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현대 한국인들의 그리스도교 신앙 인식의 현실 | 카테고리 | 천주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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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성훈 | 작성일2000-01-02 | 조회수937 | 추천수4 | 신고 |
현대 한국인들의 그리스도교 신앙 인식의 현실
가톨릭 신앙의 주요 요점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그리고 현 대의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 인식은 도대체 어떠한지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각기 다른 것 처럼 가톨릭 신앙을 가진 신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천편일률적인 생 각과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닌 만큼 더구나 교회의 가르침은 2천년 동안 한결 같았지만 그를 받아들이고 생활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드 러내는 가톨릭 신자 개개인의 반응 양식은 차이가 있는 만큼 우리 자 신들의 신앙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 니다.
1) 한국 가톨릭 신앙의 주요 내용
가톨릭 신앙의 주요 요점은 물론 사도 신경 안에 요약되어 있는 그대 로입니다. 이 사도 신경안에는 하느님의 존재(有天主), 천지 창조, 삼위 일체, 하느님 아들의 강생구속, 하느님 아들의 성령으로 인한 잉태, 하 느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부활, 승천, 재림, 심판, 성령 의 오심, 하나요,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 죄사함 의 세례, 죽은 이들의 부활, 내세의 영생, 성인들의 통공 등 교회의 전 통적 신앙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 교회가 믿을 교리로 선포한 성모 승천, 성모의 원죄 없으 신 잉태, 교황의 무류성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교회론의 입장에서는 교우들간의 친교(Communio), 나눔, 사귐, 봉사와 같은 가치들이 실천적 덕목으로서 강조되며, 전례 생활과 관련 하여 일곱가지의 성사의 은총을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가톨릭 교회의 근본 신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무신론적 사고와 과학주의적 사고에 기반 을 둔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존재, 천지 창조, 삼위 일체, 강생구속, 성 령에 의한 잉태, 부활, 승천, 재림, 심판, 영생 등의 교리들은 부인되 며 신화적 이야기나 후세 사람들의 상상에 기인한 허구적 과대 망상의 이야기에 머물고 맙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제자들 을 부르심, 교회 조직만을 인정할 뿐이지, 신적이며 영신적인 것, 그리 고 인간 이성으로 납득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사항들은 허구적인 이야 기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성서에 나타나는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그 인물들과 관련되어 이성을 초월하는 신비스러운 일들이나 초자연적 인 사건들도 주요한 믿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 앙은 오히려 인간 이성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스러운 면들이 그 신 앙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가톨릭의 주요 교리들을 크게 나눈다면 믿을 교리, 지킬 계명, 은총을 얻는 방법으로 나누어 집니다. 그 밖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위의 세 가지 주요 교리에 바탕을 두고 일상생활과 사회 생활에서 그 신앙 생활을 영 위하는 윤리 도덕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현재 한국 사회의 가톨릭 신자들이 교회에서 가르치는 믿을 교리에 대해 신앙의 개념을 어떻게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을 오늘날 한국 가톨릭인들은 어떻게 인식하며 그에 따른 신앙생활의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2)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인식의 현실
오늘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 즉 가톨릭인들은 200여년의 신앙 전통을 이어오면서 현대적인 과학, 물질, 디지탈 전자 시대에 그 고유한 신앙 을 고백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그리스도교 신자 - 가톨릭 교 회에 입교하게 된- 가 된 배경으로는 부모의 신앙에 따라 유아세례를 받은 이들이 있고, 성장하여 하느님을 찾아 그리스도인이 된 이들도 있 습니다.
이들의 신앙 인식은 어떠한 것일까요?
〔1〕유아 세례 출신의 그리스도인
이들은 자기들의 세례 원의와는 상관없이 부모들의 가톨릭 신앙에 의 해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된 이들입니다. 그러므로 유아 세례 출 신인 교인들은 부모의 신앙심의 강도에 따라 그 영향력도 다양한 모습 을 보여줍니다. 부모는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적절한 신앙교육을 하 고 주일학교에 보내어 교리를 배우고 올바른 신앙교육을 받을 수 있도 록 배려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신자 어린이들은 어릴 때 이러한 신앙 교육을 받게 되면 교리상 의심이 가는 문제들에 대해 질문을 하 긴 하지만 그리스도교 교리를 비교적 교회에서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 이게 됩니다.
〔2〕청소년들의 신앙심
청소년 시기는 제 2의 탄생기라는 말이 있듯이 어렸을 때는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교리에 대해 한 두번 쯤, 혹은 오랫동안 의심을 품고 탐구하는 시기를 보내기도 합니다. 물론 많은 청소년들이 교회에서 가 르치는 대로 믿긴 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하고 탐구심이 강한 청소년들 은 자기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 질문하고 이해하려고 노 력합니다. 교회에서는 이들이 의심나는 교리를 명쾌히 이해할 수 있도 록 올바른 교리해석과 적응을 위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들 중 의심을 품지 않고 믿는 이들은 교회의 교리를 믿고 신앙 생활을 합니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이 제기하는 교리상의 어려운 점들 은 역시 어른이 되어서도 맞닥뜨리는 문제들입니다. 특히 하느님의 존 재, 하느님의 선하심과 세상의 부조리 문제, 예수 그리스도의 성령에 의한 잉태, 예수의 부활, 승천, 재림등에 관한 질문이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그리스도교의 철학, 신학, 성서적인 근거를 제 시하며 설명을 시도해도 이성으로 납득을 못하겠다는 청소년들이 의외 로 많습니다. 이들은 의심과 함께 신앙을 갖고 있는 이들입니다. 그런 데 이들이 의심중에 신앙 생활을 하고 있지만, 교회 내외의 실천적인 활동엔 열심을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러한 실천 활 동들이 신앙을 강하게 해주는 면이 있다 해도 그러한 근본 문제에 대한 신앙의 확신과는 별개의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 의 문제는 지식의 유무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를 통해 인식된 체험과 개 인적인 확신이 크게 좌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성인들의 신앙심
교회 안에서 성인들의 신앙심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확신을 갖고 믿는 이들이 있고, 교회 내에 형성된 인간 관 계 때문에 신앙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에서는 성인들의 신 앙심을 크게 세가지 경우로 구분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가) 신앙의 확신이 있는 이들의 믿음의 근거
신앙의 확신을 갖고 있는 이들은 소신과 확신을 가지고 교리를 믿습니 다. 이들은 물론 교회 내의 철학적, 신학적, 성서적 이론과 근거에 이성 적으로 수긍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의 태도는 "믿기 위하여 배운다(Intellego, ut credas)"는 태도를 지 니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메시지에 대한 이들의 믿음은 물론 과학적 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신앙의 대상들에 대해 교회의 권위와 하느님 말씀의 교역자들의 성실성 그리고 교회에 대한 신뢰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가령 하느님의 존재, 삼위일체,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神性), 성령으로 인한 하느님 아들의 잉태 - 동정녀 마리아를 통한 탄생, 마리아의 동정 성,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승천, 재림 등의 교리들은 이성적으로나 과 학적으로 확인되거나 검증될 수 없는 신앙적 내용인 것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어려운 교리를 과학적으로 검증하였기에 믿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의 믿음의 근거는 자신들보다 신학적으로 더 깊은 연구를 하였다 고 믿어지는 신학자들의 주장에 승복하거나 아니면 전통과 권위에 바탕 을 둔 교회의 가르침이기에 믿고 승복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기타 자신 들보다 사회적, 학문적, 인격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그리스도인들 이 믿는 신앙이기에 그들의 믿음에 동의하거나 사회적, 대인적인 인간 관계에도 밀접한 연관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형태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어려운 교리에 대해 믿음을 갖는 이 들은 교리 자체에 대한 이론적, 분석적 따짐이나 연구는 주로 교회의 권위와 전통, 신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에 돌려놓습니다. 이들은 여기에 바탕을 두고 교회가 강조하는 신앙의 실천적인 면을 자기 신앙의 확인 처럼 그리고 자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Identity)의 척도로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즉 사랑, 친절, 인내, 자선, 애긍, 희생, 공동체로서의 일치 등의 가치들이 그리스도인의 행동 덕목으로서 나타나게 됩니다.
나) 인간적 덕목 실천의 한 방편으로서의 신앙
한편 그리스도교 신앙의 초자연적인 진리에 의심을 품고 있는 이들은 과학과 이성으로 납득하지 못한 점을 신앙의 차원으로 승화시키지 못 하거나, 의심과 불신의 상태에 있는 이들입니다. 그러하다고 해서 이들 이 그리스도교의 행동 가치들을 부인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닙니 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 실천에서 보여지는 신앙 의식이라 함은 그리스도교 의 초자연적인 진리와 연결되었기에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인간적 인 덕목이기에 실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하느님 을 믿고 확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친절하고 사랑을 베풀고 올바르게 살면 자신의 양심도 편하고,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도 받기에 인간적인 덕목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부류의 신자들은 그리스도교 초자연적 진리의 존재 여 부에 상관없이 다만 인간적인 차원에서의 덕목 실천을 중요시하는 경향 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들은 또한 어떤 의미에서 가톨릭이든 불 교이든 이슬람이든 프로테스탄트이든 상관없이 인간적으로 성실하게 사 는 이들을 존경하고 높이 평가하며 인간적 교류를 갖는데 즐거움을 느끼 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종교를 인간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도구로서 이해하며 그리스도 교 신앙도 다른 종교를 대하는 것과 동일선상에서 올바른 삶을 위한 하 나의 수단으로, 방편으로 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그리스도교 내에서 비인간적이라 여길 만한 요 소를 발견하거나 비행을 보게 되면 대단히 큰 실망을 하고 상처를 받으 며, 그것이 이들의 냉담의 주요한 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 탈신화화하고 인문주의적인 경향의 신앙
셋째로 그리스도교 신앙인들 중 신앙에 대해 별 가치도 못 느끼고 초 자연적 진리에 대해 냉랭한 상태에 빠진 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 은 어렸을 때 진리로 믿어오던 신앙 내용에 대해 성인이 된 이후 자신 의 이성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또 그에 대한 믿음 자체 가 허황된 것이며 어리석다고 느끼는 이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은 그리스도교를 절대적으로 믿어오다가, 성인이 된 후에 인간적이며 일상적인 것들로 가득찬 그리스도교 내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 그리스 도교도 타종교처럼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입니다.
특히 이들은 하느님의 존재, 천국 지옥, 동정 잉태 등과 같은 그리스도 교의 기본 신앙을 하나의 신화적 표현으로 돌리거나 성령의 영감이 배제 된 인간적인 서술이라고 단정합니다.
이들의 이론적 기반은 계몽주의나 반계시주의, 비교 종교학적인이론이 며 그리스도교 내에서 ’신성한 것(Das Heilige)’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 습니다. 이들은 그리스도교의 신앙에 냉담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 하면서 다만 인간적인 차원의 선한 의지 실행, 인간 관계 유지, 교회 내 의 처신 등과 같은 점에만 관심을 두는 이들입니다. 어떤 면에서 이들은 자신의 지식과 인간적인 가치 추구로 인해 신앙을 잃어버린 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서구 그리스도교 국가들의 무신론적 경향이 바로 이러 한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그리스도교의 전통적 신관을 비판하며 신(神)의 죽음을 선포하거나 자기들이 바라는 인간적 인 신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들 무신론자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들 이 바라는 이상적인 신을 바라고 요청하는 입장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도 어떤 경우 성서에 나타나는 신을 비판할 때, 특히 구약의 심판하는 신, 질투하는 신, 인간을 죽이는 신, 인간을 편애하는 신, 이스라엘만을 위하는 신을 비판하고 그러한 편협하고 조잡한 신을 거부하면서 모든 인류에게 행복과 구원을 선사하는 신을 동경하며 묘사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구약성서를 읽으며 이렇게 편협한 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그러한 신관을 거부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무신론이나 계몽주의는 인간에 대한 평등, 자유 사상에 기반을 두고 인간을 억업하 거나 편협한 신관을 거절하는 태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온갖 비인간적인 사건들은 이제 더 이 상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악행에 근거를 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 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G. 하젠휘틀「著書: 하느님 - 과학 시대를 위한 신론입 문, 성바오로 출판사」의 견해처럼 무신론적 진술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적의를 갖고 생각하듯이 그들이 악하거나 나쁜 경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인간 이해에 기반을 둔, 비인간적이며 억압적인 상황으로부터의 인간 해 방과 자유 추구의 한 표현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그리스도교 신앙은 인간을 위한 신앙이 되기를 요청받고 있습니다. 인간을 죽이거나 억압하는 신관은 그리스도교인뿐 아니라 타종교인들에게도 거부되고 의문시되기 때문입니다.
- 김웅태 신부님의 著書「새 술은 새 부대에」中에서 -
갈현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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