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83 - 거룩한 나무, 아카시아
성경 식물 중 가장 큰 영광 받아 5∼6월 늦은 봄 산행을 하다보면 흰눈에 싸인 듯 새하얀 꽃을 덮고 있는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진하게 흩뿌리는 아카시아 향에 발길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잠시 쉬었다가 또다시 정상을 향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카시아의 원래 이름은 '아까시' 또는 '아카시'다. 아까시의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로 '아카시아를 닮은' 또는 '가짜 아카시아'란 뜻이다. 아까시는 미국 등 동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산림녹화용으로 아까시를 대량으로 심어 우리와 친근하다. 실제로 아까시는 땅속으로 뿌리를 깊게 뻗어 산사태 예방을 위한 조림에 활용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 지역에 약 500여 종이 분포하는 아카시아는 장미목 콩과에 속한 낙엽교목이다. 상록수인 아카시아의 꽃은 황색 또는 흰색으로 꽃잎은 5개, 수술은 10개, 암술은 1개이다. 학명은 'Acacia'. 이스라엘과 시나이반도, 이집트 등지에는 4종의 아카시아 나무가 분포하고 있는데 건축재로 쓰일 만큼 큰 나무들이다. 아카시아의 특징은 뿌리가 아주 강하게 뻗는 것인데 혹독한 사막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바빌론에서는 아카시아를 생명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아카시아 나무에 신비한 능력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생의 상징으로 믿었던 미라의 관을 아카시아나무로 다시 덧씌워서 사용했다. 이스라엘 백성도 아카시아 나무를 신성하게 여겼다. 따라서 일반 백성은 아카시아 나무로 집이나 기물들을 절대로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스라엘 광야에서 자라는 아카시아 나무는 토양이 좋고 물이 넉넉한 지역에서 자라는 것과는 그 모양이 아주 다르다. 우선 잎사귀가 아주 작고 가늘고 뾰족하게 생겼다. 그리고 나무 자체는 내구성이 강해 외부로부터 벌레가 침투하기 어렵다. 아카시아 나무는 저항력과 내구성이 뛰어나 예전부터 썩지않는 나무로 알려졌고 70인역 성경에서는 아카시아 나무를 썩지않는 나무로 번역하기도 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해방시킨 뒤 홍해를 건너 시나이 광야에 이르러 하느님께 예물로 드리라고 한 품목에 아카시아 나무가 있다. 성소 건립을 위한 예물에 붉게 물들인 숫양 가죽, 돌고래 가죽 등과 함께 아카시아 나무가 등장한다(탈출 25,5).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막 건설에서 제단, 증거궤, 성막의 널판 등은 모두 아카시아 나무로 만들었다(탈출 25,10). 그런데 왜 아카시아 나무에 특별한 종교적 의미가 부여되었을까? 이스라엘 백성이 유대 광야에서 구할 수 있는 큰 나무 중에 아카시아만큼 좋은 것이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처형되신 십자가의 재목이 무엇이었는지 학자들에 따라 여러 주장이 있다. 물론 가설이지만 성서적 근거로 볼 때 많은 이들이 아카시아 나무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만들었다고 본다. 아카시아는 재질이 단단하고 크기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언약궤를 만드는 재료로 귀하게 쓰인 나무, 예수님의 십자가로 쓰였을 가능성이 가장 큰 나무 아카시아가 성서에 나오는 나무 중에서 가장 영광을 받은 나무라면 지나친 말일까? [평화신문, 2008년 2월 2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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