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73 - 귀소성이 강한 제비
제비 돌아오듯 주님 품으로 제비는 여름철새다. 벼랑이나 처마밑에 진흙으로 둥지를 만들어서 번식하며, 곤충을 잡아먹는다. 천적으로는 둥지를 빼앗는 참새가 있다. 제비는 흔한 여름새로 이동할 때나 번식 초기에는 암수 또는 단독으로 생활하나 번식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무리를 짓고 거의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건물이나 교량의 틈새에 둥지를 트는데, 보통 한 집에 1개 둥지를 짓고 매년 같은 둥지를 고쳐서 사용한다. 중국인이 진미(珍味)로 여기는 제비집 요리는 해조류와 작은 물고기로 높은 절벽에 집을 짓는 제비집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제비는 귀소성이 강해 여러 해 동안 같은 지방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제비가 높이 날면 날씨가 쾌청하고 낮게 날면 비, 계속 지저귀며 낮게 날 때는 태풍의 예고라고 한다. 흔히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습기 때문에 몸이 무거워진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제비가 낮게 날기 때문이라고 한다. 먹이는 파리ㆍ딱정벌레ㆍ매미 등 날아다니는 곤충이 주식이다. 제비는 예로부터 한국에서는 유익함을 주는 길조로 여겨 왔다. 특히 봄에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 주는 새다. 제비가 새끼를 많이 낳으면 농사가 잘 된다고 해서 이 새의 다산을 길조로 여겼다. 제비는 가을이 되면 피하지방층이 생기면서 체중이 22∼26%나 늘어나 먹지 않고도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다. 약 560㎞나 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날 수 있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성경에서 제비는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제비는 3월에서 11월께까지 팔레스티나에 거주하며 겨울이 돌아오면 그곳에서 다시 남방의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한다. 겨울에도 요르단 골짜기의 따뜻한 지대에 남아 있는 제비의 종류가 있다. 이 제비는 복부가 희지 않고 밤색이다. 성경시대 제비들은 성의 돌담이나 회당의 탑, 또는 예루살렘 신전의 구내 등에 집을 지었다. 그 집 속의 새끼는 어미새가 오랫동안 키운다. 시편의 저자는 제비가 둥지를 트는 모습을 보고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만군의 주님 저의 임금님, 저의 하느님 당신 제단 곁에 참새도 집을 마련하고 제비도 제 둥지가 있어 그곳에 새끼들을 칩니다"(시편 84,4). 유다 왕 히즈키야는 자신의 고통을 제비의 울음에 비유하고 있다. "저는 제비처럼 두루미처럼 울고 비둘기처럼 탄식합니다. 위를 보느라 제 눈은 지쳤습니다. 주님, 곤경에 빠진 이 몸, 저를 돌보아 주소서"(이사 38,14). 제비의 강한 귀소성을 나타내며 이스라엘 백성의 하느님께 대한 불충을 언급한 대목도 있다. "하늘을 나는 황새도 제철을 알고 산비둘기와 제비와 두루미도 때맞춰 돌아오는데 내 백성은 주님의 법을 알지 못하는구나"(예레 8,7). [평화신문, 2007년 11월 2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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