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36) 반지 : 사회적 신분과 지위의 징표 - 사진제공=서울신문. 한국이 낳은 '피겨 퀸' 김연아 선수는 2월 7일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회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김연아 선수 금메달 소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이었다.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적 피겨 요정으로 도약한 김연아 선수는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의 모든 것은 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다. 최근 언론 보도 때마다 화면에 잡히는 김연아 선수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낀 반지가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커플링이다', '의상과 맞춘 패션 반지다', '수천만 원짜리 명품이다' 등 네티즌들 추측이 난무했다. 피겨 퀸의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반지는 묵주반지다. 지난해 5월 바다의 별이신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스텔라'라는 세례명으로 영세한 김연아 선수는 경기에 나설 때, 연습할 때는 물론 평상시에도 항상 묵주반지를 끼고 있다고 한다. 반지는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이면서 또한 권위ㆍ충성의 상징,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반지를 주는 것은 권력을 위임함과 진실을 맹세하고 상대편의 인격과 하나를 이루는 일치를 상징한다. 또한 반지는 영원, 연속, 생명을 상징한다. 하나로 묶어서 연결함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결혼반지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결혼반지는 정절의 징표, 진실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오늘날에도 연인들이 커플링을 약속의 표시로 이용한다. 반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고대 이집트 때부터라고 추정한다. 그리스에서 반지는 자유로운 신분을 지닌 남자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었다. 로마 시대 때도 반지는 특별한 지위를 나타내는 징표였다. 그래서 원로원 의원은 금반지를 끼었다. 중세 시대 대관식에서 반지는 왕과 그 나라의 결합을 나타냈다. 오늘날에도 주교 반지는 주교 품위와 관할권의 표지를 나타낸다. 성서 시대에도 인장, 혹은 봉인과 인장이 딸린 반지는 접촉해서는 안 되는 불가침의 의미와 존경 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시였다. 이집트 왕 파라오는 요셉을 이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우며 옥새 반지를 끼워준다(창세 41,41-42). 이처럼 권력을 위임할 때 인장 반지를 손에 끼워줬다(에스 3,10 참조). 신약에서도 사회적 신분과 지위의 징표로 사용했다. 반지를 다시 끼는 것은 그 사람 권리를 회복하는 의미를 지녔다. "아버지는 종들에게 일렀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가져다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 주어라'"(루카 15,22). 베드로가 그물을 던지는 그림이 새겨진 일명 '어부의 반지'는 교황 권위를 상징하며 성 베드로 사도 후계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교황청은 역시 그의 라틴어 이름이 새겨진 새 반지를 제작하고, 교황은 선종 때까지 이 반지를 끼게 된다. 예전에는 교황이 공문서를 봉인할 때 이 어부의 반지를 사용했으며 교황을 알현하는 신자들은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무릎을 꿇고 이 반지에 입을 맞췄다. 교황이 선종하면 반지를 부수게 되는데 이는 전 세계 가톨릭에 대한 그의 권위가 끝났음을 상징한다. 부서진 반지는 교황 관속에 넣어지는데 위조를 막기 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평화신문, 2009년 3월 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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