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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 하느님의 어린양: 희생 제물로서 예수 그리스도 상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5 조회수4,761 추천수0

[성경 속의 동식물] 19 - 하느님의 어린양


희생 제물로서 예수 그리스도 상징

 

 

- 마르끄(Marc, 1931~  ), '하느님의 어린양', 유리화, 1964~1970년, 취리히 근처 교회, 스위스.

 

 

초식동물인 양은 성질이 매우 온순하다. 양에게 소금 또는 먹이를 주거나 위험에서 구해 주면 양은 그것을 기억하고 몸으로 신뢰의 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양은 사자나 이리 등 맹수 공격을 방어할 뿔이나 날카로운 발톱, 이빨과 같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맹수의 공격 앞에서 양은 다만 목자에게 온전히 보호를 요청해야 한다.

 

양의 털과 가죽은 섬유와 의류로, 고기와 젖은 음식으로 사용한다. 내장과 뼈까지 하나도 버리는 것이 없는 유익한 동물이다. 양은 다른 양을 따라 행동하는 습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앞서 가는 양이 구덩이에 빠지면 뒤따르는 양은 피할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그 구덩이에 빠진다고 한다.

 

또한 양은 성질이 유순해 양털을 깎을때 온 몸을 내맡기고 혹시 상처가 나더라도 묵묵히 참는다. 유목민들이 양식과 옷감을 얻으려고 기르는 양들은 극소한 양의 물과 잔디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고, 건조한 시기에는 새로운 풀밭과 물을 찾아 이주할 수 있기에 지중해 동부 메마른 지역에서는 자연적으로 삶의 일부가 됐다.

 

양은 성경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동물이다. 구약시대 하느님 앞에 바친 많은 제물 중에 대표될 만한 것이 흠 없고 순진한 1년 된 양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탈출하기 전날 밤 양의 피를 문설주와 인방(引枋)에 바르고 그 안에서 양고기를 불에 구워 먹고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었다. 그들은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지팡이를 잡고 급히 먹었다(탈출 12, 6-11). 이스라엘 백성의 다급한 상황을 잘 연상할 수 있다.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지팡이를 잡고 급히 먹은 것은 먼 여행길을 떠나는 준비된 종의 자세다.

 

성경에서 양을 치는 목자에 대한 언급은 거의 백번이 넘게 나온다. 그만큼 양을 치는 목자는 성경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을 나타낸다. 아브라함, 이삭, 모세, 다윗, 아모스는 모두 목자들이다. 목자들이 항상 남자는 아니다. 리브가(창세 29, 9)와 이드로의 딸들은 여자 목자다.

 

양들을 밤에 양우리에서 돌보고 풀과 물이 있는 곳으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것은 목자 임무다. 목자들은 아침에 양에게 풀과 물을 먹인 후 한낮에는 보통 그늘지고 시원한 곳에 몇 시간 동안 누워서 쉰다(아가 1, 7). 저녁엔 우리로 돌아와 열병에 걸렸거나 상처를 입은 양들을 돌보곤 한다.

 

목자들은 양들을 맹수들로부터 보호하려고 지팡이와 막대기를 지니고 다닌다. 하나는 곤봉같이 생긴 무기와 맹수로부터 양을 구출하고 보호하려고 사용된 손잡이가 구부러진 것이었다. 목자들은 양들의 공급자요, 인도자요, 보호자다.

 

히브리인들의 유목 및 농경 생활에서 양의 중요성을 볼 때 성경에서 양과 목자가 영적 진리를 위한 비유로 등장하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양은 일찍부터 이스라엘 경제의 중심을 이뤘다(창세 4, 2).

 

양들은 구약 희생제사 제도에서도 매우 중요했다. 양들의 무력함은 성경에서 돌봄과 자비의 대표적 예로 등장하는 선한 목자의 행동과 성품을 잘 설명해준다.

 

양은 희생 제물로서 예수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세례자 요한은 이러한 예수님에 대해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에 비유했다(요한 1, 29). 신약에서 예수님은 종종 어린 양으로 비유됐다. 사도 베드로는 그리스도를 "흠 없고 티 없는 어린 양"이라고 찬양했다(1베드 1, 19).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희생적이신 목자인 동시에 인간 구원을 위해 희생되신 양이셨다.

 

[평화신문, 2006년 10월 1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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