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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하느님 사랑의 예언자 호세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1 조회수3,512 추천수0

[성서의 세계] 예언자 호세아 - 하느님 사랑의 예언자 ‘호세아’

 

 

호세아 예언서는 기원전 8세기 후반기 북왕국 이스라엘에서 활동했던 예언자 호세아의 선포말씀을 기록한 책이다. 모두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예언서는 열두 개의 소예언서들을 모아놓은 두루마리의 첫 번째에 위치하고 있다.

 

호세아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통해 하느님과 당시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예언자이다. 그의 아내 고멜은 남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고 다른 남자들을 쫓아간다. 예언서에서 ‘창녀짓’이라 질타하고 있는 고멜의 부정과 배반은 풍요다산을 내세우던 가나안 토속종교인 바알신앙의 유혹에 빠져,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간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호세아는 그러한 백성들에게 그 옛날 광야시절, 오로지 하느님만을 의지하고 사랑했던 신혼시절을 상기시키며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오도록 회개를 촉구한다. 그리고 호세아는 하느님의 명에 따라 자신을 배반했던 아내를 용서하고 다시 맞아들인다.

 

예언자의 이 행위는 죄에 빠져있던 이스라엘을 향한 하느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호세아가 궁극적으로 선포하였던 메시지는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다. 인간을 한결같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구원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성서 전체의 근본 내용인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호세아는 자신의 삶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하느님 사랑의 예언자’로 불려지는 호세아의 선포 메시지는 오늘날의 하느님 백성인 우리 자신들에게도 한결같은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금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며,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신의와 예지로써 그 사랑에 실천적으로 응답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1. 호세아 예언자와 시대적 배경

 

예언서 서두(1,1)에 브에리의 아들로 소개되는 호세아는 ‘에브라임’이라 불리는 북왕국 이스라엘 출신이다. 그는 오늘날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친숙한 예언자이지만 실상 그의 고향이나 출신배경, 소명 등과 같은 개인신상에 대해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반면, 그가 예언자로서 활동했던 시기는 잘 알려져 있다. 호세아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아모스 예언자보다 몇 년 후인 여로보암 2세(기원전 787-747년) 말엽이었다. 당시 북왕국은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외국과의 활발한 교역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풍요와 번영은 사회적으로 빈부의 격차와 불균형을 초래하였으며,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하여 부정과 불의가 공공연히 자행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이스라엘의 종교적인 불충이었다. 본래 이스라엘은 많은 민족들 가운데 보잘 것 없는 한 무리였으나, 에집트 노예생활에서 해방된 출애굽 사건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체험하였으며, 마침내 시나이 산에 이르러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그분의 백성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다. 그 후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된 민족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그들을 구원해주시고 돌보아주신 하느님만을 믿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오게 된다.

 

그러나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정착하면서부터 이스라엘은 그곳의 토속신앙들을 만나게 되고, 풍요다산을 약속하는 우상숭배의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기원전 933년 솔로몬 임금이 죽은 후 통일왕국이 남과 북으로 분리될 때 북왕국의 초대 임금이었던 여로보암 1세(933-911년)는 남왕국의 예루살렘 성전을 대신할 성소로 베델과 단을 정하고 그곳에 하느님의 형상으로 금송아지를 만들어 세운다.(1열왕 12,26-33) 이러한 북왕국의 종교정책은 가나안 이방종교의 유입을 초래하여 순수한 야훼신앙을 훼손하고 만다.

 

왜냐하면 바알숭배의 상징인 송아지를 하느님의 형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합 임금 치세 때(기원전 875-853년) 활동한 북왕국의 엘리야 예언자는 당시 야훼와 바알신에 양다리를 걸쳤던 이스라엘의 종교생활을 질책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북왕국의 혼합종교주의적인 종교행태는 호세아가 예언자로 나선 740년대에도 여전히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안에서 호세아는 특히 백성들의 바알 신앙을 하느님을 배반하는 창녀짓으로 규정하고 준엄하게 꾸짖었던 것이다.

 

 

2. 전체 구조

 

호세아 예언서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된다.

 

1-3장  호세아의 결혼생활을 통해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자서전적인 서술체로 묘사된다.

4-14장  신탁부분 : 이스라엘의 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며, 회개에의 촉구와 하느님의 심오한 사랑을 핵심 메시지로 전한다.

 

 

3. 호세아의 선포 메시지

 

호세아가 선포했던 핵심내용은 1-3장이 전하는 그의 결혼생활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는 하느님의 이스라엘에 대한 심오한 사랑이 어떻게 선포되고 있는지 세부 주제별로 나누어 관련되는 신탁의 내용들과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1) 이스라엘의 배반에 대한 고발

 

①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등을 돌리고 창녀짓을 하는 이스라엘의 삶을 드러 내기 위해 호세아로 하여금 고멜을 아내로 맞아들이도록 명하신다.(1,2)

 

먼저 그들 사이에서 난 자녀들의 이름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전달된다.(1,4-9) 첫 아들의 이름인 ‘이즈르엘’은 예후(841-814년)가 정변을 일으켰을 때 반대파들을 학살했던 장소로, 호세아가 등장한 여로보암 2세 말엽부터 기원전 722년 북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전개될 음모와 살인으로 얼룩진 상황을 예시한다. ‘로-루하마’란 딸의 이름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배반한 이스라엘을 더 이상 가엾이 여기지 않을 것임을 나타낸다. 둘째 아들의 이름인 ‘로-암미’는 창녀짓에 빠진 이스라엘을 더 이상 당신의 백성으로 여기지 않으신다는 하느님의 선언적 뜻을 드러낸다.

 

② 그렇다면 당시 이스라엘의 잘못된 삶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4,1에서 발견된다. : “정녕 이 땅에는 진실도 없고 신의도 없으며 하느님을 아는 예지도 없다.”다시 말해서 이스라엘은 하느님께 대한 신의를 저버렸으며, 계약에 충실하지 않았고, 하느님의 요구에 부합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③ 하느님께 대한 이스라엘의 불충이란 무엇보다 그들이 물질적 풍요에 현혹되어 바알 숭배에 빠지고, 그러면서 주님이신 하느님을 잊어버린 것임을 호세아는 거듭 지적하고 있다.(2,4.7.10.15 ; 참조 9,10;10,1;11,1-3;13,5-6) 더욱이 백성들을 올바로 이끌어야 할 사제들조차 낮부터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하느님의 가르침은 잊어버렸으며, 속죄제사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에만 마음을 두고 있다.(4,4-11)

 

④ 이러한 종교적인 타락은 사회생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저주, 속임수, 살인, 도둑질, 간음 등이 바로 그것이다.(4,2-3)

 

⑤ 또한 이스라엘은 국가적 위기를 맞을 때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의지하는 대신 강대국인 아시리아나 에집트의 힘을 빌리고자 사절을 보낸다. 호세아는 이러한 외교적 노력들이 결국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5,13 ; 7,11; 8,9-10)

 

2) 하느님의 진노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거스르는 ‘창녀짓’은 결과적으로 그분의 진노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 “나는 바알들의 축제일 때문에 그 여자를 벌하리라.”(2,15ㄱ. 참조 9,1-9)

 

3)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안타까운 사랑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배반하고 멀어져간 이스라엘을 안타까워하시며, 당신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토로하신다. : “에브라임아, 내가 너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유다야, 내가 너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너의 신의는 아침 구름같고 이내 사라지고마는 이슬같다.”(6,4)

 

그리고 당신의 저버릴 수 없는 사랑을 드러내신다. : “에브라임아, 내가 어찌 너를 내버리겠느냐? 이스라엘아, 내가 어찌 너를 저버리겠느냐?”(11,8ㄱ) 호세아가 제시하는 하느님은 엄격하기만 한 심판자가 아니시다. 그분은 아내에게 배신을 당하였으면서도 사랑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남편과 같은 분이요, 불효하는 자녀들을 바라보면서 애정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버지와 같은 분이시다.

 

4) 회개의 촉구

 

이제 호세아는 이스라엘에게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참된 삶의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며 실천적인 회개를 촉구한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6,6 ;  10,12; 12,7 ; 14,2-4) : 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근본 내용으로 하느님과 맺었던 시나이 계약에 신의를 지키고, ② 하느님께 대한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구체적인 삶을 통해 행동으로 고백하며, ③ 하느님께 늘 희망을 두고 살아가는 삶이다. 이러한 생활의 이상적인 모델로서 호세아는 광야시절을 제시한다.(2,16-17 ; 9,10)

 

에집트의 노예생활에서 해방되어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해 걸어갔던 40년의 힘든 광야여정은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사랑과 돌보심을 절실히 체험했던 과정이었다. 또한 이스라엘 역시 오로지 하느님만을 믿고 의지하며 따랐던 그때를 예언자는 하느님과 첫사랑을 나누었던 신혼시절이라 표현하고 있다.

 

5) 하느님의 용서

 

마침내 호세아는 다른 남자들과 간음을 저지르는 아내 고멜을 찾아가 값을 치르고 다시 데려온다. 그리고 아내에게 보속과 갱신의 기간을 주어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한 후 맞아들인다.(3장) 이러한 호세아의 행동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적극적이고도 심오한 사랑을 구현하고 있다. 그것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정화의 기간을 거쳐 진정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랑이며, 그들을 항구히 당신의 백성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이다. : “나는 너를 영원히 아내로 삼으리라. 정의와 공정으로써 신의와 자비로써 너를 아내로 삼으리라.”(2,21)

 

지금까지 우리가 만났던 호세아 예언자는 오늘날 모든 신앙인들에게도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전해주고 있다. 그 사랑은 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버리고 마는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쇄신하고 하느님의 참된 자녀로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끄시는 적극적인 사랑이며, 우리 인생여정에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한결같은 사랑이다.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진실된 신의와 구체적인 삶을 통한 신앙의 실천적 고백이야말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진정한 응답임을 호세아 예언자는 가르치고 있다.

 

[월간 빛, 2002년 5월호,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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