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53 - 부기와 열을 가라앉히는 수박 수박은 무더운 여름철에 더위를 식혀주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수박에 관한 재미있는 속담도 많다. 우리가 많이 쓰는 '수박 겉 핥기'는 일이나 물건의 본질은 모르고 겉만 건드리는 것을 빗댄 말이다. 수박은 겉을 핥아 보아야 아무런 맛도 느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수박 먹다 이 빠진다"는 속담은 운이 나쁘면 대단치 않은 일을 하다가도 큰 해를 당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되는 집에는 가지나무에 수박이 열린다"는 말도 있는데 운이 좋아 잘 돼가는 집에서는, 언제나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수박의 원산지는 열대 아프리카로 추정되는데, 고대 이집트에서도 재배했다. 중국에는 900년경에 전래되었고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몽고에 귀화해 고려인을 괴롭힌 홍다구(洪茶丘)가 처음으로 개성에다 수박을 심었다고 한다. 겉과 속이 다른데다 오랑캐가 가져온 과일이라 해서 조선 초까지 선비들은 수박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수박은 수분 함량이 높아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수박을 먹으면 갈증을 풀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수박은 건강에도 아주 탁월한 과일이다. 수박은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고 당질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수박에 들어 있는 당질은 주로 포도당과 과당의 형태라 몸에 잘 흡수되며 지친 몸을 회복시켜준다. 수박은 몸 속의 노폐물들이 자연스럽게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해주고 부기도 가라앉히기에 한방에서는 수박을 신장염, 방광염, 요도염 등 신장 계통 질환에 이용한다. 또 해열 및 해독 효과도 있어 일사병이나 더위를 먹었을 때 수박을 먹으면 좋다. 수박은 온도가 낮을수록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차갑게 해서 먹어야 더 맛있다. 그러나 수박은 본래 찬 성질을 갖고 있어 너무 많이 먹으면 구토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성경에는 단 한 번 민수기에 수박이 등장한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불평을 터뜨리며 이집트땅에서 먹던 음식을 생각하는 대목에서 수박이 등장한다. "그들 가운데에 섞여 있던 어중이떠중이들이 탐욕을 부리자, 이스라엘 자손들까지 또 다시 울며 말하였다.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먹여 줄까?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공짜로 먹던 생선이며,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생각나는구나. 이제 우리 기운은 떨어지는데, 보이는 것은 이 만나뿐, 아무것도 없구나" (민수 11,4-6). 수박은 아프리카의 사막지대에서 신석기 시대에 이미 재배되었던 식물이었다. 이집트에서도 4000년전부터 재배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오늘날 남아 있는 벽화에서 밝혀지고 있다. 그리스에는 3000년전에 건너갔고, 로마에는 기원 초기에 전파됐다. 수박은 주로 지중해 연안에서 재배했다. 수박은 오늘날 오이나 메론처럼 이집트나 팔레스티나, 중동지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이집트인들에게는 수박은 식물인 동시에 음료이면서 또한 약이 되기도 했다. 수박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열을 식히는 중요한 과일이었다. 여름에 가장 인기있는 과일은 수박이 아닐까? 한여름밤 가족이 둘러앉아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수박화채를 먹던 추억이 그립다. 그러나 수박도 많이 먹으면 탈수가 심해져서 죽는 경우도 생긴다고 하니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평화신문, 2007년 6월 2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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