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66 - 신이 축복한 식물 아마
예수님 시신 쌌던 그 옷감 아마는 기원전 5000년께 고대 이집트에서도 재배했을 정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물섬유 중 하나다. 기원전 3000~2500년께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 때 아마포로 시체를 쌌던 것으로 생각된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며 유럽의 대표 섬유식물이다. 1년생 초인 아마는 저온에서도 잘 자란다. 가는 줄기는 1m 남짓 자라고 줄기의 안쪽 껍질에 희고 질긴 섬유가 있다. 이것을 물에 담궈 발효시켜서 고무질을 분리하기 쉽게 만들고 다시 건조시킨 다음에 두들겨 비벼서 섬유질만 남긴다. 이것을 실로 만들어 구두나 가방, 돛을 꿰매는데 쓰기도 하고 노끈, 밧줄로 만들거나 등잔, 양초의 심지로도 사용한다. 아마로 짠 천인 아마포는 아주 귀한 것이었다. 중세 유럽에서도 귀중한 혼수감의 하나였고, 결혼 후에도 재산 목록에 오를 정도였다고 한다. 아마 섬유는 가늘면서도 길어 보푸라기가 일지 않으며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있다. 또 수분 흡수가 잘 되고, 발산 건조가 빨리 되기에 여름옷을 만드는 최상의 소재였다. 시원한 청량감에 촉감도 좋아서 유아나 여성의 속옷, 셔츠, 손수건, 침대 시트 등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아마의 섬유는 지폐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기름을 짠 깻묵은 가축 사료가 되고 줄기는 연료로 쓰인다. 아마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야말로 신이 축복한 식물이다. 성경에서도 아마는 주요 작물로 등장한다. 아마 재배는 보리와 같은 시기에 했다. 하느님께서 파라오와 이집트 땅에 일곱 번째 재앙인 우박을 내리시자 들의 풀과 나무가 모조리 쓰러졌다. "마침 보리는 이삭이 패고 아마는 꽃이 피어 있었으므로, 아마와 보리는 못 쓰게 되고 말았다"(탈출 9,31).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성막사 건축을 명하시고 성막과 휘장 등을 아마포로 만들도록 지시하신다(탈출 26,1. 31-36). 레위 제사장의 성막제사 때에 입는 옷도 아마포로 만들었는데, 성막 밖에 나갈 때는 성막에 벗어 걸어두고 나가게 했다(에제 44,17~18). 아마는 정결의 대명사였고 아마포 옷은 부자나 귀족의 옷감이었다. 파라오는 요셉을 제상의 자리에 앉히고 자기 손에서 인장 반지를 빼어 요셉의 손에 끼워 주고는, 아마 옷을 입히고 목에 금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창세 41,42). 라합은 예리코를 살피러 온 이스라엘 정탐꾼을 지붕 위에 널어놓은 아마 줄기 속에 숨겨 두었다(여호 2,6). 당시도 아마에서 섬유를 채취해 천을 짰음을 알 수 있다. 삼손을 묶었던 밧줄도 아마로 만든 것이었다(판관 15,14). 아마는 한때 지금의 화폐처럼 지불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처럼 중요하게 여겼기에, 남의 밭의 아마를 훔쳐서 싣고 가면, 동일량의 물건이나 같은 값의 속죄금 외에도 벌금을 물리는 율법까지 있을 정도였다. 예수님의 시신을 쌌던 옷감은 무엇일까? 바로 아마포였다. "그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다"(요한 19,40).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처음 눈으로 확인하게 한 것도 아마포라 할 수 있다. "베드로는 일어나 무덤으로 달려가서 몸을 굽혀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아마포만 놓여 있었다. 그는 일어난 일을 속으로 놀라워하며 돌아갔다"(루카 24,12). [평화신문, 2007년 10월 7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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