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58 -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박하 박하는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습기가 있는 들판 등지에서 자란다. 박하는 동양종과 서양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동양종은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 사할린, 코카서스 등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박하'를 말한다. 유럽이 원산지인 서양박하는 자극성의 풍미가 후추를 연상시켜 '페퍼민트' 즉 '후추박하'라고 하며 향료나 향미료 등으로 쓰인다. 박하는 산뜻하고 투명한듯한 청량감이 있는 풍미가 특징이며 이것은 주성분인 멘톨에서 비롯된다. 잎을 주무르거나 갈아 으깨서 박하소스ㆍ박하젤리에 사용하는데, 특히 양고기 요리 등에는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다. 사탕, 소스, 디저트와 초콜릿에도 첨가해서 산뜻한 맛을 즐긴다. 아랍의 여러 나라에서는 일상 음료로 박하차를 마신다. 박하는 기원전 1550년께 이집트에서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기원전 1200~1600년대에 고대 이집트의 오래된 무덤에서도 발견됐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쟁 중에 박하를 먹거나 심는 것을 금했다. 박하가 몸을 차게 하고, 군인의 용기와 정신도 냉각시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박하잎을 발한, 해열, 진통, 건위, 해독제로 사용한다. 예로부터 긴히 쓰인 약초인 것이다. 감기나 위장병의 약으로 달여서 페퍼민트차를 마시기도 했는데 가을부터 매일 마시면 겨울에 감기를 앓지 않는다고 한다. 페퍼민트 오일은 구취를 방지하는 효과가 뛰어나 서기 6세기경부터 이를 닦는 치약재료로 이용했다. 또 유연제(린스)에도 적합해 옛날부터 비듬을 없애는 목적으로 식초와 섞어서 이용하기도 했다. 박하 냄새를 싫어하는 쥐를 식품창고에서 퇴치할 때에도 사용한다. 이처럼 박하는 인류가 가까이에 두고 이용한, 역사가 오랜 향료식물이다. 유다인들도 박하를 향료로 사용했다. 회당 마루에 박하 잎을 깔고 그 위를 걸어다녀서 향이 퍼지는 것을 즐겼다는 기록도 있다. 유다인의 율법서에는 향료식물, 약용식물 등의 십일조를 회당에 바치는 규정이 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세세한 율법을 잘 지키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 같은 아주 중요한 율법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그들은 마음은 어떻든 상관없고, 그저 남들 보기에 옳게만 보이면, 그래서 십일조를 열심히 지키고 단식과 안식일 법만 잘 따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율법의 내용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율법까지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실생활에서는 율법의 참다운 정신에서 벗어난 것을 꾸짖는 예수님의 비유 말씀에서 두 번 등장한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십일조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을 실행해야만 했다"(마태 23,23).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는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십일조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루카 11,42). [평화신문, 2007년 8월 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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