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동식물] 평화와 축복의 상징인 포도
예수가 흘리신 피, 포도주로 "저주를 받아라! 그리고 형제들의 종으로 살아라!" 성경의 인물 중에서 의인이며, 흠 없는 사람이었던 노아가 술에서 깨어 노발대발하며 작은 아들 후손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노아에게는 세 아들 즉, 셈과 함, 야벳이 있었다. 어느 날 함은 장막 안에서 아버지 노아가 술에 흠뻑 취해 벌거벗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밖으로 나와 함은 셈과 야벳에게 아버지 흉을 보았다. 그러나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추한 모습을 보지 않으려 뒷걸음쳐 들어가 옷을 입혔다. 노아는 자신의 추태를 떠벌린 함의 후손에게 저주를 내렸다(창세 9,18-27 참조). 노아는 성경에서 포도를 처음으로 재배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노아가 마셨던 술도 포도주로 기록돼 있다. 포도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은 과일 중 하나이다. 포도는 유럽이 주산지이지만 원산지는 본래 아시아 서부, 카스피해 지역 코카사스 등지로 알려져 있다. 포도 재배와 포도주의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면, 그리스 북쪽에서 기원전 4500년경 것으로 추정되는 포도씨가 발견됐다. 또 기원전 2500년대 고대 이집트 왕조 벽화에서 포도주 제조기록도 발견됐다. 이처럼 인류가 포도를 재배해 사용한 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포도가 귀한 약재로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자양강장과 허기나 감기에 효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조선조 초기에 비로소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경에는 포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포도는 포도나무, 포도원, 포도주, 건포도, 포도즙 등 다양한 표현으로 등장하는 귀중한 식물이다. 특히 이스라엘 사람들은 포도를 평화와 축복 그리고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구약 성경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가나안)을 포도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한 포도는 가나안 땅에서 밀과 보리, 무화과와 석류, 올리브 나무와 대추야자와 함께 축복받은 7가지 식물 중 하나였다(신명 8,7-10 참조). 재미있는 것은 모세가 가나안 땅에 정탐꾼들을 보냈을 때 에스골 골짜기에서 포도 한송이가 달린 가지를 막대 사이에 꿰어서 두 사람이 어깨에 메고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민수 13, 23 참조). 그만큼 포도가 크다는 것을 과장한 것인데, 당시 포도는 자두만한 크기로 열렸다고 하니 허무맹랑한 소리만은 아니다. 사실 오늘날 팔레스티나 지역 포도송이는 대단히 크게 열린다. 또한 포도는 하느님 자비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포도를 수확할 때 남김없이 따지 않고 포도밭에 떨어진 포도도 줍지 못하도록 했다. 가지에 남은 포도와 땅에 떨어진 포도는 가난한 사람들과 몸 붙여 사는 외국인 몫이 되도록 했다(레위 19,10 참조). 신약 성경에서 하느님은 '포도원의 주인'이라 하고, 예수님은 '포도원의 참 포도나무'라고 표현한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포도나무와 가지에 비유하기도 했다(요한 15,1-3 참조). 예수님 시대에는 신 포도주에 물을 타서 노동자의 음료수로 만들어 먹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 로마병사가 드린 신 포도주가 바로 당시 노동자들이 마시던 음료였다.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첫 로마황제였던 콘스탄티누스 대제(A. D 280~337년)는 포도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고 했다. 그러나 포도의 가장 큰 상징은 우리 죄를 속죄하시려고 예수님이 흘리신 피가 포도주로 표현됐다는 것이다 .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행한 최후 만찬에서 포도주는 언약의 피로 상징됐다(마태 26, 26-28 참조). 오늘날에도 미사주는 포도주로 사용되고 있으니,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포도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과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포도는 그리스도교의 문장처럼 성화나 교회 건축물, 제의 등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평화신문, 2006년 5월 2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