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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생명력의 상징 버드나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3 조회수4,586 추천수0

[성경 속 동식물] 33 - 생명력의 상징 버드나무

 

 

- 버드나무는 모든 식물 중 가장 늦게까지 잎을 피운다. 경남 창녕 우포늪지에서 한겨울이 되도록 푸른 잎을 간직하며 자라는 갯버들.

 

 

버드나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예로부터 우리와 친근하게 가까이 살아왔다. 우리 조상들은 모친상을 당하면 버드나무 지팡이를 짚었다.

 

버드나무는 재질이 부드럽고 연해 늘 여자에 비유했다. 버드나무는 20~80m 높이까지 자랄 수도 있다. 버드나무는 우물가에 잘 심는 나무다. 우물가에 심으면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무성하게 뻗은 버드나무 잔뿌리가 우물물을 정화해 주는 작용도 하기 때문이다. 청년 화랑 김유신이 목이 말라 우물가의 처녀에게 물을 달라고 하자 물바가지에 버드나무잎을 몇 잎 띄워 줬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번식력이 강한 버드나무는 일찍부터 생명의 상징이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포도 농사꾼들은 포도밭에 버드나무를 함께 심었다. 그 이유는 포도나무를 보호하고 버드나무 생명력이 포도나무에 옮겨져서 풍성한 포도송이를 맺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버드나무는 열매를 맺기 전에 꽃이 지는 것처럼 보여 수정을 하지 않고 생명력을 전해가는 '순결한 나무'라고 생각했다.

 

로마인들은 버드나무를 땅에 심은 신의 생명력의 상징이라 보았다. 버드나무가 번식력이 뛰어나고 잘 자라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노는 어두운 측면으로 눈을 돌려 바빌론의 강변에 있는 버드나무를 노예로 붙잡힌 이스라엘 백성을 빗대어 현세적이고 지상적인 것에 갇혀 있는 인간에 비유했다.

 

구약성경에는 버드나무가 여러 곳에 등장한다. 버드나무는 초막절에 야훼께 드리는 네가지 식물 중 하나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고 과일과 포도 수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기 위해 축제를 지냈다.

 

"땅의 소출을 거두고 난 다음, 너희는 일곱째 달 보름날부터 이레 동안 주님의 축제를 지내야 한다. 첫날은 안식의 날이고 여드레째 되는 날도 안식의 날이다. 첫날 너희는 좋은 나무의 열매와 야자나무의 가지와 무성한 나무의 줄기와 갯버들을 마련하고, 주 너희 하느님 앞에서 이레 동안 즐거워하여라"(레위 23,39-40).

 

바빌론 유배 때 이스라엘 자손들은 포로 생활을 하는 동안 깊은 비애에 사로잡혀 노래를 불렀다. "바빌론 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 흘렸다. 그 언덕 버드나무 가지 위에 우리의 비파를 걸어놓고서"(시편 137,1-2). 비파를 노예로 끌려간 나라의 나무에 거는 것은 상징적 의미로 하느님께 희생물을 바치는 것이다.

 

버드나무를 상징적으로 국가의 성장과 번영과 결부하기도 했다. 이사야서는 "나는 목마른 땅에 물을 부어주고 메마른 곳에 시냇물이 흐르게 하리라. 나는 너의 후손 위에 내 영을 부어주고 너의 새싹들에게 나의 복을 내리리라"(이사 44, 3-4)고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도를 바치면서 버드나무 가지를 쥐었는데 이것은 비와 풍요와 생명에 대한 원의를 드러내는 행위였다.

 

초대교회 전설에 의하면, 유다는 예수님을 배반한 후 버드나무에 목을 매어 죽었다고 한다. 그리스도교의 성인화에서도 버드나무는 욕망과 죽음을 상징한다.

 

보통 나무는 뿌리가 진펄이나 물 속같이 공기가 부족한 곳에서는 견디지 못하는데, 버드나무만은 예외이다. 버드나무는 강기슭에서 뿌리의 일부가 물에 씻기면서도 끄떡없이 잘 산다. 따라서 줄기만 손상되지 않으면, 가지를 아무리 잘라 내어도 또다시 돋아나서 결코 말라 죽는 일이 없어서 버드나무는 그리스도교 복음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즉, 그리스도 교회는 아무리 박해를 받아도 일단 뿌리만 내리면, 소멸되지 않고 계속 번성해 가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07년 1월 2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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