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세계] 유배 후 시대 예언자 1 : 성전재건을 독려한 예언자들 - 하깨와 즈가리야 바빌론에서 50년 동안 절망적인 유배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원전 538년 마침내 페르샤 임금 고레스의 칙령에 의해 고향 땅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귀환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리라는 제2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었다.(지난호 ‘성서의 세계’ 참조) 그러나 해방의 감격을 안고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이 직면했던 가나안의 실정은 황폐한 채 내버려져 있는 성읍들, 이주해 온 이방인들의 득세, 남아있던 동족들의 냉담한 신앙생활이었다. 이처럼 혼란했던 당시 상황 안에서 이스라엘의 당면과제는 무엇보다 공동체를 새롭게 재건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먼저 기원전 587년 유다 왕국이 바빌론 제국에 의해 멸망할 때 파괴되었던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무엇 때문에 사회제도의 개혁이나 경제 부흥에 앞서 성전 재건에 나섰던 것일까? 그 이유는 이스라엘의 기원과 존재의 의미를 결정짓는 근거에 있었던 바,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친히 선택하신 민족, 그분의 소유인 민족, 바로 ‘하느님의 백성’이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백성이란 하느님이 그들의 유일한 주님이심을 믿고 고백하며,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 충실히 살아가는 이들, 그들의 삶 중심에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이들을 말한다.(민수 2장 참조) 따라서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있어 모든 삶의 중심은 ‘예루살렘 성전’이었다. 왜냐하면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느님 현존의 실제적이고 가시적인 표지이며, 하느님과 당신 백성 사이의 친교와 일치를 이루는 참다운 예배가 올려지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루살렘 성전이 유배 후 새롭게 탄생하게 될 공동체의 중심이 되리라는 것은 이미 유배 초기시대 에제키엘 예언자에 의해 예고된 바 있었다.(에제 40-48장, 2002년 12월호 ‘성서의 세계’ 참조) 예루살렘 성전 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원전 520년(페르샤 다리우스 임금 제2년) 당시의 상황을 에즈라서 5장 1-2절은 잘 전해주고 있다. : “그 때에 하깨 예언자와 이또의 아들 즈가리야 예언자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있는 유다인들에게, 그들 위에 계신 이스라엘의 하느님 이름으로 예언하였다. 그러자 스알디엘의 아들 즈루빠벨과 요사닥의 아들 예수아가 나서서, 예루살렘에 있는 하느님의 집을 다시 짓기 시작하였다. 그들 곁에서는 하느님의 예언자들이 그들을 도왔다.”에즈라서의 보도처럼 성전 재건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예언자 하깨와 즈가리야, 유다 총독 즈루빠벨, 대사제 예수아였다. 여기서는 하깨와 즈가리야 예언서를 중심으로 성전 재건을 위한 예언자들의 활동과 성전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1. 하깨 예언서 단 2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예언서는 성전 재건에 대한 하깨 예언자의 열정을 잘 전해주고 있다. 예언자의 출신이나 개인 신상에 대한 내용은 나타나지 않지만 그가 활동했던 시기는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다. 하깨는 다리우스 임금 제2년 여섯째 달 초하룻날(1,1), 곧 기원전 520년 8월 29일에 처음 활동을 시작하여 아홉째 달 스무나흗날(2,10)인 12월 18일까지 약 넉 달 가량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수행하였다. 예언자는 먼저 당시 백성들이 “주님의 집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다.”(1,2)고 하며 그들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할 성전의 재건에는 무관심한 채 자신들의 개인적인 삶에만 안주하고 있음을 통탄하고 있다. : ‘주님의 집이 무너져 있는데 너희가 지금 판벽으로 된 집에서 살 때이냐?”(1,4) 비록 그들이 먹고 사는 일에 집착하고 온 힘을 다할지라도 이러한 노력들이 삶의 진정한 충만함을 가져다주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예언자는 그들이 하느님 백성으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이켜 보라고 촉구한다. 그리고 세상과 모든 인간의 주인이시며, 삶의 참된 진리, 행복의 원천이 바로 하느님이심을 깨닫고, 이제 그들이 하느님을 만나 뵙고, 가르침을 들으며, 그분과 친교를 이루는 자리, 곧 성전을 세우라고 열정적으로 선포하고 있다.(1,8) 이에 총독 즈루빠벨과 대사제 예수아 그리고 백성들은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을 새롭게 하며,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1,13)는 하느님의 말씀에 힘입어 주님의 집을 짓기 시작하게 되는데, 바로 기원전 520년 9월 21일의 일이었다. 이어 예언자는 10월 18일, 성전 재건에 나선 이들을 격려하며 어떠한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선포한다. : “만군의 주님의 말씀이다. 너희가 이집트에서 나올 때에 내가 너희와 맺은 언약에 따라 나의 영이 너희 가운데 머무를 터이니 너희는 두려워하지 마라.”(2,5) 나아가 하느님께서 성전을 당신의 영광으로 가득 채우실 것이며, 평화를 주시리라(2,6-9)는 약속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12월 18일 예언자가 마지막으로 선포했던 말씀(2,10 이하)에 의하면 백성들이 성전 재건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금 실의에 빠진 듯하다. 그 이유는 하느님의 집을 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 여건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백성들에게 예언자는 하느님의 일에 나선 이들이 외적인 행동뿐 아니라 하느님께로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돌리는 내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러할 때 하느님께서 진정 그에게 복을 내리실 것이다.(2,15-19) 2. 즈가리야 예언서 모두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즈가리야 예언서에는 저자와 저술 시기가 상이한 문헌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원 즈가리야서라 불리우는 1-8장은 기원전 6세기 말엽 하깨 예언자와 더불어 성전 재건을 독려했던 즈가리야 예언자의 활동을 전하고 있다. 반면 9-14장 부분에는 ① 즈가리야란 이름이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② 기원전 515년에 완공된 성전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제되고 있으며, ③ 훨씬 후대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학자들 사이에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9-11장을 제2 즈가리야서, 12-14장을 제3 즈가리야서라 부르며, 기원전 4-3세기 경에 쓰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는 성전 재건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1-8장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예언자와 활동시기 즈가리야 예언자는 본래 사제 집안 출신이며, 바빌론 유배지에서 예루살렘으로 귀향한 인물로 전해진다.(느헤 12,16) 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예언자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다리우스 임금 제2년 여덟째 달(1,1), 곧 기원전 520년 10/11월이며, 다리우스 임금 제4년 아홉째 달(7,1)인 기원전 518년 11월까지 약 2년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다. 2) 원 즈가리야서(1-8장)의 구성 즈가 1-8장에는 문학유형과 내용에 있어 뚜렷이 구별되는 세 부류의 자료들이 나타난다. ① 즈가리야 예언자가 본 8개의 ‘환시’ : 전체 문헌의 핵심 부분 ② 환시의 전후에 제시되는 신탁들 ③ 영화로운 메시아 시대의 미래적 전망을 전하는 마지막 부분(8장) 3) 환시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 ‘환시’란 히브리어로 ‘보다’의 명사형인 ‘봄’을 의미하는데, 구약성서에서는 하느님께서 주로 예언자들에게 당신의 의도를 내적으로 전달하시는 계시의 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원 즈가리야서에 전해지고 있는 8개의 환시는 매번 ‘어떤 장면의 목격’ - ‘질문’ - ‘답변’의 순서로 전개되고 있으며, 내용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주제로 묶을 수 있다. 첫째, 예루살렘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복구 준비 이 주제는 처음 세 환시를 통해 제시된다. ① ‘말을 탄 기사 환시’(1,8-17)는 예루살렘에 커다란 열정을 지니신 하느님께서 돌아오시어 그 곳을 선택하실 것이며, 마침내 당신의 집을 다시 짓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② ‘뿔과 대장장이 환시’(2,1-4)는 교만한 이방인들을 징벌하시려는 하느님의 의도를, ③ ‘측량줄의 환시’(2,5-9)는 예루살렘에 대한 하느님의 보호와 그분의 영광이 머물게 되리라는 약속을 전한다. 둘째, 새로운 공동체의 지도자 유배 후 새롭게 형성될 공동체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로서 ④ 네 번째 환시(3장)는 다시 정화되고 착복의식을 통해 대사제로 임명된 예수아를, ⑤ ‘등잔대와 두 올리브 나무 환시’(4,1-14)는 하느님의 집 기초를 놓고 완성하게 될 즈루빠벨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새로운 시대의 전망 이제 새롭게 맞게 될 시대의 모습으로 ⑥ ‘두루마리 환시’(5,1-4)는 도둑질하거나 거짓 맹세하는 자에 대한 처벌을 통해 새 시대의 도덕성을, ⑦ ‘뒤주 환시’(5,5-11)는 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근절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 ⑧ ‘병거 환시’(6,1-8)는 장차 온 세상이 하느님의 지배 아래 평화를 누리게 될 것임을 전하고 있다. 4) 신탁들 즈가리야 예언자가 선포한 첫 번째 신탁(1,1-6)은 지금까지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도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던 백성들에게 그분께로 다시 돌아오라는 회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두 번째 신탁(2,10-17)은 바빌론에 머물고 있는 유다인들의 귀환을 촉구하는 한편, 장차 많은 민족들이 하느님의 백성이 되리라는 보편사상과 예루살렘을 다시 선택하실 하느님의 의도가 선포된다. 5) 메시아 시대의 미래적 전망 마지막 부분인 8장에서는 미래에 다가올 메시아 시대에 대한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장차 하느님께서 예루살렘 한 가운데 머무르시게 될 때 그 곳은 ‘진실한 성읍’, ‘거룩한 산’이라 불리게 될 것이며, 사방에 흩어져 있던 이들을 다시 모아들이시어 진실과 정의 안에서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실 것이다.(8,8) 또한 이방 민족들도 만군의 주님을 찾아 예루살렘으로 나아오게 될 것이다. : “많은 민족과 강한 나라들이 예루살렘에서 만군의 주님을 찾고 주님께 은총을 간청하러 오리라.”(8,22)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하깨와 즈가리야 예언자는 유배에서 돌아온 직후 황폐와 혼란 가운데 자신의 일에만 급급해 있던 백성들에게 하느님 현존의 가시적 표지인 성전을 재건하도록 촉구하고 격려함으로써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가는 신앙공동체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즈가리야 예언자는 온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의 성전을 중심으로 이스라엘과 이방민족들이 평화 속에 그분을 찬미하는 새로운 시대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월간 빛, 2003년 2월호,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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