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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 회개의 상징인 수탉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9 조회수4,558 추천수0

[성경 속의 동식물] 32 - 회개의 상징인 수탉

 

 

-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세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다. 사진은 이스라엘 베드로 눈물성당.

 

 

외국설화에서 수탉은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닭은 강한 생식 본능과 투쟁심을 갖고 있고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수탉은 특히 질투심이 강하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동물로 나타난다.

 

닭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기원전 6, 7세기경부터 사육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닭은 이미 신라 시조설화에서도 등장한다. 닭은 소나 돼지에 비해 경제적이고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해 소화와 흡수가 잘 된다. 그래서 유아나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닭은 소와 돼지 다음으로 널리 식용으로 사용한다. 특히 닭은 백숙이나 찜, 불고기, 회 등 다양하게 조리한다. 또한 닭은 창자, 간, 모래주머니, 발 등 버리는 것이 별로 없다.

 

닭에 대한 금기사항과 속담도 많다. 닭이 인간의 삶과 밀접하다는 대목이다. 정월 들어 첫 유일(酉日)을 '닭의 날'이라고 한다. 이 날은 예로부터 부녀자의 바느질을 금했다. 만약 바느질이나 길쌈을 하면 손이 닭의 발처럼 흉하게 된다는 것이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서 닭의 울음소리는 귀신을 쫓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닭이 제때 울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여겨진다. 닭이 초저녁에 울면 재수가 없다고 하고 밤중에 울면 불길하다고 하며 수탉이 해진 뒤에 울면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긴다고 한다.

 

호남지역에서는 며느리가 닭의 머리를 먹으면 시어머니 눈 밖에 난다고 한다. 경기도지방에서는 여자가 닭의 목이나 발을 먹으면 그릇을 깬다고 한다. 대체로 임신 중인 여자는 닭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닭고기를 먹으면 태어나는 아기 피부가 닭살처럼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자기 주장을 내세우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한다. 또한 남을 해치려고 한 일이 결국 자기에게 손해를 끼칠 때 '소경 제 닭 잡아 먹기'라는 말을 쓴다. 서로 무관심한 태도를 가리켜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이라고 한다. 하려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서 희망이 없을 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고 한다. 세련되지 못한 사람이 번화한 곳에서 어리둥절하는 모습을 보고 '촌닭 관청에 간 것 같다'고 한다.

 

성경에서 수탉은 베드로와 연결되어 나타나는 것이 인상적이다(마태 26, 66-75). 어두움과 악의 힘을 내쫓는 수탉의 울음은 죄와 죽음을 극복하는 상징이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전날 밤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마태 26, 34).  베드로는 펄쩍 뛰면서 부인했지만 실제로 예수님께서 예언한 대로 되었다. 베드로가 안뜰 아래쪽에 있는데 대사제의 하녀 하나가 와서, 불을 쬐고 있는 베드로를 보고 그를 자세히 살피면서 말했다. "당신도 저 나자렛 사람 예수와 함께 있던 사람이지요?" 그러자 베드로는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겠소" 하고 부인했다. 베드로가 바깥뜰로 나가자 닭이 울었다(마르14, 66-68).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종말에 앞선 여러 환란,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인자'의 재림에 대해서도 닭을 언급했다.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새벽일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르 14,35).

 

그래서 초대 그리스도교 때 묘지의 석관 위에 그려져 있는 닭은 죽음의 밤 뒤에 오는 새로운 날, 부활을 상징한다. 또한 수탉은 새벽에 울기에 경계, 조심스러움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아침나절에 들었던 수탉이 우는 소리가 그립다.

 

[평화신문, 2007년 1월 1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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