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59 - 귀하고 비싼 사프란
카인과 유다의 수염색 사프란은 음식에 맛이나 색을 내는 데 쓰인다. 지중해와 동양에서는 여러 요리 등에 색을 내고 맛을 가하는 향신료로 사용한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사프란을 집회장ㆍ궁정ㆍ극장ㆍ욕실 등에 향수로 뿌렸다. 네로 황제가 로마로 들어갈 때 로마 시내 거리에도 사프란을 뿌렸다고 한다.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 소아시아, 이란 등지며 이란과 카슈미르에서 오랫동안 재배한 사프란이 몽골족의 침입 때 중국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사프란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다. 한국에서 사프란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원예용이나 약용으로 심고 있다. 꽃은 줄기 끝에 한 송이씩 10~11월에 피는데, 꽃이 활짝 피었을 때 꽃을 따 즙을 짜내어 약으로 쓰거나 암술대 윗부분을 잘라 말려 약으로 쓰는데, 꽃 말린 것을 번홍화(蕃紅花)라 해 진정제, 진통제로 쓴다. 사프란은 구약성경의 아가서 4장에 소개된다. "나르드와 사프란 향초와 육계 향 온갖 향나무와 함께 몰약과 침향 온갖 최상의 향료도 있다오"(아가 4,14). 사프란은 염료로도 귀중하게 쓰이는 식물이다. 사프란의 어원은 노란색이라는 뜻의 아랍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이 식물이 황금색의 염료라는 것을 말해준다. 사프란의 가격은 같은 무게의 금과 대등한 값으로 매겨졌다고 한다. 사프란은 마르면 실같이 가늘어진다. 1그램의 사프란을 얻으려면 500개의 암술을 따서 말려야 한다. 더욱이 하나씩 손으로 암술을 따야 하므로, 인건비가 가중되어 금값처럼 비싼 것이다. 고가인 사프란은 향기로운 황금색의 아름다운 염료로서, 로얄 칼라라 해서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에는 왕실의 영예와 고귀함의 상징으로 왕실 의상을 염색하는 데 사용했다. 사프란의 재배 역사는 아득히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레타섬의 옛 크노스궁전의 벽화에 사프란을 따는 사람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사프란의 염료는 의류뿐만 아니라, 음식물의 착색제 및 향미료로 과자, 술, 음료수 및 여러 가지 요리에 쓰인다. 그러므로 유럽 음식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식물이다. 사프란은 옛부터 귀중한 약초로 천연두의 약이었다고도 하며, 빈사 상태의 환자라도 사프란차를 먹으면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약효를 높이 평가했다. 한방에서도 우울증 치료에 쓰고 아랍에서는 지금도 실내에 두고 우울증을 없애는 데 이용한다. 사프란 향기는 기분을 명랑 쾌활하게 만들기에 가슴이 뛰고 현기증이 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중세에 와서 유럽에 사프란의 수요가 많아지자 가짜 사프란을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 14세기에 독일에서는 가짜 사프란을 만드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포고할 정도였다. 사프란이 너무 비싸다 보니, 이것을 사용할 수 없는 계층에서 시기하게 됐다. 그래서 사프란의 색을 '반역자 수염의 색'이라고 빗대기도 하고 동생을 죽인 '카인'과 예수를 판 '유다'의 수염색이라고 했다. 사프란에 대한 증오와 선망이 동시에 잘 나타난 표현이다. [평화신문, 2007년 8월 1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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