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아브라함의 중보기도를 보면서
언제나 안타까운 점은
왜 그가 한번 더
"만일 의인이 한 사람밖에 안되어도 용서하시겠습니까?"하고
하느님께 간청하지 않았을까이다.
아마 그랬더라면
하느님의 용서 속에
소돔과 고모라는 심판만큼은 면할 수 있었으리라.
거기엔 오직 한 사람의 의인(義人) 롯이 있었으니.
그러나 그 심판이 없었더라면,
아니 없었더라도 소돔과 고모라는
결국 스스로가 저지른 죄악으로 인해 자멸하고
그를 통해 의인 롯조차 동반파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사실 그 어떤 하느님의 심판도
인간이 스스로 지은 죄악으로 인해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화를 자초하는
인간의 자기심판보다 더 무섭진 않다.
그것은 앞의 경우는 그래도
이 땅의 지옥을 없애는 것이지만,
뒤의 경우는
이 땅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짓이기 때문이다.
심령의 타락과 악함이 내뿜는
역겨운 죽음의 악취를 한 번 맡아본 자는
하느님의 심판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