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동식물] 89 - 날아다니는 포유류 박쥐
성경에서는 부정한 동물로 나와 이솝우화에 박쥐 이야기가 있다. 동물나라에서 땅에 사는 동물과 새들이 편을 갈라 싸우고 있었다. 땅에 사는 동물쪽이 유리해지자 박쥐는 "나는 쥐처럼 생기고 새끼도 낳는, 땅에 사는 동물이야"하며 거들었다. 그러나 다음 싸움에서 새들이 우세하자 이번엔 "나는 날개가 달렸지"하며 새들의 편을 들었다. 그 후 동물나라에 평화가 찾아왔을 때에 간사한 박쥐는 땅에 사는 동물한테도, 새들한테도 쫓겨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박쥐는 포유동물 중 유일하게 새처럼 날아다닐 수 있으며 극지방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 약 900여 종이 서식한다. 주로 동굴이나 폐광, 바위 틈, 나무 속, 숲속 등 서식처도 다양하다. 몸의 구조와 기능이 모두 날기에 편리하도록 발달되어 있다. 공중을 날기 위해서는 체중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그래서 박쥐는 다리의 무게를 줄이는 쪽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박쥐의 다리 근육은 점차로 없어지고 힘줄만 남게 되었다. 박쥐는 휴식을 취할 때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이렇게 하면 다리에 힘을 주지 않고도 몸을 지탱할 수 있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자세가 가장 편안한 자세인 셈이다. 또한 천장에서 매달려 자면 천적을 피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날개는 앞다리가 진화해 변형된 것이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모든 손가락이 길어졌으며 비막(飛膜)으로 연결된다. 비막은 앞팔에서부터 옆구리를 따라 뒷다리의 발목에까지 이른다. 엄지손가락 끝에는 발톱이 있다. 대부분의 박쥐는 곤충을 잡아 먹는다. 포식하는 곤충의 양이 엄청나므로 생태계에서 곤충류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몇몇 해로운 곤충을 구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어떤 박쥐들은 나무 열매, 꽃가루, 꿀을 먹기도 하는데, 열대 아메리카에 사는 흡혈박쥐는 포유동물이나 큰 새들의 피를 먹고 살기 때문에 광견병을 옮기기도 한다. 박쥐는 아무리 깜깜한 곳에서도 주변 사물에 부딪히지 않고 날 수 있다. 실험에 의하면 약 30㎝ 간격으로 늘어뜨린 가는 철사에도 부딪히지 않고 날아갈 수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물체로부터 반사해 오는 공기의 진동을 느끼고 장애물을 피하는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팔레스티나에는 약 20여 종의 박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경에서 박쥐는 황새, 오디새 등과 함께 부정한 동물로 등장한다. "새들 가운데 너희가 혐오스럽게 여길 것은 이런 것들이다. 그것들은 혐오스러운 것이니 먹어서는 안 된다. 황새와 각종 왜가리와 오디새와 박쥐다"(레위 11,13. 19). 동굴, 폐허 등 어두운 곳에서 지내며 거꾸로 매달려 지내는 행동을 염두에 두고 부정한 동물로 구분했다고 생각된다. "그날(주님의 날)에 인간들은 자기들이 경배하려고 만든 은 우상들과 금 우상들을 두더지와 박쥐들에게 던져 버리리니"(이사 2,20).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어둡고 습한 곳에 사는 박쥐의 습성 때문에 부정한 모습으로 비쳐졌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박쥐가 해충을 잡아먹기에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니 세상에는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진리가 새삼스럽다. [평화신문, 2008년 4월 1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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