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실

제목 [문화] 기름 부음을 받은 자, 메시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6,685 추천수1

[성서의 풍속] 기름 부음을 받은 자, 메시아

 

 

- '사울에게 도유한 후 축복하는 사무엘', 폴 구스타브 도레 (1832~1883), 삽화, 프랑스. 자료제공=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독일 작곡가 헨델이 1741년 작곡한 '메시아'는 그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종교음악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이 작품은 성서를 바탕으로 예언과 탄생, 수난과 속죄, 부활과 영원한 생명, 이렇게 3부로 이루어졌다.

 

지금도 크리스마스 때에는 세계 각처 자선 연주회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이 관습처럼 되어 있다. 그런데 히브리어로 '메시아'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의미다. 메시아를 그리스말로 번역하면 '그리스도'다.

 

고대 동방이나 그리스, 로마에서 기름을 바르는 것은 병을 치료하는 수단이었다. 바빌론에서 의사는 '기름에 정통한 사람'이란 의미로 쓰였다. 이집트에서는 왕이 충신을 자기 대리자로 임명할 때도 그 사람 머리에 기름을 부었다.

 

그래서 이집트 유적들 중에는 손님들 머리에 기름을 붓는 장면을 새겨놓은 그림들이 있다.

 

성서에서 기름은 하느님과 관계되는 거룩한 것으로 상징되었다. 보통 올리브 기름을 사용했는데, 때로는 값비싼 향료들을 첨가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기름을 붓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 성별, 인정을 의미했다.

 

또한 특정 인물을 선별하여 사람들 앞에 알려 표창할 때도 기름을 부었다. 이처럼 구약시대에 특별한 일을 위해 사람을 세울 때 그 머리에 기름을 붓는 것이 관례였다.

 

그래서 왕과 예언자와 제사장은 기름 부음을 받는 예식을 통해 직분을 받았다. 따라서 아론과 같은 대제사장이나 다윗과 같은 왕, 그리고 엘리사와 같은 예언자는 반드시 기름부음과 성별을 필요로 했다.

 

"아론에게 거룩한 옷을 입히고 기름을 부어 성별하여라. 그러면 그가 나를 섬기는 사제가 되리라. 또 아론의 아들들을 불러내어 속옷을 입혀라. 그리고 그들 아비에게 기름을 부었듯이 그들에게도 기름을 부어라.

 

그러면 그들이 나를 섬기는 사제가 되리라. 이렇게 그들에게 기름을 부음으로써 그들은 대대로 영원히 사제직을 맡게 되리라"(출애 40,13-15).

 

이처럼 아론과 그 아들들이 기름부음을 받은 것은 그들에게 세세대대로 대제사장이 되는 권리를 주기 위해서였다. 또한 기름부음을 받아 예언자가 된 사람은 하느님 영에 의해 계시를 받는 것이므로 기름은 하느님 영을 상징하기도 했다(1사무16,13 참조).

 

이처럼 기름은 대제사장 등의 임명식뿐 아니라 가정에서는 손님에 대한 호의와 예우의 일환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기름부음을 받지 않는 경우는 상을 당했을 때였다. 그래서 기름부음을 받은 얼굴은 기쁨을 상징했다.

 

이처럼 유다인들은 머리에 거룩한 기름부음을 받는 예식을 거치는 일이나 사람을 가리켜 '메시아'라고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메시아'라는 말은 이러한 다수 직분자가 아니라 특정한 한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하느님은 전에 기름부음을 받았던 사람들이 행한 모든 일을 한꺼번에 행하실 메시아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했다(신명 18,18 참조). 그 메시아가 다윗을 계승하는 위대한 왕이 되실 것이며, 멜키세덱의 계보를 따르는 대제사장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시편 110, 4참조).

 

초대 교회에서도 기름은 여전히 치유의 거룩한 성사적 도구로 쓰였다. "여러분 가운데 앓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교회 원로들을 청하십시오. 원로들은 주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고 그를 위하여 기도해주어야 합니다.

 

믿고 구하는 기도는 앓는 사람을 낫게 할 것이며 주님께서 그를 일으켜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지은 죄가 있으면 그 죄도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14-15 참조).

 

이런 전통에 따라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성사들을 집전할 때 기름을 바르는 예식을 갖는다. 신자들은 기름부음을 받는 예식을 통해 메시아(그리스도)의 사제직, 왕직, 예언직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평화신문, 2004년 1월 1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