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세계] 예언자 - 제2이사야 -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 유배시대에 구원의 희망을 선포한 제2 이사야 예언자 이사야 예언서의 40-55장은 바빌론 제국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왕국이 멸망한 후 질곡의 유배생활(기원전 587-538년)을 하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위로와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했던,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예언자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 부분이 이사야 예언서 두루마리에 함께 수록되어 있는 관계로 제2이사야 예언서라 부른다. 1. 유배시대 - 신앙과 정체성의 위기 제2이사야 예언자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활동했던 시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유배지인 바빌론에서 다른 민족들과 이방 종교들 아래 절망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때였다. 나라를 잃은 슬픔, 끌려간 낯선 유배지에서의 사회적, 경제적 고통들. 그러나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직면했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앙의 위기”였다.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자 구원의 가시적 보증이었던 예루살렘 성전과 다윗 왕조를 상실한 이스라엘은 언제나 그들의 주님으로서 당신 백성 가운데 머무르시며 돌보아 주시겠다던 하느님의 약속은 어떻게 되었는지 반문하게 된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정복자 바빌론 제국의 신들보다도 못한 것이 아닌가? 그런 하느님은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라는 의심과 회의에 빠져들게 된다. 이것은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있어 ‘존재의 의미’, 곧 그들의 ‘정체성’을 뿌리채 뒤흔드는 위기였다. 이러한 상황 안에서 제2이사야 예언자는 먼저 유배의 시련이 왜 주어지게 되었는지를 밝힌 다음, 하느님의 위로와 다가올 구원을 선포함으로써 절망에 빠져 있던 백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창조신앙, 선민사상, 계약과 같은 거룩한 전통들을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하느님께 대한 백성들의 신앙을 다시금 확립시키고, 그들이 선택된 백성으로서 수행해야할 사명을 제시하고 있다. 2. 유일하신 하느님 제2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하게 될 메시지의 신학적 바탕은 “하느님의 유일성” 사상이었다. 그는 전통적인 창조신앙을 유배지인 대제국 바빌론의 이방 민족들 가운데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이스라엘이 믿고 있는 하느님이야말로 유일하시고 참된 신(神)이심을 선포하고 있다.: “나는 주님, 모든 것을 만든 이다. 나는 혼자서 하늘을 펼치고 나 홀로 땅을 넓혔다.”(44,24) 즉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인간을 만드신 창조주로서 유일무이한 분이시다. 그리하여 예언자는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이스라엘의 구원자이신 만군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시작이요, 나는 마침이다. 나밖에 다른 신은 없다.”(44,6)고 선포하였던 것이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이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바라보던 정복자 바빌론의 신들은 아무 것도 아닌 “우상”임을 밝히고 있다. 즉 이방인들이 섬기는 우상이란 사람이 나무를 베어 일부는 땔감으로 몸을 덥히거나 빵을 굽는데 사용하고, 남은 토막으로 제작하여 만든 신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44,9-20) 이처럼 예언자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신 야훼께서는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신 분으로, 그분만이 세상 전체의 역사를 주관하시며, 세상 만민이 그분의 계획안에 포함됨을 선언하였던 것이다. 3. 이스라엘에 대한 위로의 말씀 예언자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전하기에 앞서 ‘왜 그들이 하느님의 백성임에도 불구하고 유배라는 시련을 겪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길을 걸으려 하지 않았고, 그분의 법에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님께서 손수 그들을 약탈자에게 내놓으셨다는 것이다.(42,18-24, 참조 43,22-28) 그러나 이제 예언자는 고난의 유배생활을 통해 이스라엘이 범했던 죄에 대한 값이 치러졌음을 선포하면서 하느님의 위로 말씀을 전하고 있다.: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너희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이제 복역 기간이 끝나고 죗값이 치러졌으며 자기의 모든 죄악에 대하여 주님 손에서 갑절의 벌을 받았다고 외쳐라.”(40,1-2) 4. 구원자 하느님 : 이스라엘의 해방 1) 구원의 근거 하느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아 이제 더 이상 도움 받을 희망이 없다고 체념하고 있던 유배지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예언자는 그들이 하느님의 선택된 민족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제 들어라, 나의 종 야곱아, 내가 선택한 이스라엘아. 너를 만드신 분, 모태에서부터 너를 빚으시고 너를 도우시는 분,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44,1-2) 비록 이스라엘이 자신의 죄로 주님이신 하느님을 배반하고 멀어져 갔지만 그들은 일찍이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으로 선택하셨던 이들이다.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멸망을 원하신 것이 아니라 유배를 통해 당신 백성을 정화시키시고 다시금 당신께로 돌아오도록 하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스라엘을 당신의 오른팔로 붙들어 주시고 구원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신다.(41,8-16) 2) 구원의 도구 온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한 도구로서 페르샤 임금 고레스를 지명하여 부르신다. “나의 종 야곱 때문에, 내가 선택한 이스라엘 때문에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부르고, 너는 나를 알지 못하지만 나 네게 칭호를 내린다.”(45,4) 여기서 칭호란 ‘하느님의 기름부음 받은 이’(45,1)로서 구약성서에서 도유 의식은 하느님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사람을 성별하기 위해 행해졌다. 특히 이방인이 기름부음 받은 이로 불리운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하느님의 보편적 주권을 드러내고 있다. 고레스를 통해 이스라엘을 유배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의도는 “해뜨는 곳에서도 해지는 곳에서도 나밖에 없음을, 내가 주님이고 다른 이가 없음을 알게 하기 위함”(45,6)이었다. 3) 구원 사건 예언자는 이스라엘이 바빌론 유배로부터 해방되어 예루살렘으로 귀환하게 될 구원 사건을 새로운 탈출, 즉 제2의 출애굽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옛날 하느님께서 에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던 선조들을 당신의 놀라우신 권능으로 해방시키시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셨듯이 이제 이스라엘을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신다는 것이다.: “보라, 내가 새로운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 이들은 내가 나를 위하여 빚어만든 백성, 이들이 나에 대한 찬양을 전하리라.”(43,19-21) 4) 구원의 기쁜 소식 그리하여 이제 하느님께서 이루실 구원에 대한 기쁜 소식이 유다의 성읍들에게 선포되어진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시온아 높은 산으로 올라가거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예루살렘아 너의 목소리를 한껏 높여라.... ‘너희의 하느님께서 여기에 계신다’하고 말하여라.”(40,9) 이스라엘에게 선포되는 기쁜 소식은 하느님께서 권능을 떨치며 오시어 당신의 왕권을 행사하시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양떼를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는 목자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분께서는 목자처럼 당신의 가축을 먹이시고 새끼 양들을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 젖먹이는 어미 양들을 조심스럽게 이끄신다.”(40,11) 결국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과 함께 계시며 돌보아 주신다는 것이 기쁜 소식의 궁극적인 내용임을 알 수 있다. 5. 구원된 이스라엘의 모습 제2이사야 예언서의 후반부(49-55장)에는 구원의 사건을 전해주는 전반부(40-48장)와는 달리 구원된 이스라엘이 누리게 될 영광스러운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먼저 예루살렘이 의인화되어 하느님의 배필로 제시되는데, 남편이신 하느님께서는 아내인 예루살렘이 지은 죄를 용서하시고 다시 맞아들이신다. 이제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본래의 상태로 회복된 것이다.: “내가 잠시 너를 버렸지만 크나큰 자비로 너를 다시 거두어들인다. 분노가 북받쳐 내 얼굴을 잠시 너에게서 감추었지만 영원한 자애로 너를 가엾이 여긴다. 네 구원자이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54,7-8) 이처럼 다시금 구원을 받은 예루살렘은 온갖 보석으로 꾸며진 화려한 모습으로 묘사된다.(54,11-17) 나아가 이스라엘은 이제 종말론적인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를 받고 그분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민족들을 위한 증인으로 파견되기에 이른다.(55,1-5) 6. 이스라엘의 새로운 자기 이해 이처럼 예언자는 이스라엘이 맞게 될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할 뿐 아니라, 나아가 이스라엘이 수행할 사명을 제시함으로써 선택된 민족으로서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1)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의지 예언자에게 있어 구원의 기쁜 소식은 일차적으로 유배 중의 이스라엘 백성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나아가 다른 민족들에게로 확대되어진다. 왜냐하면 창조주이신 야훼의 구원행위는 본질적으로 보편적 범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야훼는 이스라엘 뿐 아니라 뭇 민족들을 포함하는 모든 인간을 창조하신 분으로, 당신의 구원 계획은 궁극적으로 세상 모든 민족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선택신앙의 새로운 해석 이러한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계획 안에서 이스라엘이 어떠한 사명을 수행하도록 불리움을 받았는가?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목적이 무엇인지 예언자는 세 가지 주요 개념, 즉 ‘종’, ‘의인화된 예루살렘’, ‘계약’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종이라 함은 존재론적으로 주인이신 하느님께 전적으로 속한다는 긴밀한 관계를 의미할 뿐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 하느님께서 부여하시는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야할 의무가 있음을 나타낸다. 둘째, 의인화된 예루살렘은 구원된 이스라엘의 영광된 모습을 세상 가운데 드러냄으로써 야훼만이 구원을 주실 수 있는 전능하시고 유일하신 하느님이심을 증거하고, 야훼의 구원에 참여하기 위해 나아오는 민족들의 목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셋째, 하느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으시는 계약(55,3)을 통해 이제 하느님의 백성은 “민족들을 위한 증인”으로 내세워지게 된다. 이때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구원을 입어 영화롭게 된 자신의 모습을 통해 뭇 민족들을 부르게 되고(구심적 의미의 선교), 이스라엘을 모르는 민족들이 달려오게 될 것이다.(55,5) 이처럼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유일하심과 보편적 구원의지를 세상에 증거하는 증인으로서 선택되었다는 것이다.(43,8-13; 44,6-8) 제2이사야는 유배의 시련 가운데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위로 그리고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한 희망의 예언자라 하겠다. 또한 그의 보편적 구원사상과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증인으로서 자신의 구원된 모습을 통해 뭇 민족들에게 하느님의 유일하심과 자비를 증거하도록 선택되었다는 자기 이해는 오늘날 새로운 하느님 백성인 우리 자신들이 실천해야할 예수님의 근본사명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하겠다. “여러분은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여러분에게 명한 것을 다 지키도록 그들을 가르치시오.”(마태 28,19-20) [월간 빛, 2003년 1월호,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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