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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광야: 하느님을 애타게 찾도록 하는 곳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06 조회수5,516 추천수2

[성경 속 상징] (2) 광야 : 하느님을 애타게 찾도록 하는 곳

 

 

- 마사다 유적지에서 내려다 본 주변의 황량한 광야의 모습. 사진제공=주호식 신부.

 

 

'광야'하면, 오래전 성지순례 중에 순례자들과 시나이 반도의 광야에서 작은 바위를 제대삼아 미사를 봉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미사를 시작하자 근처에 사는 베드윈족 아이들 몇십 명이 우리 주위에 모여들었다.

 

이방인을 호기심의 눈초리로 보던 아이들은 우리가 성가를 부르자 자기들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크게 따라 불렀다. 나중에는 손뼉까지 치며 즐겁게 노래를 부르던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광야에 사는 아이들의 삶이 무척 순박하고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야라고 하면 우선 황량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척박한 땅, 뜨겁고 건조한 불모의 사막을 생각하기 쉽다. 광야는 죽음과 쇠퇴, 파멸의 땅을 의미한다. 또 광야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굶주림과 타는 듯한 갈증이 존재한다. 무서운 모래 바람과 위험한 독사, 전갈 등이 인간의 생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곳이 광야다.

 

그래서 성경은 광야를 사람이 살지 않고 야생 당나귀나 들짐승이 사는 곳으로 묘사한다. "그들은 광야의 들나귀처럼 먹이를 찾아서 일하러 나가네"(욥기 24,5).

 

구약의 광야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셨던 장소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광야는 무섭고 두려운 곳이었다. "우리는 주 우리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호렙을 떠나, 너희가 본 저 크고 무서운 광야를 가로질러, 아모리족의 산악 지방 길을 따라 카데스 바르네아에 이르렀다"(신명 1,19). 이스라엘은 광야를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이스라엘에게 광야는 시련과 정화의 상징이 된다.

 

황폐한 광야에는 각종 사악한 짐승이 도사리고 있다. 하느님께 버림 받은 장소인 광야는 그러나 하느님께서 원하기만 한다면 비옥한 풍요의 땅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마침내 하늘에서 영이 우리 위에 쏟아져 내려 광야는 과수원이 되고 과수원은 숲으로 여겨지리라"(이사 32,15).

 

역설적으로 광야는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주님께서는 광야의 땅에서 울부짖는 소리만 들리는 삭막한 황무지에서 그를 감싸 주시고 돌보아 주셨으며 당신 눈동자처럼 지켜 주셨다"(신명 32,10).

 

신약에서 광야는 세례자 요한이 그리스도를 위한 길을 준비한 장소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마르 1,4). 이처럼 광야는 예언자로서 사명을 위해 준비하는 장소다.

 

광야는 악이 거처하는 장소로도 나타난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예수님께서는 사십 일 동안 광야에서 머무르시며 기도하셨다(마태 4,1-11).

 

광야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기에 세상에 숨겨진 곳, 속세를 초월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수도자들은 오랫동안 광야에서 생활하면서 전심으로 기도와 사색에 몰두했다. 광야에는 안락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으로부터 기대할 것이 거의 없는 황량함이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살이 동안 수많은 고난을 겪고 불평을 반복하면서 마침내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깨달을 수 있었다.

 

광야는 인간이 자신의 힘만으로는 살 수 없음을 뼈저리게 가르쳐주고 하느님을 애타게 찾도록 하는 장소다. 나의 광야는 어디인가?

 

[평화신문, 2008년 5월 4일,

[성경 속 상징] (3) 제단 :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장소

 

 

-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 양식 건축물인 노트르담대성당의 제단과 제대 모습. 사진제공=주호식 신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 중에 천단(天壇)이 있다. 이곳은 명ㆍ청대에 황제가 하늘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 곳이라고 한다. 제단은 자연신이나 조상에게 제물을 바치거나 기도를 하기 위해 다른 곳과 구별해 신성화한 대(臺)를 말한다. 종교와 시대, 제사에 따라 제단의 형태가 다르다.

 

원시 종교에서는 자연석, 돌이나 돌무더기, 흙 둔덕 등을 제단으로 사용했다. 본래 제단은 우주(세계)의 중심을 상징했고 제단에서는 위와 아래, 즉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우주축을 볼 수 있다.

 

성경에서 최초로 언급되는 제단은 노아 시대의 홍수 사건 이후, 방주에서 나온 노아가 쌓은 제단이다. 여기서 제단은 희생제물을 바치는 장소의 의미이다.

 

"노아는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모든 정결한 짐승과 모든 정결한 새들 가운데에서 번제물을 골라 그 제단 위에서 바쳤다"(창세 8,20). 그러나 이에 앞서 창세기 4장에 카인과 아벨이 하느님께 제물을 바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아 시대 이전에 이미 제단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창세 4,3-4).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에 도착했을 때,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축복을 약속하셨고 아브라함은 그곳에 제단을 쌓았다.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말씀하셨다. '내가 이 땅을 너의 후손에게 주겠다.' 아브람은 자기에게 나타나신 주님을 위하여 그곳에 제단을 쌓았다"(창세 12,7).

 

여기서 제단은 하느님의 부르심과 만남을 상징한다. 이처럼 성경의 제단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장소로서 중요하다. 하느님과 관계되었다는 점에서 제단은 전체와 완전함의 상징이었다. 제단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눈에 보이는 중심 장소가 되기도 했다.

 

또한 구약에서 제단은 범죄자들이 도피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악의로 흉계를 꾸며 이웃을 죽였을 경우에는 그가 제단을 붙잡았더라도 끌어내어 사형에 처했다(탈출 21,14).

 

신약에서 제단은 그리스도의 신성한 식탁을 가리킨다. 신약에서도 제단은 제물을 드리는 장소였지만 제물은 구약 시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예수님 자신이 속죄의 제물이 되셨기 때문이다.

 

히브리서에서는 예수님이 제단과 동일시되고 있다. 그리고 속죄의 제물인 그리스도는 그 이전에 계속 반복하여 드리던 다른 제물들과 비교돼 나타난다(히브 13,10-12). 제단이요 동시에 제사장과 제물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성경에 나오는 제단과 관련된 모든 이미지를 하나로 일치시킨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는 새로운 계약의 상징이 된다.

 

최후의 만찬 식탁을 모방한 제단은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부터 존재했고 주님의 식탁을 중심에 두고 예배를 드렸다. 제단의 상징적 의미는 신약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가톨릭 성당의 제단은 성당 전면에 설치돼 있고 그 중심에는 미사성제를 봉헌하는 제대가 있다. 제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제사, 즉 미사가 봉헌되는 곳이다.

 

또한 최후의 만찬 때에 제자들과 음식을 나누신 식탁을 상징한다. 이처럼 제대는 성당의 중심이며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래서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오면 제대를 향하여 고개를 숙이는 예의를 갖춘다.

 

[평화신문, 2008년 5월 1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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