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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신앙의 부부 아퀼라와 브리스킬라(프리스킬라) (사도 18,1-4 참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4,073 추천수0

[성서의 인물] 신앙의 부부 아퀼라와 브리스킬라(사도 18,1-4 참조)

 

 

아퀼라와 브리스킬라는 부부이다. 독수리라는 뜻의 이름인 아퀼라는 유다인이었고 브리스킬라는 로마 귀족 출신의 여성이었다. 브리스킬라는 아퀼라를 우연하게 만나 그의 독실한 신앙과 인품에 마음이 이끌려서 결혼을 했다. 그러나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정치적 이유에서 유다인들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모든 유다인들은 로마에서 모두 떠나도록 하라!"

 

브리스킬라와 아퀼라 부부에게 중대한 인생의 시련이 닥쳤다. 그래서 브리스킬라는 로마에서 시민권을 상실하고 남편과 함께 외국으로 추방당하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고린토로 건너갔다. 당시 고린토는 지중해 연안의 유명한 항구 도시요, 국제 도시였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민족이나 인종의 차별과 국적에 상관이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기는 했지만, 결코 좌절하거나 낙담치 않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인생과 신앙의 시련과 위기 가운데서 다시 시작할 줄 아는 용기 있는 부부였다. 브리스킬라 부부의 직업은 장막 제조업이었다. 그들은 고린토로 이주한 후에도 여전히 장막 제조를 하면서 생활해 나갔다. 어느날 아퀼라 부부는 사도 바오로와 우연하게 첫 만남을 갖는다.

 

"안녕하시오? 나는 바오로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나도 천막을 만드는 기술이 있는 사람입니다. 같이 일할 수 있겠습니까?"

 

"아 그렇습니까. 누추하지만 일단 들어오시죠."

 

사도 바오로와의 만남은 브리스킬라 부부에게 마침내 새로운 인생의 장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이들 부부는 아테네에서 전교 결과가 여의치 않아 풀이 죽어 고린토로 돌아온 사도 바오로에게 거처를 제공하며 극진히 대접했다. 사도 바오로는 아퀼라와 브리스킬라 부부의 집에 머무르면서 함께 살면서 일을 같이 했다. 사도 바오로는 이들 부부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당시에 유대인들은 사도 바오로를 잡아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를 돌본다는 것은 목숨이 위태로운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도 바오로를 도와주었다.

 

아퀼라 부부는 하느님을 성실하게 섬기는 신앙의 삶을 충실하게 살았다. 자신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 있으면서 복음 선포를 하는 사목자를 위해 헌신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부부가 하느님의 교회를 위하여 함께 봉사하는 것은 참으로 참된 신자 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항구한 믿음의 부부 브리스킬라와 아퀼라 부부는 로마에서 추방되어 떠돌이 생활을 하다 사도 바오로를 만나고 복음을 받아들이고 에페소로 옮기는 가운데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퀼라와 브리스킬라가 에페소에 있을 때 아폴로라는 유다인이 와 있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으로 설교를 잘하고 성소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아퀼라 부부는 그의 설교를 들었으나 어딘지 마음이 흡족하지 못했다. 아는 것이 많고 말도 잘했지만 부족한 면이 있었다. 아퀼라와 브리스킬라는 아폴로를 자기 집에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면서 복음의 진리를 상세히 들려주어 참된 신앙으로 인도했다. 이들 부부는 모든 재물을 주님께 봉헌하고, 자기 집도 교회에 바쳤다. 그리하여 이들의 헌신과 봉사는 여러 교회 신자들에게 많은 감화를 주었다.

 

사도 바오로의 만년에도 이들 내외는 에페소에서 교회의 기둥 역할을 한 것 같다. 사도 바오로가 젊은 디모테오에게 에페소 교회의 책임을 맡겼던 것도 이들 부부가 교회에 있어 마음 든든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 내외의 생활은 남에게 드러나거나 돋보이지 않았다. 그저 뒤에서 묵묵히 사목자를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교회는 이런 신자가 많이 있어야 건전하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자기 희생과 헌신의 생애야말로 신자의 모범적인 모습일 것이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생활이 하느님의 은혜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았기에 복음 선포를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헌신할 수 있었다. 신앙으로 결합된 부부는 오직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무엇보다 사도 바오로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이러한 헌신은 복음에 대한 열정과, 하느님 은총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이들 부부의 헌신적인 봉사를 귀하게 여겨 자신의 편지를 통해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특별히 안부를 전하였다. 이렇게 브리스킬라 부부는 복음을 들은 이후로 끝까지 그 믿음을 지키며 사목자를 섬기고, 하느님 교회를 섬겼다. 오늘날에도 교회와 사목자에게 이들 같은 부부를 만나는 것은 큰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화신문, 2002년 4월 2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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