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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사랑받는 행동의 신앙인 가이오(카이오) (3요한 1,1-15)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4,231 추천수0

[성서의 인물] 사랑받는 행동의 신앙인 가이오(3요한 1,1-15)

 

 

원로 요한은 가이오에게 자신의 세번째 편지를 썼다. 요한은 자신의 편지 서두에서 자신을 원로라고 부르고 있는데 원로란 말은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구약에서는 백성의 어른들을 가리켰고 특히 이스라엘의 각 지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을 가리켰다. 신약성서의 여러 곳에서는 사도들을 원로라고 칭하고 있다.

 

"나는 진정으로 그대를 사랑합니다. 나는 사랑하는 그대가 하는 일이 다 잘되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그대의 영육 안의 건강도 빕니다. 교우 몇 사람이 나에게 와서 그대의 참되고 진리를 쫓아가는 생활을 전해주었을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내 영혼의 자녀들이 진리 안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요한은 가이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다. 가이오에게 요한이 극진한 사랑의 표현을 하는 것은 가이오가 진리 안에서 행한다고 하는 증거를 형제들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가이오는 진리 안에서 행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교회 형제들 모두 가이오에 대한 칭찬이 자자합니다. 그래도 그는 겸손하게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거나 뽐내지 않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사람들이 가이오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가이오는 행동하는 신앙인이었다. 그는 말로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몸으로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누구의 눈에 들고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고 하느님을 향해서 자신의 신앙인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마음에 느끼고 믿는 바를 꾸준하게 행한다는 것은 진리 안에 자신의 삶을 깊이 뿌리를 박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가이오란 이름이 '기쁨'을 뜻하듯이 그는 부모님의 기쁨이었고 성장 과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사도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사랑도 많이 받고 체험해야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주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이오는 진리를 소유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진리를 소유한 사람이란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이오가 지닌 진리는 믿음이 있고, 꾸밈이 없고, 거짓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가이오는 진리를 간직할 뿐 아니라 진리 안에서 생활하는 경건한 신앙의 사람이었다.

 

부정과 거짓이 판을 치는 이 세상 속에서도 어렵고 힘들지만 진실하고 착하게 살려고 애쓰는 신자들이 많이 있다. 가이오처럼 형제와 나그네에게 진실하고, 교회 앞에서 사랑을 보이고, 하느님 앞에서 합당하게 사는 것은 참으로 그리스도인의 생활이라 할 수 있다. 가이오의 행동하는 신앙은 사랑받는 형제의 삶의 모습이다. 이러한 가이오의 모습은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의 신앙을 증거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교훈이라 할 수 있다.

 

가이오는 어떤 사람만 편애하고 어떤 때만 잘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 늘 하던 대로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자신의 삶에 반영했던 것이다. 가이오는 특히 나그네 된 형제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도와주는 데 민감했다. 가이오는 "나그네를 소홀히 대접하지 마십시오.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를 대접한 사람도 있습니다"(히브 13,2)라는 말씀을 실천한 참 신앙의 모범이었다. 가이오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이러한 행동 때문이었다.

 

가이오는 그들에게 물심양면의 도움을 주었다. 오늘날에도 말씀을 선포하는 선교사들은 신실한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랑은 무엇보다도 주는 행위를 통해 표현된다. 주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경건한 일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들을 먼저 주어야 하고 다음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주어야 한다. 특히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고 베풀어주는 것처럼 훌륭한 행위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이들을 도와주고 선행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원로 요한이 가이오에게 보낸 편지 서두에도 "친애하는 가이오"라고 하더니 이어서 "사랑하는 그대"라는 표현을 여러 번 썼다. 요한에게 있어서 가이오는 "사랑할수록" 더 사랑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표현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사랑스러워지는 사람, 세월이 지날수록 더 믿음직한 사람,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가이오였다. 오늘같이 혼탁한 세상에 가이오 같은 진실한 신앙인이 더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보는 것만도 즐겁다.

 

[평화신문, 2002년 6월 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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