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동식물] 26 - 하느님 나라에 비유된 겨자씨
작은 겨자씨는 희망과 인내의 상징 - 최영심(1946~ ), '씨 뿌리는 자의 비유', 1997년, 유리화, 가톨릭대학교 성당. 일반적으로 겨자라고 하면 음식점에서 나오는 톡 쏘는 매운맛의 향신료를 상상한다. 겨자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재배식물 중에서 역사가 오래된 것 중 하나다. 겨자는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서에 기록돼 있을 정도다. 주요 양념의 하나인 겨자는 성서시대에는 기름과 약재로 사용했다. 겨자는 중요한 향신료일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부터 약초로도 널리 알려졌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겨자씨에 꿀이나 기름을 섞어서 피임약으로 썼다고 한다. 반대로 최음제로 쓴 적도 있다고 한다. 겨자씨를 증류해 얻은 기름을 동상, 만성 류마티스, 산통에 약으로 썼다. 또한 좌골 신경통, 중풍, 관절염, 호흡기 계통의 치료제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버섯 중독이나 독이 있는 짐승에게 물렸을 때 겨자씨를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 또한 1차 세계대전 때에 독일군은 겨자 가스를 무기로 사용했다. 겨자 가스는 강렬한 자극성과 심한 냄새를 가진 독가스로 오늘날 말하는 생화학무기였던 것이다. 성경에는 겨자를 나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겨자는 1년생 초본이다. 그렇지만 중동지역에서는 3m 이상씩 자라 사람 키보다도 큰 것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또한 겨자씨가 실제로 모든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 근처와 북쪽에서 흔한 식물이므로 작은 씨의 비유에 이용하셨을 것이다. 신약성경에 예수님은 겨자씨를 하늘 나라에 비유하셨다. "하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밭에 뿌렸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마태 13,31-32). 또한 예수님께서 믿음에 대해 언급하면서 겨자씨를 비유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예수님은 비록 작아보이는 믿음이라 해도 믿음의 능력과 위대성을 지적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는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다고 하셨다. 예수님은 씨가 말씀을 의미한다고 하셨다. 씨가 땅에 떨어져 자라게 되면 보이지 않던 씨 안에 모습이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하느님 말씀도 감추인 형상이 우리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말씀을 받아들일 때 하느님 나라가 우리 앞에 실제로 주어지는 것이다. 예수님은 작은 씨가 큰 나무가 되는 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와 닮은 점이 있다고 보신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복음 선포는 당시에 마치 실패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은 아마도 하느님 나라가 극적으로 임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는 처음에는 아주 작고 미소하지만 서서히 완전한 크기로 자랄 것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점차적 성장의 모습은 누룩의 비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마태 13,33). 이런 의미에서 미소한 겨자씨는 희망과 인내의 상징이 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바로 눈앞에서 당장 무언가 일의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안절부절한다. 특히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열매를 맺는 일은 믿음 안에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시간에 늘 쫓기고 여유가 없고 성급하게 결과를 찾으려는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겨자씨가 주는 지혜는 크다 하겠다. [평화신문, 2006년 12월 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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