는다.29)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세례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말씀이 물질적 요소와 결합되어 성사가 된다.”30)


    III. 세례성사는 어떻게 거행되는가?

   그리스도교 입문

1229 사도 시대 이래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여러 단계의 입교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이 과정은 빠르거나 느릴 수는 있지만 몇 가지 필수적인 요소들, 예컨대 말씀의 선포, 회개를 수반하는 복음의 수용, 신앙의 고백, 세례, 성령을 받음, 영성체 등을 포함해야 했다.

1230 이러한 입교 과정은 시대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초기 교회의 입교는 오랜 예비신자 교리교육 기간과 더불어 긴 과정을 거쳤다. 이 예비 기간은 준비 단계를 전례적으로 구분하는 일련의 예비 예식들을 거쳐, 마침내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거행함으로써 그 절정에 이르렀다.

1231 어린이 세례가 대체로 세례성사 거행의 일반적 형태가 된 곳에서는, 이 어린이 세례가 그리스도교 입문의 예비 단계들을 하나로 축약해 놓은 단일한 예식이 되었다. 어린이 세례는 본래 세례 후 교리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세례 후 교육의 필요성만이 아니라,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반드시 세례의 은총이 피어나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교리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리교육의 고유한 자리이다.

1232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라틴 교회에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는 어른들의 세례 준비기”31)를 복구시켰다. 이 단계적 예식들은 어른 입교 예식서(1972년 발행)에 들어 있다. 한편 공의회는, “선교 지역에서는 그리스도교 전통에 있는 것들 외에 각 민족의 관습에서 발견되는 입문식의 요소들도, 그리스도교 예식에 적용될 수 있는 데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32)고 밝힌다.

1233 그러므로 오늘날 라틴과 동방의 모든 예법에서 어른의 그리스도교 입문은 그들이 예비신자 기간의 교리교육 과정에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되어 세례와 견진, 성체의 세 가지 성사를 한 번에 베푸는 것으로 그 절정에 이르게 된다.33) 동방 예법들에서 어린이의 그리스도교 입문은 세례로 시작되며, 견진과 영성체가 즉시 뒤따른다. 그러나 로마 예법에서는 어린이 세례 후 여러 해에 걸친 교리교육이 이어지고, 그 후에 그리스도교 입문의 절정인 견진성사와 성체성사로 마무리된다.34)

   성사 거행의 신비 교육

1234 세례성사의 의미와 은총은 세례 거행 예식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신자들은 이 성사를 거행하는 행위와 말씀에 주의 깊게 참여하고 따름으로써, 이 성사가 갓 세례 받은 모든 사람 안에서 표시하고 이루는 풍요로움에 참여하게 된다.

1235 성사 거행을 시작할 때 긋는 십자 성호는 그리스도께 속하게 될 사람이 받는 그리스도의 날인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리스도께서 당신 십자가로 우리에게 얻어 주신 구속의 은총을 의미한다.

1236 하느님 말씀의 선포는 계시된 진리로 예비신자들과 회중을 비추고, 세례와 분리될 수 없는 신앙의 응답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세례는 신앙 생활로 들어가는 성사적 관문이기 때문에, 특별히 ‘신앙의 성사’이다.

1237 세례는 죄와 죄를 선동하는 마귀에게서 해방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예비신자들을 위하여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의 구마 기도를 바친다. 집전자가 예비신자 성유를 바르거나 또는 안수를 함으로써, 예비신자는 사탄을 명백하게 끊어 버리게 된다. 이렇게 준비된 예비신자는 교회의 신앙을 고백할 수 있으며, 그는 세례로써 이 신앙에 “맡겨지는 것이다.”35)
1238 세례수는 (세례 때나 또는 부활 성야에) 성령 청원 기도로 축성된다. 교회는 성자를 통해서 성령의 능력이 그 물에 내려와 세례 받는 사람들이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게”(요한 3,5) 해 주시기를 하느님께 청한다.

1239 그 다음에, 본래 세례라 불리는 핵심적인 예식이 뒤따른다. 그 예식은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일치함으로써 예비신자가 죄에 대하여 죽고,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생명으로 들어감을 표시하고 실현한다. 이 세례는 세례수에 세 번 잠김으로써 의미 깊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오랜 관습에 따라 예비신자의 머리에 세 번 물을 붓는 방식으로도 베풀 수 있다.

1240 라틴 교회에서 집전자는 이처럼 세 번 물을 부으면서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무)에게 세례를 줍니다.” 하고 말한다. 동방 전례에서 예비신자는 동쪽을 향하고, 사제는 “하느님의 종 (아무)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습니다.” 하고 말한다. 그리고 성삼위를 각각 부르면서 예비신자를 물에 잠기게 했다가 나오게 한다.

1241 축성 성유의 도유 곧 주교가 축성한 향유를 발라 주는 것은 새 영세자에게 성령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례 받은 사람은 그리스도인, 곧 성령으로 ‘기름부음’을 받아서, 기름부음 받은 사제이며 예언자이고 왕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는 것이다.36)

1242 동방 교회의 전례에서는 세례 후의 기름 바름이 ‘도유의 성사’(sacramentum Chrismationis: 견진성사)이다. 로마 전례에서 이 도유는 주교의 두 번째 도유, 곧 견진성사를 예고한다. 말하자면 이 성사는 세례의 도유를 ‘견고하게 하고’ 완성하는 것이다.

1243 흰옷은 세례 받는 사람이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다”는37) 것과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였음을 상징한다. 부활초에서 불을 붙인 촛불은 그리스도께서 새 교우를 비추셨음을 의미한다. 세례 받은 사람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의 빛”(마태 5,14)이 된다.38)
새로 세례 받은 사람은 이제 하느님의 외아들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하느님 자녀들의 기도인 주님의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1244 첫영성체.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혼인 예복을 입은 새 교우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았으며, 새 생명의 양식인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신다. 동방 교회는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마르 10,14)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여, 어린이들까지 포함해서 새롭게 세례와 견진을 받은 모든 이에게 성체를 나누어 줌으로써, 그리스도교 입문 과정이 단일한 것임을 생생하게 의식해 왔다. 한편 세례 받은 어린이가 분별력을 가질 때까지 영성체를 미루는 라틴 교회에서는, 그 어린이를 제단 가까이 데려가 ‘주님의 기도’를 바침으로써, 세례가 성체로 가는 문을 열어 주었음을 나타낸다.

1245 세례 거행은 장엄 축복으로 끝을 맺는다. 갓난아기들의 세례에서 어머니를 위한 축복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IV. 누가 세례를 받는가?

1246 “아직 세례 받지 않은 이는 누구나, 그리고 오직 그들만이 세례 받을 수 있다.”39)

   어른 세례

1247 초대 교회 이래로 복음이 갓 전파된 곳에서는 어른 세례가 가장 흔한 일이다. 이 경우 예비신자 교리교육 과정(세례 준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스도교 신앙과 생활로 인도하는 이 과정은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로 하느님의 선물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1248 세례 준비 또는 예비신자 교육의 목적은 예비신자들이 하느님의 주도에 응답하고 교회 공동체와 하나 되어, 그 회개와 신앙이 성숙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그리스도인 생활을 가르치는……기간이며 이 때에 제자들은 자기 스승이신 그리스도와 결합된다. 그러므로 예비신자들은 구원의 신비에 적절히 참여하고 복음 생활을 실천하며 계속 이어지는 시기에 따라 거룩한 전례를 거행하며, 하느님 백성의 신앙과 전례와 사랑의 생활로 들어서야 한다.”40)

1249 예비신자들은 “이미 교회와 결합되어 있으므로 이미 그리스도의 집에 속해 있고 또 드물지 않게 이미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생활을 하고 있다.”41) “어머니인 교회는 이미 자기 자녀가 된 그들을 사랑과 배려로 감싸 안는다.”42)

   어린이 세례

1250 어린아이들도 원죄로 타락하고 더러워진 인간의 본성을 지니고 태어나므로, 어둠의 세력에서 해방되어, 하느님 자녀들이 누리는 자유의 영역으로 옮겨가기 위해43) 세례로 새로 나야 한다.44) 모든 사람이 그러한 부름을 받는다. 구원의 은총이 완전히 무상으로 주어진다는 것은 특히 어린이 세례에서 드러난다. 그러므로 출생 후 가까운 시일에 아이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는다면, 교회와 부모는 그 아이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무한한 은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된다.45)

1251 그리스도인 부모는 어린이 세례가,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맡기신 생명을 양육하는 역할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46)

1252 어린아이들에게 세례를 주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내려오는 교회의 전통이다. 이것은 2세기부터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러나 사도들이 전도하기 시작한 때부터 온 “집안”이 세례를 받을 때47) 어린아이들에게도 세례를 베풀었다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48)

   신앙과 세례

1253 세례는 신앙의 성사이다.49) 그러나 신앙을 위해서는 믿는 이들의 공동체가 필요하다. 오로지 교회의 신앙 안에서만, 신자 개개인이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세례를 위해서 완전하고 성숙한 신앙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신앙의 출발이 필요한 것이다. 예비신자나 대부모는 “하느님의 교회에 무엇을 청합니까?”라는 질문에 “신앙을 청합니다.” 하고 대답한다.

1254 어린이든 어른이든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의 신앙은 세례 후에도 계속 성장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해마다 부활 성야에 세례 서약 갱신 예식을 거행한다. 세례를 위한 준비는 새 생활의 문턱까지 인도할 뿐이다. 세례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 삶의 근원이며, 이 근원에서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가 솟아 나온다.

1255 세례의 은총이 효력을 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이 중요하다. 이것은 대부나 대모의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대모는, 어린이든 어른이든 새로 세례 받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도록 도와 줄 능력과 의향이 있는 견실한 신자라야 한다.50) 그들의 임무는 참다운 교회적 의무이다.51) 교회 공동체 전체는 세례에서 받은 은총을 키워 주고 지켜 줄 책임이 있다.

   V. 누가 세례를 줄 수 있는가?

1256 세례의 일반적인 집전자는 주교와 사제이며, 라틴 교회에서는 부제도 집전한다.52) 부득이한 경우에는 모든 사람이,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까지도, 세례 집전에 합당한 의향을 지니고 있는 경우, 성삼위의 이름이 명시된 세례 양식문을 사용하여 세례를 줄 수 있다.53) 합당한 의향이란 교회가 세례를 주면서 행하고자 하는 것을 하겠다는 것이다. 교회는 비신자라도 세례를 줄 수 있는 근거를 보편적 구원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의지와54) 구원을 위한 세례의 필요성에서55) 찾는다.

   VI. 세례의 필요성

1257 주님께서 친히 세례가 구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고,56) 복음을 전하고 모든 민족들에게 세례를 베풀라고 제자들에게 명하셨다.57) 세례는 복음을 듣고 이 성사를 청할 수 있는 사람들의 구원에 필수적이다.58) 교회는 영원한 행복에 들기 위한 확실한 보증으로 세례 이외의 다른 방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교회는 세례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게” 하라고 주님께서 주신 사명에 소홀함이 없도록 주의한다. 하느님께서는 구원을 세례성사에 매어 놓으셨지만, 하느님 자신이 성사에 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1258 교회는 예로부터, 세례는 받지 않았으나 신앙 때문에 죽음을 당하는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그 죽음을 통하여 세례를 받는다는 굳은 신념을 간직해 왔다. 이러한 혈세(血洗, Baptismus sanguinis)는 화세(火洗, Votum Baptismi)와 마찬가지로 성사가 아니면서도 세례의 효과를 낳는다.

1259 세례 받기 전에 죽는 예비신자들의 경우, 죄에 대한 회개와 사랑을 동반한 세례를 받고자 하는 그들의 분명한 원의는 성사를 통하여 받을 수 없었던 구원을 보장해 준다.

1260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고 또 인간의 궁극 소명도 참으로 하나 곧 신적인 소명이므로, 우리는 성령께서 하느님만이 아시는 방법으로 모든 사람에게 이 파스카 신비에 동참할 가능성을 주신다고 믿어야 한다.”59)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분의 교회를 모른다고 해도, 진리를 찾고 자신이 아는 대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세례의 필요성을 알았더라면 분명히 세례를 받고자 했을 것이다.

1261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어린이들의 경우, 그들을 위한 장례 예식에서 하듯이 교회는 그들을 하느님의 자비에 맡길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받게 되기를 바라시는”(1디모 2,4)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마르 10,14) 하신 예수님의 어린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우리는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어린이들에게 구원의 길이 열려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어린이들이 거룩한 세례의 은혜를 받아 그리스도께로 오는 것을 막지 말라는 교회의 호소는 더욱 절실한 것이다.

   VII. 세례의 은총

1262 세례의 다양한 효과들은 성사 예식의 감각적 요소들을 통하여 표시된다. 물에 잠김은 죽음과 정화의 상징이지만 재생과 갱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두 가지 중요한 효과는 죄의 정화와 성령 안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60)

   죄의 용서

1263 세례를 통하여 모든 죄, 곧 원죄와 본죄, 그리고 모든 죄벌까지도 용서받는다.61) 세례로 새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을 아무런 죄도 남아 있지 않다. 곧 아담의 죄도, 본죄도, 죄의 가장 중대한 결과인 하느님과의 단절도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1264 반면에 세례 받은 사람에게는 고통, 질병, 죽음 등 죄의 현세적 결과 그리고 연약한 기질과 같은, 인생에 내재한 나약함이 남아 있다. 그리고 교회 전통이 ‘사욕’(邪慾)이라 부르고, 은유적으로는 ‘죄의 불씨’라고 부르는, 죄로 기우는 경향도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으로 남아 있는 사욕은,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용감히 맞서는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칠 수 없다. ‘운동 선수가 월계관을 얻으려면 규칙대로 경기를 해야 한다’(2디모 2,5).”62)

   새 사람이 됨

1265 세례는 모든 죄를 정화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 신자를 “새 사람”이 되게 하며,63) “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 받는”64)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고,65) 그리스도의 지체,66)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67) 성령의 성전이 되게 한다.68)

1266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께서는 세례 받은 사람에게 성화하는 은총, 곧 의화하는 은총을 주신다. 이 성화 은총은,

- 향주덕(向主德)을 통하여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께 바라고,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게 하며,
- 성령의 은혜를 통하여,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살고 행동할 수 있게 하며,
- 윤리덕을 통하여 선이 성장하도록 해 준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의 초자연적인 삶 전체가 세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한 몸이 됨

1267 세례는 우리를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일원이 되게 한다. “우리는 서로 한 몸의 지체들입니다”(에페 4,25). 세례는 교회와 한 몸이 되게 한다. 세례대에서 국가와 문화, 인종과 성별 등, 모든 자연적 인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신약의 유일한 하느님 백성이 탄생한다.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1고린 12,13).

1268 세례 받은 사람들은 “신령한 집을 짓는 데 쓰일 산 돌이 되고, 거룩한 사제”(1베드 2,5)가 되었다. 그들은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참여한다. “여러분은 선택된 민족이고 왕의 사제들이며 거룩한 겨레이고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두운 데서 여러분을 불러내어 그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을 널리 찬양해야 합니다”(1베드 2,9). 세례를 받으면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에 참여하게 된다.

1269 교회의 일원이 된 세례 받은 사람은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니고69)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의 것이다.70) 그러므로 세례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순종하고,71) 교회의 친교 안에서 그들에게 봉사하며,72)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복종하고 순종하며73)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74) 세례를 받으면 이처럼 책임과 의무가 생기지만, 동시에 세례 받은 사람들은 교회의 품안에서, 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양육되며 교회의 다른 영적인 도움으로 지원받을 권리도 누린다.75)

1270 세례 받은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받은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려고 힘쓰고”,76) 하느님 백성의 사도적, 선교적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77)

   그리스도인들을 일치시키는 성사적 유대

1271 세례는 아직 가톨릭 교회와 완전히 일치하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을 포함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루는 일치의 기초가 된다. “그리스도를 믿고 올바로 세례를 받은 이들은 비록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가톨릭 교회와 친교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세례 때에 믿음으로 의화된 그들은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마땅히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가지며, 가톨릭 교회의 자녀들은 그들을 당연히 주님 안에 형제로 인정한다.”78) 그러므로 “세례는 세례를 통하여 새로 태어난 모든 사람을 묶어 주는 일치의 성사적 끈이다.”79)

   지워지지 않는 영적 표지

1272 세례로써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된 이들은 그리스도와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된다.80) 세례는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께 속해 있음을 나타내는 지워지지 않는 영적인 표지(인호)를 새겨 준다. 비록 죄 때문에 세례가 구원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 표지는 그 어떠한 죄로도 지워지지 않는다.81) 한 번 받은 세례는 다시 받을 수 없다.

1273 신자들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에 합체되어 그리스도교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호를 받았다.82) 세례의 인호는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거룩한 전례에 활기있게 참여하여 하느님을 섬기며, 거룩한 삶을 증언하고 극기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세례에 의한 그들의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게 하며 이를 촉구한다.83)

1274 “주님의 인호”84)는 성령께서 “속량의 날”(에페 4,30)을 위하여 우리에게 찍어 놓으신 표지이다.85) “과연 세례는 영원한 생명의 보증이다.”86) 끝까지 “인호를 간직한”, 곧 자신이 받은 세례가 요구하는 것에 충실한 신자는, “신앙의 보람을 지니고”,87) 세례 때에 고백한 그 신앙을 보존하고, 신앙의 완성인 지복직관을 바라면서 부활에 대한 희망 속에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간추림

1275 그리스도교 입문은 세 가지 성사가 합하여 이루어진다. 이는 새 삶의 시작인 세례성사, 새 삶을 견고하게 하는 견진성사, 제자들이 당신 모습으로 변화되도록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살과 피로 양육하시는 성체성사이다.

1276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마태 28,19-20).

1277 세례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한다. 주님의 뜻에 따라, 교회가 구원에 필요하듯이 세례도 구원에 필요하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교회에 들어간다.

1278 세례성사의 핵심적인 예식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을 부르면서 예비신자를 물에 담그거나 머리에 물을 붓는 것이다.

1279 세례의 효과 또는 세례의 은총은 풍요로운 것이다. 이 은총으로 세례 받은 사람은 원죄와 모든 본죄를 용서받고, 성부의 양자, 그리스도의 지체, 성령의 성전이 되어 새롭게 태어난다. 그 결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한 몸이 되고,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한다.

1280 세례는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영적 표지를 새겨 주는데, 이 인호는 세례 받은 사람이 그리스도교 예배를 드리도록 축성하여 준다. 이 인호 때문에 세례는 다시 받을 수 없다.88)

1281 신앙 때문에 죽음을 당한 사람들과, 예비신자들, 그리고 교회를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영향 아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구원받을 수 있다.89)

1282 아주 오랜 옛날부터 어린아이들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왜냐하면 세례는 인간의 공로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이며 선물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교회의 신앙 안에서 세례를 받는다. 그리스도인의 삶을 시작함으로써 참된 자유에 도달하게 된다.

1283 세례 받지 않고 죽은 어린이들을 위하여, 교회 전례는 하느님의 자비를 신뢰하고 그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도록 권한다.

1284 부득이한 경우에는 누구든지 세례를 줄 수 있다. 다만 교회가 행하고자 하는 것을 하겠다는 의향을 가지고,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 하고 말하면서 세례 받을 사람의 머리에 물을 붓기만 하면 된다.

 

출처 : 한국주교 홈페이지 에서 도움 받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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