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풍속] 천사의 계급 - 주님 탄생 예고,1430∼1432년, 템페라, 154×194cm,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99?∼1455),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스페인.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옛날 사람들은 천사는 원래 바람이나 빛으로만 감지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술 작품 등에서는 날개를 가진 인간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보통 인간을 수호하고 좋은 일을 권장하는 천사는 여성이나 아이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천사는 어떤 모습인지 모른다. 천사는 영적 존재로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서에 나타난 천사는 하느님 심부름을 하는 영적 존재들이다. 하느님은 태초에 우리 인간에게 도움을 주도록 천사를 창조하셨다. 천사는 하느님이 창조한 피조물 중에 가장 뛰어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또 천사들은 인간이 많은 위험과 화를 면하게 해주고 악마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지켜준다. 그리고 천사들은 인간이 선한 생각과 의지를 갖게 해준다. 천사는 인간의 기도를 하느님에게 전해주고 우리를 위해서 대신 기도한다. 구약성서에서 천사는 철저하게 하느님과 인간을 중개하는 존재다. 천사는 하느님 심부름꾼으로 파견되어(창세 16,7 ; 19,1-22 참조) 사람을 보호하거나 사람을 처벌하는 심판자 역할을 한다(2사무 24,16 참조). 유다인들은 하느님 처소를 왕궁으로 생각해서 천사를 왕궁에서 심부름을 하는 존재로 묘사했다. 그래서 천사를 하느님을 모시는 신하나 군대로 생각했다(여호 5,14 참조). 때로는 천사 모습을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나타나는 발현이라고 생각했다(탈출 3,2-14 참조). 바빌론 유배 시기 이후부터는 하느님 명을 받아 이 세상의 많은 자연현상과 인간역사를 관장하는 천사들이 등장한다. 특히 욥기, 다니엘서, 토비트서 등 정경과 헤녹서 등 위경과 묵시문학을 통해 이러한 천사론이 전개되었다. 이 성서들에서 천사들은 하늘의 영(욥 1,6 참조) 혹은 하늘의 아들이나 거룩한 자, 수호자 등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착한 천사와 악한 천사 즉 악마의 구별이 생기고 개인이나 도시, 나라의 수호천사라는 개념도 발전하였다. 신약성서는 천사들의 본성보다 행위를 나타내는 데 치중한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천사는 하느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파견된 심부름꾼이다(마태 1,20 참조). 천사들은 꿈에도 나타나서 하느님의 뜻을 알린다(마태 2,13 참조). 신약성서의 천사는 그리스도를 섬기고(마태 4,11 ; 루가 22,43 참조) 사도들을 도와주는 존재로 나타난다(사도 5,19 참조). 재미있는 것은 천사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다는 것이다. 성서에 나타나는 상이한 천사 명칭이 이를 증명한다. 예를 들면 스랍, 거룹, 천사, 대천사, 권세의 천신과 능력의 천신(로마 8,38), 왕권과 주권과 권세와 세력의 천신(골로 1,16), 권세와 세력과 능력과 주권의 천신(에페 1,21) 등이 있다. 6세기 초에는 디오니시오 성인이 성서에 나오는 천사들 이름을 이용하여 구품(九品) 천사 계보를 만들었다. 그가 구분해놓은 천사 품은 세라핌, 케루빔, 좌품, 주품, 역품, 능품, 권품, 대천사, 천사의 아홉 등급이다. 물론 이 구품 천사론은 그의 신학일 뿐 교회의 믿을 교리는 아니다. 천사에 관해서 가톨릭신자가 믿어야 할 교리는 꼭 한가지다. 즉 하느님께서 우리 감각 대상인 세상은 물론 우리 감각을 초월하는 영의 세계도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제4차 라테란공의회(1215년)에서 천사의 존재를 신앙교리로 선포하였다. 선한 천사들이 하느님을 찬양하고 인간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은 성서에서 나온 사상이다. 가톨릭교회는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천사 축일과(9월29일) 수호천사의 기념일(10월2일)을 제정해 천사공경을 장려하고 있다. [평화신문, 2004년 8월 1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