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72 - 하느님이 마련하신 메추라기
만나와 함께 주신 귀한 식량 꿩과에 속하는 한국의 대표적 사냥새 메추라기는 작고 뭉툭한 몸집에 짧은 꼬리가 특징이다. 등은 갈색 바탕에 연한 황색의 가로 및 세로무늬가 가득하며 배는 연한 황갈색 바탕에 붉은빛 또는 검은 가로무늬가 있다. 풀씨, 낟알, 곤충류, 거미류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 잡식성 조류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메추라기의 알이 강장식품으로 애용된 적이 있다. 요리에 많이 이용하는데 모양이 작고 예뻐서 요리 장식용으로도 많이 쓴다. 메추라기는 대표적인 겨울새로 번식기에는 일부일처로 생활한다. 부화 직후의 새끼는 온몸에 어린 솜털이 빽빽이 있다. 이 새는 유럽 전 지역과 아시아 서쪽에서 주로 번식한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이집트에서 탈출해 광야를 지날 때 메추라기를 먹었다. 하느님께서 배고픔에 주리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을 배불리 먹이신 것이 바로 이 메추라기였다. 메추라기는 보통 1년에 두 번 정도는 시나이 반도를 통과한다. 이스라엘 백성의 그 부르짖음을 들으신 하느님께서 이 메추라기를 내려 주셨다. "그날 저녁에 메추라기 떼가 날아와 진영을 덮었다. 그리고 아침에는 진영 둘레에 이슬이 내렸다"(탈출 16,13).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의 가나안 땅에 도착할 때까지 사십년 동안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도록 해주셨다. 메추라기는 단거리는 힘들지 않게 날아다니지만 장거리는 바람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그래서 성경에는 하느님께서 메추라기를 몰아 오신 것으로 표현한다. "그때 주님에게서 바람이 일어나, 바다 쪽에서 메추라기를 몰아다가 진영을 돌아가며 진영 이쪽과 저쪽으로 하룻길 되는 너비로 떨어뜨려, 땅 위에 두 암마가량 쌓이게 하였다. 그러자 백성은 일어나 그날 온종일 밤새도록, 그리고 이튿날도 온종일 메추라기를 모았는데, 적게 거둔 사람이 열 호메르를 모았다. 그들은 그것들을 진영 둘레에 널어놓았다"(민수 11,31-32). 메추라기는 성경에서 만나와 함께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시는 음식으로 대변된다. "그러나 당신의 백성에게는 당신께서 그 징벌과는 반대로 은혜를 베푸시고 그들의 식욕을 채워 주시려고 놀라운 맛이 나는 음식, 메추라기를 마련해 주셨습니다"(지혜 16,2). 시편에서도 이 사건을 기억하는 구절이 있다. "그들이 청하자 메추라기 떼를 불러오시고 하늘의 빵으로 그들을 배불리셨다"(시편 105,40). 그런데 민수기에서는 하느님이 마련하신 메추라기 기적이 탐욕스런 사람에 대한 징벌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고기를 다 씹기도 전에, 주님께서 백성에게 진노하셨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매우 큰 재앙으로 백성을 치셨다. 그래서 그곳 이름을 키브롯 타아와라고 하였다. 탐욕스러운 백성을 그곳에 묻었기 때문이다"(민수 11, 33-34 참조). 아무리 좋은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은총이라도 겸손하지 못하고, 인간이 욕심을 갖게 되면 징벌로 다가온다는 것은 늘 마음에 새겨야 하는 교훈이 아닐까. [평화신문, 2007년 11월 1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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