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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제단은 하느님과 만나는 장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4,539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제단은 하느님과 만나는 장소

 

 

- 서울 명동성당 주제대, 목조, 234.7*83*99cm.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어린 시절 미사 복사를 할 때 신부님이 입당해서 바로 허리를 굽혀 제단에 입을 맞추시는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신부님이 신자들에게 인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후에야 비로소 신부님은 제단 중앙에 있는 성석에 입을 맞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행동은 초대교회 때 카타콤바라는 지하묘지의 순교자 무덤 위에서 미사를 지낸 것에서 유래한다. 성당 중심이 되는 제단은 바로 그리스도를 뜻하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자연에는 신비스러운 초자연적 존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적 존재가 나타날 것 같은 장소에 제단을 설치하여 신성시하였다. 따라서 제단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신에게 제사를 봉헌하고 희생을 바치는 시설이었다. 그러므로 제단은 보통 사람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장소로서 두려움과 매력을 동시에 주는 장소였다.

 

유다인들에게 제단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장소로서 중요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킨 모세는 하느님에게서 십계명을 받기 위해 시나이산에 오르기 전 제단을 쌓고 희생을 바쳐서 계약 표시로 삼았다.

 

성서에서 최초로 언급되는 제단은 노아가 대홍수가 끝난 후 야훼 앞에 쌓은 제단이다(창세 8,20 참조). 구약시대 제단은 하느님과 인간의 결합을 나타내는 표시였다.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에 도착했을 때 야훼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그 자손에게 이 축복된 땅을 주겠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아브라함은 야훼를 위해 제단을 쌓았다(창세 12,7 참조).

 

이처럼 유다인들에게 제단은 희생을 바치는 장소뿐 아니라 신적 존재와 만남의 표시가 되었다. 모세도 아말렉 사람들과 전투에서 승리한 후 기념 제단을 쌓았다(출애 17,15 참조). 유다인들은 제단을 흙이나 돌로 쌓았는데, 특히 돌로 쌓을 경우에는 다듬지 않은 돌을 사용해야 했다(출애 20,25 참조). 거룩한 제단은 인간 손이 더해져 부정을 타서는 안 되고 자연 그대로 존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제단은 하느님과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완전성의 상징이 되었다.

 

신약성서에서 제단은 실제적이라기보다 비유적 의미를 지닌다. 제단은 예수님께서 죄인들 손에 넘어가시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신 식탁을 의미했다(마태 26,20-46 참조). 구약성서의 희생과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닌 새로운 희생을 위한 제단이라 할 수 있다. 하느님 집인 교회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도 바로 이 제단이었다. 제단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보다 최후 만찬 식탁의 모방이라는 것이다. 또 제단은 구원의 희생이 이루어진 거룩한 십자가의 상징이 되었다. 따라서 제단은 주님이신 그리스도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가톨릭 교회에서 제단이라고 하면 미사성제를 거행하는 단을 말한다. 이 제단은 성당의 중심이며 성당도 이를 중심으로 건축된다. 이 제단은 주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골고타산도 의미하며 신령한 바위이신 그리스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최후 만찬 식탁을 모방한 제단은 예수의 살과 피를 나타내는 성체와 성혈을 바치는 단이 되었다. 여기에서 교회에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이 반복된다.

 

보통 가톨릭 성당의 제단은 성당 전면에 설치되어 제대를 중심으로 사제와 신자가 마주보고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견고하고도 품위있게 축성된 것이다. 개신교의 제단 양식은 일정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정면에 설치해서 십자가, 촛대, 꽃으로 장식하는 교회가 많아지고 있다.

 

[평화신문, 2004년 3월 2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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