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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 이방인에 비유된 개: 개, 신앙 거스르는 모든 것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2 조회수4,409 추천수1

[성경 속의 동식물] 이방인에 비유된 개


개, 신앙 거스르는 모든 것

 

 

- 개는 성경에서 불결, 멸시, 위선, 이방인 등에 비유되지만 충직하고 의리가 있는 동물이다.

 

 

개는 우리 전통문화에서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로 충성스러움의 상징이다. 술에 취한 주인이 잔디밭에 쓰러져 자고 있는데 산불이 나 불길이 번지자 강물에 몸을 적셔 불을 끄고 주인을 구한 오수의 개 이야기는 개의 충성스러움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 주인을 구한 개가 '사마리안'상을 받았다는 외신이 있었다.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던 주인이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지자 휴대전화의 911 버튼을 눌러서 주인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것이다. 9번 버튼을 누르면 911로 연결되도록 단축키를 설정해 놓고, 개에게 위급 상황 땐 이빨로 9번을 누르도록 훈련시켜 놓은 덕분이라고 한다. 이처럼 개는 지능이 상당히 높아 경비견, 수사견, 마약탐지견, 맹인안내견 등으로 활약하며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사람과 친숙한 동물인 개는 속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욕설에도 많이 등장하고 부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우리가 하는 웬만한 욕설에는 개가 자주 거론된다. 개 입장에서 보면 "왜 우리만 갖고 그래…"하면서 불만을 토로 할 대목이다.

 

성경은 모든 가축들 중에서 개에 대해 특별한 혐오감을 갖고 묘사한다. 그래서 개는 더러움과 참담한 가난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또 여러 가지 나쁜 습성을 비유해 개를 등장 시킨다. 성경에서 나타난 개는 한마디로 탐욕의 동물이다. 개의 무절제한 욕심을 빗대 "게걸스러운 개들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이사 56,11) 면서 이스라엘의 부패한 지도자들을 비유하는 데 사용했다.

 

개들은 사람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토했던 것을 다시 먹기도 한다. 성경은 이런 특징을 죄의 반복성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사람이 한번 회개 했으면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야하는데 다시 짓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미련한 사람은 개가 토한 것을 도로 먹는 것 같이 미련한 행동을 반복한다고 꼬집고 있다(잠언 26, 11).

 

개들은 사람의 시체를 먹는다고 한다. 개의 이러한 특성은 사악한 왕조에 대한 저주에 사용되고 있다(1열왕 14,11). 성경에서 개와 돼지가 나란히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유다인들이 불경한 동물로 생각한 돼지를 개와 동급으로 취급했는데, 사람을 개와 돼지에 비유하면 이는 엄청난 모욕이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마태오 7,6). 유다인들은 개나 돼지를 어리석고 혐오스러운 행동을 하는 부정한 짐승으로 여겼다.

 

성경에서 개를 이방인 상징으로 표현한 것은 특이할 만하다. 한때는 같은 민족이었던 유다인들이 사마리아 사람들을 개로 취급했다. 통일 왕국이었던 이스라엘이 솔로몬왕 시대 이후에 사마리아는 북왕국, 즉 이스라엘 왕국, 남쪽은 유다 왕국으로 분열됐다. 그런데 B.C.722년경 북쪽 이스라엘이 강대국인 앗시리아에 점령당했다. 그후 앗시리아는 사마리아에서 식민지정책 일환으로 잡혼을 실시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지역 사람들을 이방인이라 부르게 됐고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지 못한 사마리아인들을 심지어 "개"라고 불렀다. 지금도 유다인들은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는데 큰 힘을 기울인다.

 

신약에서 사도 바오로는 "개들을 조심하십시오. 나쁜 일꾼들을 조심하십시오. 거짓된 할례를 주장하는 자들을 조심하십시오"(필리 3,2)라고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개들은 신앙에 손해를 주는 모든 사람들이다.

 

이처럼 성경에서 개는 불결이나 멸시, 하찮음, 사탄, 위선, 이방인, 거짓 교사, 구원받지 못한 이의 비유로 사용됐다.

 

성경에서 이방인에 비유되고, 욕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개는 그러나 충직하고 의리가 있는 동물이다. 주인의 목숨을 살린 충견 이야기도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처럼 이중적 의미를 지닌 동물도 흔하지 않은 것 같다.

 

[평화신문, 2006년 7월 2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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