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68 - 부활을 상징하는 편도나무
거룩한 불사의 나무 아시아 남서부가 원산지인 아몬드는 장미과에 속한다. 터키 등지에서 4000년 전부터 아몬드를 재배했으며 납작한 복숭아와 비슷하게 생겼다 해서 편도(扁桃)라 부른다. 실크로드를 따라 16세기 경에 중국에 들어왔고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로 재배하기 시작한 다음 아몬드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편도나무는 복숭아보다 좀 더 크고 오래 사는데, 꽃이 필 때면 아주 아름답다. 편도에는 단맛이 나는 감편도(甘扁桃)와 쓴맛이 나는 고편도(苦扁桃)의 두 가지 계통이 있다. 식용으로 사용하는 감편도는 날 것으로 먹거나 껍질을 벗겨 요리나 과자를 만들 때 쓴다. 아몬드에는 단백질, 철분, 칼슘, 인산, 비타민 B가 소량 들어 있고 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라헬을 아내로 맞기 위해 장인 라반의 집에서 20년 동안 궂은일을 도맡아 한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이야기에 편도나무가 등장한다. 야곱은 라반에게 검은 새끼 양, 점 박히고 얼룩진 염소를 자신의 몫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때 편도나무가 등장하는데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였던 것 같다. "야곱은 은백양나무와 편도나무와 버즘나무의 싱싱한 가지들을 꺾고, 흰 줄무늬 껍질을 벗겨 내어 가지의 하얀 부분이 드러나게 하였다. 그런 다음 껍질을 벗긴 가지들을 물통에, 곧 양들과 염소들이 물을 먹으러 오는 물구유에 세워, 가축들이 그 가지들을 마주 보게 하였다. 그런데 양들과 염소들은 물을 먹으러 와서 짝짓기를 하였다. 양들과 염소들은 그 가지들 앞에서 짝짓기를 하여 줄쳐진 것, 얼룩진 것, 점 박힌 것들을 낳았다"(창세 30,37). 요셉이 이집트로 팔려간 후에 총리가 되었을 때, 이스라엘에 가뭄이 들었다. 야곱의 아들들이 이집트로 식량을 구하러 갔다. 형들을 알아본 요셉이 정탐꾼 누명을 씌워 막내 동생 베냐민을 데려오라고 시므온을 인질로 잡아두었다. 야곱은 아들을 찾으려고 막내를 보내면서 귀한 예물을 보냈는데 여기에 편도(아몬드)가 있었다. "아버지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정 그렇다면 이렇게 하여라. 이 땅의 가장 좋은 토산물을 너희 포대에 담아 그 사람에게 선물로 가지고 내려가거라. 약간의 유향과 꿀, 향고무와 반일향, 향과와 편도를 가져가거라'"(창세 43,11). 편도는 그 때까지만 해도 이집트에는 없었던 귀한 과일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산 약 200년 동안에 아몬드가 이집트에 퍼졌다고 볼 수 있다. 모세가 40일 동안 시나이산에 올라가 머물다 내려와서, 하느님 명령대로 성막과 지성소를 세우며 황금촛대를 만들 때였다. 장식용 디자인에 사용된 모델이 아몬드 꽃, 가지, 마디 등이었다(탈출 25, 31-40). 아몬드는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봄의 선구자로서, 죽은 것 같은 가지에서 갑자기 꽃이 활짝 피어난다.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예레미야야, 무엇이 보이느냐?' 내가 대답하였다. '편도나무 가지가 보입니다.'"(예레 1,11). 유럽사람들은 편도나무는 죽음을 면하게 했던 거룩한 나무로, 불사와 부활을 상징하는 나무로 생각했다. 편도(아몬드)는 지금도 유다인들의 촛대 도안으로 전승되어 이스라엘 민족의 상징이 되고 있다. [평화신문, 2007년 10월 2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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