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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열왕기: 남북왕국시대 - 대 예언자 엘리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1 조회수4,607 추천수1

[성서의 세계] 열왕기 - 남북왕국시대Ⅱ- 대 예언자 엘리야

 

 

7. 예언자들의 활동

 

이스라엘 남북왕국 시대(기원전 933~722년)의 중요한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예언자들의 등장이다. 예언자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분의 말씀을 동시대同時代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선포하였던 하느님의 사람을 말한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무엇보다 당시 바알 신神과 같은 우상숭배와 혼합종교주의에 빠져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종교생활을 질타하면서 순수한 야훼신앙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참된 백성으로서 시나이 계약의 내용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함을 새롭게 일깨우면서 삶의 방향과 자세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종교생활과 사회생활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삶이기 때문이다.

 

남북왕국 시대에 활동했던 예언자로는 기원전 9세기경 북왕국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면서 이스라엘 예언운동의 초석을 놓았던 엘리야와 그의 제자인 엘리사가 있으며, 그로부터 약 100년 후에 소위 말하는 문서 예언자들, 즉 아모스와 같이 예언자가 선포한 말씀과 행적이 기록되어 예언서로 전해진 이들이 등장하게 된다.

 

활동 시기     기원전 9세기      기원전 8세기

활동 장소   북왕국 이스라엘  북왕국 이스라엘

                                                       남왕국 유다

예 언 자     엘리야 / 엘리사   아모스 / 호세아

                                                       제1이사야(이사 1~39장) / 미가

 

남북왕국 시대 후반기에 활동했던 문서예언자들은 후에 예언서 분야에서 만나기로 하고, 여기서는 열왕기가 중점적으로 전하고 있는 엘리야와 엘리사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엘리야 예언자

 

열왕기는 엘리야의 예언활동에 대해 1열왕 17~19장 ; 21장 ; 2열왕 1~2장에서 전해주고 있다. 예언자의 메시지는 같은 시대에 살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까닭에 엘리야가 선포하고자 했던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시의 상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1열왕 16,29-34에 따르면 엘리야 시대 북왕국 이스라엘의 임금은 ‘아합’이었는데, 그는 ‘그 이전의 어떤 임금보다도 주님의 눈에 악한 짓을 더 저지른’ 통치자였다. 특히 바알 신을 숭배하던 시돈 임금의 딸인 ‘이세벨’이 왕비로 들어오면서 야훼의 제단 대신 바알 제단이 세워지고, 아세라 목상이 만들어졌으며, 아합 임금 스스로 바알 신에게로 가서 그것을 섬기고 예배하기조차 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당시 북 이스라엘에 바알숭배가 성행하게 됨에 따라 선조들로부터 내려오던 야훼신앙은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때 요르단강 동부 지역인 티스베 사람 엘리야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나타나 그분의 말씀을 전하게 된다. 본래 ‘엘리야’란 이름이 가지고 있는 “나의 하느님은 야훼이시다”라는 의미처럼 예언자는 당시 우상숭배에 빠져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참된 하느님이신 야훼, 유일하신 그분께 대한 충실한 신앙을 촉구하였다.

 

가. 야훼만이 참된 하느님(1열왕 17-18장)

 

먼저 엘리야는 “야훼만이 참되고 유일하신 하느님”임을 명백히 밝힌다. 이 진리는 1열왕 17-18장에서 야훼와 당시 우상숭배의 대상이었던 바알 신과의 대결을 통해 드러난다.

 

첫 번째 대결의 초점은 “누가 자연현상인 가뭄과 비를 관장하는가?”이다(1열왕 17장). 세상의 창조주이신 야훼인가? 아니면 풍요의 신 바알인가? 결과는 ‘가뭄에 대한 예고(17,1) - 비가 오리라는 하느님의 예고말씀(18,1) - 비가 내림(18,41-46)’을 통해서 바알이 아니라 하느님만이 자연을 주관하시는 분임이 증명된다. 또한 17장의 그릿 시내의 마름(7절), 하느님께서 사렙다 과부에게 ‘비가 다시 내릴 때까지 밀가루 단지는 비지 않고 기름병은 마르지 않으리라’(14절)고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기적도 야훼만이 참된 하느님이심을 나타내주고 있다.

 

두 번째 대결은 하느님의 사람 엘리야와 바알 예언자들 사이에 벌어진다(18장). 먼저 엘리야는 “양다리를 걸치고 절뚝거리는”(21절) 이스라엘 온 백성을 당시 바알 우상숭배가 성행하던 가르멜 산으로 오게 한다. 실상 백성들은 야훼와 바알신에 양다리를 걸치고서 어정쩡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결의 초점은 양측 예언자들의 기도에 불을 내려 제물로 바쳐진 황소를 불살라 응답하는 신이 참된 하느님으로 증명된다는 것이다(24절). 바알 예언자 450명이 한 나절 동안이나 바알을 불렀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자, 엘리야가 나선다. 그는 무너졌던 주님의 제단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열두 개의 돌로 쌓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 당신께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고 제가 당신의 종이며, 당신의 말씀에 따라 제가 이 모든 일을 하였음을 오늘 저들이 알게 해주십시오”(36절)라고 기도하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불길을 내려 응답해주신다. 이에 온 백성은 “야훼야말로 하느님이십니다”라고 엎드려 고백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2,800여년 전 하느님께 오롯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마음이 갈려 우상숭배에 빠졌던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야훼께서 참된 하느님이심을 새롭게 깨닫고, 회개하여 그분께로 다시 돌아오도록 이끌었던 예언자 엘리야! 그의 메시지는 오늘날의 우상들, 곧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갖가지 현세적 유혹과 집착, 나 중심의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우리 자신들에게도 하느님만을 사랑하고, 믿고 따르는 삶이야말로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아 가야 할 참된 길임을 제시해주고 있다.

 

나. 참된 종교는 “말씀”의 종교(1열왕 19장)

 

엘리야 예언자는 바알 예언자들과의 대결 후 바알숭배자인 이세벨 왕비의 박해를 피해 광야에 몸을 숨기게 되는데 하느님께서는 그를 모세에게 당신 계시를 내려주셨던 호렙산(시나이산)으로 인도하신다. 그 곳에서 엘리야는 야훼 종교의 참된 본질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게 된다(19장). 바알종교에 맞서 열정적으로 예언자 직분을 수행하다가 도망자의 신세가 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엘리야를 하느님께서는 당신 앞에 불러 세우시고 그 앞을 지나가신다. 그러나 크고 강한 바람이나 지진, 불 속에 그분께서는 계시지 않는다. 하느님께서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통해 다가오신다. 이를 통해 엘리야는 야훼의 계시가 자연현상이 아니라 “말씀”을 통하여 주어짐을 깨닫게 된다. 즉 자연현상을 통해 백성을 현혹시키던 바알종교는 참된 종교가 아니며, 말씀을 통해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 야훼종교의 참된 본질임을 체험하였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신앙인 가운데에도 신비한 자연현상들에 현혹되어 집착하는 경향들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은 계시의 전조前兆에 불과할 뿐이다. 참된 종교의 본질은 바로 그분의 계시 “말씀”에 있으며, 신앙인은 말씀을 통해 다가오시는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가져야 한다. 성서 말씀 안에는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인간 삶의 참된 의미와 목적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계시가 담겨져 있다. 바로 그 말씀에로 하느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계신다.

 

다. 예언자의 참된 역할(1열왕 21장 ; 2열왕 1장)

 

열왕기를 후대에 최종 편집한 신명기계 역사가에 있어 엘리야는 이스라엘 예언운동의 초석을 놓은 이요, 예언자의 모범으로 제시된다. 예언직 수행에 있어 출발점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이어 예언자는 현실적 상황을 시나이 계약의 정신, 즉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바탕으로 반성하여 백성들의 잘못을 질책하고 회개를 촉구하며 하느님의 심판과 사랑을 선포함으로써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이끌었다.

 

이러한 예언자의 역할은 1열왕 21장에 잘 나타난다. 아합 임금은 왕권을 남용하여 나봇의 포도밭을 취하려 하고, 이세벨 왕비는 모략을 꾸민다. “나봇이 하느님과 임금님을 저주하였다”(10절)고 고발토록 사주한 말 안에는 임금과 하느님을 동격으로 거명한 신성모독, 거짓증언의 잘못이 드러나며, 결국 나봇을 살해하고 포도밭을 빼앗음으로써 살인과 탐욕의 죄를 범하게 된다. 이에 엘리야는 분연히 일어나 시나이 계약의 여러 계명들을 어긴 그들의 죄악을 신랄하게 고발하며 하느님의 심판을 선포한다. 비록 임금일지라도 그의 권력을 남용할 수 없으며, 공동체 구성원 모두는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로서 서로 사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열정적으로 일깨우고 촉구하였던 것이다.

 

또한 엘리야는 아합의 후계자 아하지야 임금이 자신의 병에 관해 에크론의 신 바알즈붑에게 문의토록 하여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믿음을 가지지 못한 잘못을 고발한다(2열왕 1장). 오늘날 대학입시나 불안한 경우 점을 치거나 사주팔자를 한번쯤 보고싶은 유혹에 신앙인들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할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엘리야는 당시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이스라엘에게 야훼만이 참된 하느님이심을 증거하고, 종교의 참된 본질이 하느님의 말씀에 있으며, 예언직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위대한 예언자였으며, 그의 선포말씀은 오늘날 우리 자신들의 종교, 사회생활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가르침이라 하겠다.

 

[월간 빛, 2001년 9월호, 송재준 마르꼬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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