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동식물] 30 - 재앙을 상징하는 메뚜기 - 세례자 요한은 고행과 극기의 양식으로 메뚜기를 먹었다. 티티안(Titian, 1488~1576), '세례자 요한', 1540년경, 유채, 베니스 아카데미 미술관, 이탈리아. "메뚜기도 한철"이란 속담이 있다. 우연이 좋은 기회를 만나서 하던 일이 매우 잘되는 상태를 비유한 말이다. 농촌에서는 메뚜기가 벼의 잎을 먹으려고 몰려 오는데 벼잎을 먹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메뚜기는 그 때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메뚜기는 서식처가 다양하지만 열대삼림의 저지대, 초원지대에 가장 많이 산다. 메뚜기 중에 떼지어 날며 작물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종들도 있다. 메뚜기들이 구름과 같이 공중에서 떼를 지어 다니고 지나간 곳을 황폐하게 만들기도 하고 메뚜기 떼가 온 하늘을 덮기도 한다. 2004년도 가을에는 서아프리카에서 엄청난 메뚜기 떼 습격이 있었다. 사하라 사막 남쪽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최악의 메뚜기 떼 재앙으로 농작물의 삼분의 일을 잃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메뚜기 떼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 만큼의 곡식을 먹어 치우며 수 초 만에 들판을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메뚜기 떼가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파라오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을 떠나는 것을 거부했을 때 징벌로 메뚜기떼가 이집트를 습격한 사건이다(탈출 10, 12-15). 따라서 하느님께 불순종으로 인한 저주 가운데 메뚜기 재앙을 포함시킨 것은 하느님 백성들로 하여금 이집트 사람처럼 되지 말라는 경고이다. "메뚜기 떼가 이집트 온 땅에 몰려와, 이집트 온 영토에 내려앉았다. 이렇게 엄청난 메뚜기 떼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었다"(탈출 10, 14). 이처럼 메뚜기가 하느님의 심판 도구로 사용된다. "너희가 밭에 씨를 많이 뿌려도 메뚜기가 그것을 먹어 치워 버려서, 너희는 조금밖에 거두지 못할 것이다"(신명 28, 38). 메뚜기 떼를 보내는 분은 바로 하느님으로 묘사한다. "내가 하늘을 닫아 비가 내리지 않게 하거나, 메뚜기에게 명령하여 땅을 삼키게 하거나, 내 백성 가운데에 흑사병을 보낼 때"(2역대 7, 13), 이처럼 성경에서 메뚜기 떼를 재앙으로 묘사했다. "풀무치가 남긴 것은 메뚜기가 먹고 메뚜기가 남긴 것은 누리가 먹고 누리가 남긴 것은 황충이 먹어 버렸다" (요엘 1, 4). 메뚜기의 재앙을 군대가 쳐들어오는 것으로 비유했다. "그 땅에 깃발을 세우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팔을 불어라. 바빌론을 칠 민족들을 동원하고 그를 칠 왕국들 곧 아라랏과 민니와 아스크나즈를 불러들여라. 그를 칠 사령관을 임명하고 날개를 곤두세운 메뚜기 떼 같은 군마를 몰고 와라"(예레 51, 27). 메뚜기가 긍정적 이미지로 사용된 경우도 있다. "임금이 없지만 모두 질서 정연하게 나아가는 메뚜기"(잠언 30, 27). 또한 메뚜기는 구약의 유다인들이 식용으로 이용했던 곤충이었다(레위 11, 2). 세례자 요한이 예언자의 고행과 극기의 양식으로 메뚜기가 등장한다. 음식 이미지로서의 이 메뚜기는 광야에서의 금욕적인 경건생활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낙타털로 만든 옷을 걸치고 그의 허리에는 가죽띠를 둘렀다. 그의 양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다"(마태 3, 4). 요한 묵시록에는 요엘이 본 메뚜기의 환상이 두려움과 함께 나타난다. 요한 묵시록에서 메뚜기는 지옥의 아들, 악귀 즉 하느님을 적대하는 모든 힘을 상징한다(묵시 9, 5). 이처럼 성경에서의 메뚜기는 주로 공포와 농작물 파괴의 이미지로 대체로 불순종이라는 하느님 심판의 수단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메뚜기들은 힘과 파괴력을 가지고 몰려왔기 때문에 마치 전쟁을 위해 준비된 말들과 같다고 보았다. 메뚜기가 한마리일 때는 아무런 힘도 없는 곤충이지만 떼가 되었을 때 가공할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던가. [평화신문, 2007년 1월 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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