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동식물] 36 - 이단과 악마의 상징인 전갈
뱀과 함께 지옥, 죽음 표현에 사용 - 전갈은 소름끼치는 모습으로 예로부터 암흑의 상징, 위험한 힘의 상징, 죽음의 상징이 되었다. 초여름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인 전갈자리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그레타섬의 오리온이 같이 사냥하던 사냥의 여신 알테미스에게 "이 세상에 퇴치 못할 동물은 하나도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 소식을 들은 제우스신의 부인 헤라 여신이 크게 화를 내며 큰 전갈을 보냈다. 무서운 독을 품고 있는 전갈이 오리온을 찔러 죽인 공을 세워서 별자리로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별자리 중에서 오리온자리는 전갈자리가 동쪽 하늘에 나타나면 무서워서 서쪽 지평선으로 급히 빠져 버린다는 전설이 있다. 하늘의 별자리 중에서 가장 그 이름에 걸맞는 별자리가 바로 이 전갈자리일 것이다. 전갈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100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대부분 전갈 종류가 독을 지니고 있으나 사람에게 해를 끼칠 만한 독을 지니고 있는 것은 20여 종에 불과하다. 전갈은 거미류 중에서 가장 기원이 오래된 것으로 본다. 대부분 열대와 아열대지역에 분포하며 사막에 사는 것이 많으나 습한 삼림지대에 사는 종도 적지 않다.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돌이나 나무밑 또는 구멍 속에 숨어 산다. 몸은 머리, 가슴과 긴 배로 나뉘며 두꺼운 껍질로 덮여 있다. 육식성으로 거미, 파리 등 주로 무척추 동물을 잡아먹는다. 일부 전갈은 작은 척추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전갈은 자신의 집게로 먹이감을 잡고 독침으로 찔러 죽인다. 근동 지방의 전갈은 보통 집게발과 독침으로 무장한 꼬리를 갖고 있다. 몸 길이는 대략 15cm정도다. 전갈은 소름끼치는 모습으로 예로부터 암흑의 상징, 위험한 힘의 상징, 죽음의 상징이 되었다. 길가메쉬 서사시에는 두 명의 무서운 전갈 인간이 지옥 문지기로 등장할 정도다. 팔레스티나에서도 전갈은 사람들이 가장 두렵게 여기던 동물이었다. "불과 우박과 굶주림과 죽음 이 모든 것도 징벌을 위해서 창조되었다. 맹수의 이빨과 전갈과 독사와 불경스런 자들에게 벌을 내려 파멸시키는 칼, 이것들은 주님의 명령을 기꺼이 받아들여 땅 위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가 때가 되면 그분의 분부를 어김없이 실천한다"(집회 39,29-31). 하느님 말씀을 거스르고 부패한 이스라엘 민족을 가시와 찔레 및 독이 있는 전갈로 비유하기도 했다. "너 사람의 아들아,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이 하는 말도 두려워하지 마라. 비록 가시가 너를 둘러싸고, 네가 전갈 떼 가운데에서 산다 하더라도, 그들이 하는 말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얼굴을 보고 떨지도 마라"(에제 2,6). 신약성경에서도 전갈은 기분 나쁜 것, 악한 것, 악마적인 것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루카 10,19). 뱀과 전갈은 지옥이나 죽음을 상징한다. 빵과 돌이 우리들 존재의 생과 죽음를 암시하고 있듯이, 달걀과 전갈도 마찬가지로 사용되었다.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루카 11,12) 초대교회부터 전갈의 독에 쏘이면 인간 생명을 잃는다는 사실 때문에 전갈은 이단과 악마 등 부정적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예수님을 처형하는 장면의 성화에서 로마 병사들의 깃발과 방패에 전갈이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요즘 전갈처럼 동물의 독이 항암제 등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이처럼 인생에서도 독이 약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평화신문, 2007년 2월 1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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