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54 - 온순하고 영리한 코끼리 생텍쥐페리(1900~1944)의 유명한 소설 「어린왕자」에 코끼리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왕자가 여섯 살 때 색연필로 그린, 코끼리를 통째로 삼키고 그걸 소화시키느라 여섯 달 동안 잠을 자는 보아뱀 그림은 아주 인상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아뱀은 중남 아메리카에 살기에 코끼리를 만날 확률이 적을뿐 아니라 몇톤이나 되는 코끼리를 삼키기 불가능할 것이다. 코끼리는 육지에서 사는 가장 큰 동물이다. 코끼리 피부는 두껍고 털이 매우 적고, 코는 원기둥 모양이고 매우 길며, 코 끝으로 작은 물건을 집을 수도 있다. 코끼리는 영리하고 온순하여 사람에게 잘 사역된다. 코끼리 위턱에 길게 뻗은 두 개의 어금니인 상아는 예전부터 공예품ㆍ인장ㆍ피아노 건반 등의 소재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하게 여겨왔다. 고대 히브리인, 아시리아인, 페니키아인, 이집트인 등이 취급한 상아에는 인도 상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상아도 끼어 있었다. 고대의 상아는 대체로 코끼리의 진짜 앞니일 것이다. 성경에는 코끼리는 상아를 가진 동물로 기록되어 있다. 고대에는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모양을 가지고 있는 코끼리가 팔레스티나에 서식했었다고 본다. 솔로몬 시대에 이 동물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솔로몬은 상아로 왕좌를 만들었다는 기사도 있고(2역대 9,17) 아합 왕은 상아궁을 지었다고 한다(1열왕 22,39). 상아궁은 상아로 지은 궁전이라는 뜻이 아니라 상아와 귀중한 장식재를 많이 이용해서 궁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는 뜻이다. 아가서에서는 은유적 표현으로 상아를 표현했다. "그이의 팔은 보석 박힌 금방망이. 그이의 몸통은 청옥으로 덮인 상아 조각이랍니다"(아가 5,14). 성경에서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마카베오기에 나온다. 실제로 시리아군은 수 만의 군사와 코끼리 기병을 이용해서 이스라엘군을 자주 침략하고 약탈했다. 벳 즈카르야의 전투에는 코끼리 기병을 이용한 전투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전한다. "코끼리들을 잘 싸우게 하려고 포도즙과 오디 즙을 보여 자극시키고 나서, 그 짐승들을 전열에 나눠 배치했다. 그들은 코끼리마다, 쇠사슬 갑옷으로 무장하고 머리에는 청동 투구를 쓴 보병 천 명을 배열시켰으며, 또 코끼리마다 정예 기병 500명도 배치했다. 코끼리가 있는 곳에는 어디나 기병들이 먼저 가 있었고, 코끼리가 이동하면 함께 이동하여 코끼리를 떠나는 일이 없었다. 코끼리 등에는 단단한 나무 탑을 얹어 덮고, 그것들을 특별한 기구로 고정시켰다. 나무 탑에는 전투를 벌이는 군대의 병사 네 명과 인도 사람 하나가 타고 있었다"(1마카 6,34-37). 마카베오기 상권에는 하우아란이라고 하는 엘아자르의 용감한 행동이 전해진다. 그는 적군의 임금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커다란 코끼리의 배를 찔러 죽이고 그도 그 코끼리의 밑에 깔려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적군들이 퇴각하기도 했다(1마카 6,43-47). 이처럼 마카베오기에는 곳곳에 코끼리 기병에 대한 기사가 전해진다. 대개는 코끼리를 길들여 성벽이나 성 문을 공격할 때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평화신문, 2007년 7월 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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