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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이스라엘 사람들의 먹을거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08 조회수4,013 추천수1

[성서의 풍속] 이스라엘 사람들의 먹을거리

 

 

- 예리고의 과일가게. 자료제공=정웅모 신부.

 

 

성서 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즐겨먹던 식단은 빵과 함께 채소류와 과일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집트를 탈출하고 난 뒤 광야에서 생활할 때 과일과 채소를 먹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평을 터뜨렸다(민수 11,5 참조). 여기에 등장하는 부추, 파, 마늘은 오늘날에도 아랍 음식에서 양념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늘은 아주 유용한 음식이었다. 이집트에서는 마늘을 두통과 무력감, 소화나 이뇨 작용을 돕는 의약품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지역의 따가운 햇살에 잘 말려두었다가 먹을거리가 귀할 때 조금씩 아껴가면서 꺼내먹는 무화과 열매가 있었다. 특히 말린 무화과 열매는 영양가가 높아서 한꺼번에 덩어리로 눌러두었다가 장거리를 여행할 때 영양식으로 먹기도 했다. 포도 역시 무화과 열매처럼 말려서 먹기도 했다. 그리고 올리브 열매도 있었는데 11월에 추수하는 올리브 열매는 일부만 소금에 절여서 먹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기름을 짜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유다인들 식단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메뉴는 우유였다.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 부족했던 성서 시대 유다인들에게 우유는 더없이 훌륭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기르는 가축으로부터 소젖은 물론 양젖, 염소젖 그리고 낙타젖까지 구해 먹었다. 그런데 무더운 팔레스타인 지역 기후에서 우유는 하루를 보관하기가 힘들어서 발효유로 만들어 많이 먹었다. 젖산균이 배양될 수 있도록 하루쯤 삭힌 뒤에 먹었는데 일종의 요구르트인 셈이다. 그런데 성서에서는 이것을 우유라고 부르기도 했다. 성서 시대에는 우유 가죽 부대를 씻지 않고 계속해서 사용하는 바람에 저절로 발효가 진행됐다.

 

유다인들은 우유를 이용해서 버터와 치즈를 만들었다. 버터는 우유를 저어서 만들어 먹었다(잠언 30,30 참조). 치즈 역시 유다인들이 즐겨 먹는 유제품 가운데 하나였다. 유목 생활을 하는 팔레스타인 지역 유다인들에게 우유는 음식을 조리할 때마다 빠뜨릴 수 없는 양념과도 같았다. 그런데 자주 사용하는 우유와 고기가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유다 여인들은 가정이 넉넉하지 못해도 고기용 그릇과 우유를 담아두는 그릇을 따로 장만해야 했다. 또 설거지를 할 때도 그릇들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조심했다. 이것은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아도 안 된다"(탈출 23,19 참조)는 하느님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식사할 때도 고기와 우유로 만든 음식을 동시에 먹을 수 없었다. 고기를 먹고 난 뒤에 우유를 마시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는 시간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했다. 뱃속에서 우유와 고기가 함께 섞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기에 비해서 생선은 풍족한 편이었다. 덕분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큰 부담없이 생선을 식단에 올려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다. 지중해와 아카바만에서는 바다고기를, 그리고 갈릴래아 호수에서는 민물고기를 잡아 공급했다. 어부들은 밤새 잡은 물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가까운 시장이나 예루살렘과 같은 큰 도시에 내다팔았으며, 어종에 따라서는 로마에까지 수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루살렘에는 생선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이 있어서 사람들은 그 근처에 있는 성문을 '물고기의 문'이라고 불렀다(2역대 33,14 참조).

 

시장에서 물고기를 구입한 사람들은 물에 담가 소금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나서야 요리를 시작했다. 물고기를 요리하는 방식은 숯불에 굽거나(요한 21,9 참조) 우유를 넣어서 요리하거나 달걀과 함께 기름에 튀겨내어 음식을 조리했다. 유다인들 식단은 다른 나라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먹을거리에서도 신앙의 차원을 중요시하는 것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04년 11월 2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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