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Re: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에 대한 해설 - 조규만 주교님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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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호 | 작성일2010-08-25 | 조회수914 | 추천수6 | 신고 |
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 - 조규만 주교님
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에 대한 해설
조규만 (주교)
1997년에 처음 나온 이 책자를 통해 신앙교리위원회는 신흥종교운동, 시한부 종말론, 사적 계시, 뉴에이지 운동, 건강과 치병을 빙자한 비술과 영술 운동·각종 예언술·풍수지리·전생·환생 신드롬, 종교 다원주의, 복제 인간 등 한국사회에서 드러나는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1990년대 초에 휴거와 같은 세상 종말에 관한 헛된 소문으로 사회에 불안 풍조가 만연하고, 세기말 현상으로서의 지구 종말에 관한 두려움이 노스트라다무스 예언과 맞물려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에서 발표한 「유사영성 운동의 현황과 확산 대책 보고서(안) -가톨릭 영성 프로그램 개발 보급을 중심으로」,(2004. 12. 1), 1-2면을 참조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신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여기서 사용되는 수련 방법들을 그리스도교 영성 운동과 접합시키려는 시도마저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여 신앙교리위원회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이러한 운동의 성격과 문제점을 알려주고자 한 것이다. ‘유사영성 운동’이란 “한국에서 1970년대 이후에 주류 문화 또는 종교에 대한 광범위하고 두드러진 반작용으로 특정 방법을 사용하여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특히 그리스도교 교리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거나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개인적 각성과 의식 변용, 그리고 영적 진화와 인간 완성을 추구하는 운동”(「유사영성 운동의 현황과 확산 대책 보고서(안) -가톨릭 영성 프로그램 개발 보급을 중심으로」, 3면)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차동엽 신부는 『사목』에 여러 차례 ‘신흥영성 운동의 현상’에 관한 글을 게재하여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로 말미암아 단월드(구 단학선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하기도 하였다. 차동엽 신부에 따르면, 서울의 어느 본당에서는 각 쁘레시디움별로 몇 명이 될 정도로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단월드에서 기 수련을 하고 있는데, 이 운동은 단순한 건강운동이나 심신수련의 수준을 넘어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차동엽, “신흥영성 운동의 현상<6>”, 『사목』 308호(2004. 9.), 127면 참조). 신앙교리위원회는 신자들이 이런 운동과 흐름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먼저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아 이 문헌을 마련하였다.
일명 ‘트리엔트 교리서(Catechismo tridentino)’라고도 불리는 이 『로마 교리서』(Catechismo Romano ad uso dei Parocci)는 비오 5세 교황(1566-1572년)에 의해 선포되었으며, 그 구성은 입문, 머리말, 제1장 신앙과 신경, 제2장 성사, 제3장 계명, 제4장 기도로 되어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도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제1편 신앙고백, 제2편 신앙의 성사들, 제3편 신앙생활(계명), 제4편 신앙생활의 기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한 기도와 연결해서 성사생활 역시 가장 큰 기도이며 전례적 기도의 으뜸인 미사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 문헌이 제시하는 몇 가지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그리스도 신앙의 중심이다 곧 ‘살아계신 하느님’(6-7면), ‘창조주이신 하느님’(7면), ‘인간이 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8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9-10면) 등이다. ‘교회 안의 삶’(10-12면)에서 교회를 정의하고 가르치는 가운데에도 여전히 삼위일체 하느님을 그 중심에 두고 있다. 교회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기원으로 준비되고, 세워지고 완성된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가운데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인류의 빛」 2항을 인용하면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내는 장이며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공동체로 교회를 이해하고 있다. 교회가 하나이요 거룩한 이유도 삼위일체 하느님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교회가 지향하는 일치와 친교 역시 삼위일체 하느님의 일치와 친교에서 그 모범을 찾는다. 2.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중심으로 구성된 ‘신경’의 내용이 바로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관건이다 문헌은 신경 안의 내용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곧 그리스도교 신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15면). 사실 ‘신경’이라는 말의 그리스어 어원은 ‘함께 맞추다’, ‘서로 들어맞다’라는 의미의 동사 ‘Symballein’에서 비롯된다. 이 용어는 반지나 지팡이, 또는 쪼개어진 물건을 서로 맞추어봄으로써 계약 상대방을 확인하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곧 그러한 물건을 제시하는 사람이 계약을 맺은 상대자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신경’은 그리스도 신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표지이다. 문헌이 소개하고 있는 두 가지 신경, 곧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과 사도신경은 모두 성부와 성자와 성령에 대한 신앙의 내용을 설명한 것이다. 3. 삼위일체 하느님 신앙이 유사영성 운동에서 그리스도 신앙을 식별해 주는 기준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긋는 성호는 가톨릭 신자를 외적으로 드러내는 표지인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삼위일체 하느님 신앙은 유사영성 운동과 구별되는 중요한 식별 기준이 된다. 신자들이 유사영성 운동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고자 신앙교리위원회가 서둘러 이 문헌을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4년 6월 로마에서 열렸던 ‘뉴에이지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식별을 위한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하였다. 그 한 가지가 삼위일체 하느님 신앙이다. 하느님이 중심이 아니라 자신이 중심일 때 그리스도교 신앙과 부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뉴에이지의 추구는 자아를 중심으로 삼는 반면, 그리스도교 신앙은 철저히 하느님 신비를 중심으로 자아의 방향을 설정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므로 앞의 지침은 다음과 같이 식별 기준을 언급한다. “가톨릭 그리스도교 신앙과 도덕과 양립할 수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올바른 교리적 도덕적 준거. 기법의 사용이 가톨릭 그리스교 신앙의 세계관과 정신적 도덕적으로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가? 다시 말하여 그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톨릭 그리스도교 신앙과 도덕 가르침에 어긋나지는 않는가?”(『생명수를 지니신 예수 그리스도』, 220면)
최근 『한국 교회 미래 리포트』(2005년, 갤럽)의 한국 종교 현황 통계에 따르면, 신앙생활의 이유를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라고 답한 사람들은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이 45.5%로서 가장 높다. 반면에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라고 답한 사람들은 불교가 74%, 가톨릭이 73.2%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부활을 통한 영원한 생명’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신앙인은 진리이신 ‘신’을 추구하려면 부단하게 질문해야 하는 존재임을 밝혀준다. 문헌이 지적하는 것처럼 그러한 지적 추구가 없다면 신앙은 맹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 없는 신학은 공허하고 신학 없는 신앙은 맹목적이 된다. 신앙은 이성을 요구하고 이성은 신앙을 추구한다”(23면). 계명은 속박하고자 함이 아니라 안전하게 구원되도록 하는 신앙의 이정표이며, 실천적 신앙의 디딤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이 문헌은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하느님 나라를 위한 새 헌법으로서 행복선언을 새롭게 풀이해 주고 있다. “행복선언은 신앙인이 손쉬운 즐거움에서 비롯되는 헐값의 행복이 아니라 인간에게 합당한 행복, 하느님의 자녀들에게 걸맞은 행복을 찾게 한다. 가난, 눈물, 배고픔, 박해 등이 행복하게 되기 위한 조건들은 아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그런 것들을 겪는 사람들을 행복하다고 선포하셨다면, 그것은 바로 거기에서 그들을 해방하시러 오셨기 때문이다”(28면).
6. 그리스도 신앙인에게 기도는 빼놓을 수 없는 영혼의 양식이며 삶의 수단이다 『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은 기도에 관하여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도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우선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 ‘영혼의 성찰’, ‘믿음과 사랑의 표현’, ‘영혼의 호흡’, ‘영혼의 양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육신이 살아가려면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31면) 기도는 영혼을 위해 필수적이다. 또한, 하느님과 교류하고 친교를 나누는 데, 세상을 올바르고 착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데 하느님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기도는 필수적이다(32면). 또한 기도의 자세에 관하여 예수님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상기시키고 있다. ‘빈말을 되풀이하지 않는 자세’, ‘남에게 과시하지 않는 자세’, ‘끈질긴(항구한) 자세’, ‘겸손한 자세’, ‘굳건한 신뢰의 자세’를 제시한다. 기도에 관하여 잘 요약하고 있어서 기도의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7. 미사는 가장 큰 기도이며, 모든 신앙생활의 정점이다 『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은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라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를 인용하면서 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40면). 사실 미사는 초대교회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교회가 세대를 이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고 보존해 온 삶의 현장이다. 하느님 은총의 전통적 통로이며 모든 교회적 전통이 보전되어 온 터전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사의 구조와 의미를 간략하게 해설하고 있다(42-45면). 그럼으로써 미사를 통하여 기도를 배우고, 은총을 받으며,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기를 도모하고 있다. 이어서 미사를 중심으로 교회의 전례 안에서 베풀어지는 은총의 다른 성사들을 간략하게 해설하고 있다(45-49면).
그러나 이 문헌이 ‘나는 누구인가?’ 또 ‘무엇을 믿는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올바른 답변을 함으로써 그리스도 신앙인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오늘날 다원주의 현상과 뉴에이지 현상을 비롯한 유사영성 운동에 따른 모든 오류와 혼동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벗어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 현장에서 사목하는 사목자들에게는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신자들을 재교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자료 가운데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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