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82 - 행운의 새 공작
무지갯빛 부채 깃털 '신비' 초등학교 때 동물원으로 소풍을 가면 제일 먼저 공작새 우리로 달려가 화려한 날갯짓을 한참동안 구경하곤 했다. 몸길이의 몇 배나 되는 깃털을 활짝 펼친 모습은 마치 형형색색의 거대한 부채 같았다. 깃털 끝에는 청색과 청동색의 테를 두른 무지갯빛 동그란 무늬가 있어 수많은 눈동자로 우리를 쳐다보는 듯 한층 신비스러운 동물로 느껴졌다. 대부분의 동물이 그렇듯이 공작도 수컷의 모습이 훨씬 화려하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몸길이가 작고 온몸이 갈색이어서 그다지 곱지 않다. 수컷은 깃털을 부채모양으로 벌리면서 암컷에게 구애 행동을 한다. 닭목 꿩과에 속하는 공작은 인도 아삼과 스리랑카, 미얀마, 말레이반도 등지에 분포하고 서식하나,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신라시대에 공작을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공작의 목, 가슴, 어깨는 짙은 청색이며, 빛의 각도에 따라 녹색, 자청색을 띤다. 공작은 참공작, 인도공작 두 종류가 있다. 참공작은 미얀마와 자바에 걸쳐 분포하며 수컷의 가슴은 금녹색이고 머리 위의 볏은 다발 모양이다. 인도산인 인도공작의 수컷 가슴은 감색이고 볏은 반쯤 열린 부채 모양이다. 또한 하얀공작은 인도공작의 변종으로 희귀종이다. 공작새는 보통 밀림의 물가에서 나무열매와 벌레 따위를 먹으며 산다. 둥지는 땅 위에 잔가지나 풀을 모아서 만들고 6∼10개의 흰색 알을 낳아 암컷이 품는다. 새끼는 약 24일 만에 부화하며 부화하는 즉시 걸을 수 있다. 중국의 소수 민족인 대족은 공작새를 길조(吉鳥)로 여기며 공작새가 깃을 펼 때 행운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공작새의 춤을 본따서 다채로운 공작춤을 추기도 한다.또한 공작새는 용과 호랑이, 거북이 등과 함께 장수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공작 고기는 맛이 매우 좋아 옛날부터 유럽에서는 고급 요리에 사용했다. 수세기 동안 공작은 서방 세계에서 공원과 정원을 우아하게 장식해 주는 새였고, 선원들이라면 누구나 가져오고 싶어했던 그럴듯한 선물이었다. 그리스인은 공작을 '페르시아조'(鳥)라고 불렀다고 한다. 페르시아와 인도 사이에 무역이 이루어진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페르시아인은 한 번 인도를 정복했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군사가 인도에 침입했을 때 모든 장병들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이 아름다운 새를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로마는 그리스에서 공작을 가져왔다. 그래서 서기 2세기 경에는 사치스러운 로마인들이 공작의 고기를 즐겨 먹을 정도가 되었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페니키아 무역 상인들이 솔로몬 시대 이전에는 이집트까지 공작을 가지고 갔을 가능성이 있다. "왕은 다르싯 상선대를 조직하여 히람 상선대와 함께 해상 무역에 종사토록 하였다. 다르싯 상선대로 금, 은, 상아, 원숭이, 공작새 등을 해외에서 한 번 실어 오는 데 삼 년이 걸렸다"(1열왕 10,22). 솔로몬 왕은 세상의 아름다운 것은 모두 수집했다고 한다. 그는 이스라엘 황금시절의 군왕으로서 먼 나라의 진귀한 것들을 많이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평화신문, 2008년 2월 17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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