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실

제목 [식물] 가시 면류관을 만든 가시나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3 조회수5,819 추천수0

[성경 속의 동식물] 39 - 가시 면류관을 만든 가시나무

 

 

- 장동호 작 '사형선고 받으심', 1994, 서울 명동성당.

 

 

가시 면류관은 예수님께서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처형될 때 예수를 조롱하려고 로마 군인들이 왕관 대신 가시로 엮어 그에게 씌워준 관이다(마태 27,29). 본래 면류관은 왕이나 군주가 통치의 상징으로 쓰는 관이다.

 

예수님이 수난을 당할 때 병사들은 예수님께 자주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머리에 씌운 다음 '유다인의 왕 만세'하고 외치면서 조롱했다(마르 15,17). 그 이후 이 가시관은 예수님이 유다인의 왕으로 불렸음을 상징하고 수난과 고통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예수님 가시관을 무슨 나무로 만들었을까? 물론 그동안 논란도 많았지만 어떤 나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예루살렘에는 적어도 12가지 이상의 가시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초대 그리스도교 전통은 대추나무로 가시면류관을 만들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나무를 "그리스도의 가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나무는 사마리아와 남부 이스라엘에서 아주 흔한 나무다. 이 나무는 현재도 지중해 연안, 즉 레바논, 팔레스티나, 시나이 등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예루살렘 모리아산 동쪽 경사진 면과 골고다 계곡 등에서 흔히 자라고 있다.

 

우리는 가시라 하면 일반적으로 장미과 식물의 날카로운 가시를 연상하기 쉽다. 그런데 이 대추나무는 가지가 길게 자라면 늘어지는 성질이 있다. 나무의 가시는 단단해 바늘처럼 날카롭고 예리하나 길이는 짧은 편이다. 이 나무 열매는 대추야자나 무화과처럼 훌륭하고 귀한 과일은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과수였으므로 도처에 심어서 가꾸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 대추나무는 가시가 있어도 머리에 맞게 둥굴게 엮는데도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 로마 병사들이 칼로 쉽게 잘라서 가시관을 틀어 엮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성경에서 가시가 있는 나무는 수십 종류에 이르며 여러 가지 비유에 사용했다. 성경에서는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표현에서부터 위협과 위험의 가시나무 이미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성경에 나오는 가시나무는 항상 부정적으로 사용했다. 주로 형벌과, 무가치함과 비생산적인 것을 강조하려고 사용했다. "게으름뱅이의 길은 가시밭 같지만 올곧은 이들의 앞길은 잘 닦여 있다"(잠언 15,19).

 

또한 가시나무는 가치가 없어 버리거나 태워버려야 한다고 비유한 대목도 있다. "가시나무와 엉겅퀴를 내게 되면 쓸모가 없어서 오래지 않아 저주를 받고, 마침내는 불에 타 버리고 맙니다"(히브 6,8). 예수님 비유 중에는 가시밭에 떨어진 씨에 대한 언급도 있다(마르 4,18-19).

 

사순절을 지내면서 예수님 고난의 시작인 가시 면류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시관은 조롱과 모욕의 대명사인 동시에 인류 구원을 이루는 승리의 월계관이기도 하다.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분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서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하며 조롱하였다" (마태 27,29). "예수님께서 가시나무 관을 쓰시고 자주색 옷을 입으신 채 밖으로 나오셨다. 그러자 빌라도가 그들에게 '자, 이 사람이오'하고 말하였다"(요한 19,1-5).

 

명동성당 사제관 앞에 보면 예수님께서 가시관을 쓰신 큰 석상이 있다. 특이한 것은 예수님 머리 부분에 철근과 큰 쇠 못으로 가시관을 만들어 놓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석상 밑 부분에 세 개의 굵은 쇠못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그 큰 쇠못을 보면 우리 죄인들이 가시관도 모자라 예수님에게 못을 박고 있다는 통회가 절로 된다.

 

[평화신문, 2007년 3월 1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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