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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강인하고 아름다운 향백나무: 수목의 왕 위용을 떨치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5 조회수3,137 추천수0

[성경 속의 동식물] 15 - 강인하고 아름다운 향백나무


'수목의 왕' 위용을 떨치다

 

 

- 레바논의 옛 조상인 페니키아인들이 향백나무를 배로 나르는 장면, 대영박물관 소장, 부조 작품.


- 구약시대엔 향백나무를 수목의 왕으로 여겼다. 사진은 레바논의 향백나무 숲.

 

 

구약성경에 70번이나 등장하는 향백나무는 소나무과 상록수다. 높이가 보통 40m에 줄기 지름이 3m에 이르는 웅장한 침엽수다. 사자를 동물의 왕이라 부르듯이 구약시대 사람들은 향백나무를 수목의 왕으로 생각했다. 수명이 2000~3000년씩이나 되니 그렇게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사철 푸른 향백나무는 어려서는 연두색, 성장하면 갈색, 다 자라면 암갈색이 된다. 자라는 모양도 피라밋형 또는 원뿔형으로 사시사철 청청한 자태는 실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다.

 

'튼튼하게 뿌리를 뻗는 강인한 수목'이라는 뜻의 고대 아랍어가 향백나무 어원이라고 한다. 짙은 향기와 나무진이 많아서 병충해가 없고 내구력이 뛰어나 귀중한 건축재로 쓰였다. 또 선박자재나 악기, 조각, 관재로도 많이 쓰였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향백나무를 선박재로 썼고, 특히 뛰어난 내구력으로 미이라를 만들 때 관재로 사용했다. 이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 즉 기름을 시체에 발라서 부식을 방지했다고 한다. 이슬람 교도들은 향백나무를 성자의 화신이라 여겨 신성시한다.

 

향백나무에 관한 재미있는 전설도 내려온다. 한 천사가 무서운 폭풍을 만났는데 마침 나무 밑에서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천사는 하느님께 "이 나무는 향기가 좋고 나무 그늘이 안전했으므로 장차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유익한 열매가 달리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래서 이 열매에서 난 향백나무가 예수 그리스도의 성상을 만드는 재목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상은 언제나 향백나무로 만들게 됐다. 지금도 옛 고분에서 향백나무로 조각한 성상들이 원형대로 발견되고 있다.

 

향백나무는 추운 곳에서 자라기에 재질이 굳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레바논과 인접한 여러 나라에서 궁전을 짓는 데 건축재로 많이 이용해  향백나무라하면 궁전을 짓는 건축재였음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구약성경 열왕기, 역대기, 사무엘서 등은 건축재로서 다른 모든 재목보다도 향백나무를 귀중하게 여긴 것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다윗의 집을 짓고자 티로의 임금 히람이 향백나무와 목수와 석수를 보내어 집을 짓게 했다(2사무 5,11).

 

또한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짓고자 티로의 임금 히람과 상거래 계약을 맺고 원하는 대로 향백나무와 잣나무를 벌채해 가고 그 댓가로 곡물과 기름을 줬다고 한다(1열왕 5,15-32). 에즈라가 성전을 수리할 때에도 레바논 향백나무를 사용했다(에즈 3,7).

 

솔로몬은 사랑의 아가에서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레바논 향백나무에 비유하며 노래했다(아가 5,15). 또한 시편 저자는 의인의 번영을 레바논 향백나무에 비유했다(시편 92,13).  에제키엘은 앗시리아의 강대함을 레바논 향백나무의 아름다움에 비유했지만 교만으로 심판을 받았다(에제 31,1-18). 아무리 위대하고 아름답고 힘이 강하더라도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하면 하느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옛날 그토록 울창했던 광활한 레바논의 향백나무 대삼림이 지금은 간곳이 없다. 다만 레바논 산맥의 한 계곡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솔로몬왕 시대부터 3000년간, 오늘까지 문명이라는 이기심 때문에,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고 자연을 파괴한 인간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야생 동식물이 멸종되고 자연 생태계 균형이 붕괴됐다. 벌목과 함께 개척한 경사지는 홍수로 표토가 유실되고 모래먼지만 남은 사막으로 변화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당신이 만드신 피조물을 잘 다스리도록 맡겨주셨다. 인간은 하느님을 협조해 자연과 피조물을 잘 가꾸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을뿐, 그것들의 주인이 아니다. 엿새동안 세상을 만드시고 손수 만드신 모든 것들이 "참 좋았다" 하신 하느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충실한 하느님의 협조자가 되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보자.

 

[평화신문, 2006년 9월 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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