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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유대인 이야기8: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12의 법칙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1 조회수4,185 추천수1

[유대인 이야기] (8) 12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12의 법칙"

 

 

- 이집트 카이로 인근의 기자 지역에 위치한, 약 4천500년 전 지어진 쿠푸왕(높이 146m)의 피라미드. 연대상으로 볼 때, 이집트로 팔려간 요셉도 이 피라미드를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이집트 사막지대에서 만난 낙타탄 현지 경찰. 요셉은 형제들의 시기와 질투로 인해 이집트로 가는 상인에게 종으로 팔리고, 이후에는 감옥에 갇히는 수난을 겪는다.

 

 

만약 아들 귀한 집 가장이 성경을 읽는다면, 맘 상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야곱이 아들을 ‘줄줄이’낳는 장면이다.

 

“이번에도 아들이에요”(창세 35,17).

 

아들, 아들, 아들, 또 아들이다. 야곱은 그렇게 아들을 무려 열둘이나 낳는다. 레아에게서 낳은 아들이 르우벤, 시메온(레위), 레위, 유다, 이사카르, 즈불룬이고, 라헬에게서 낳은 아들이 요셉과 벤야민, 라헬의 몸종 빌하에게서 낳은 아들이 단과 납탈리, 레아의 몸종 질파에게서 낳은 아들이 가드와 아세르이다(창세 35,22-26 참조).

 

이들은 각자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조상이 된다. 한 민족을 열두 지파로 나누는 것은 기원전 2000~1600년경 당시 지중해 동부지역과 소아시아 지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굳이‘12’였을까.

 

오늘날 유전학자들은 인류 생존의 수수께끼 속에는 ‘12의 법칙’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인간 스스로도 모르게 그 몸속에 ‘12’라는 숫자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의하면 12의 법칙 균형이 깨지면 인류는 멸망한다. 유전학자들은 확률적으로 오늘날 왼손잡이는 전제 인구의 12분의 1(8.3%)이라고 말한다. 또 12명 중 한명은 색맹이고, 또한 대머리이다. 과거에 인간은 12명을 기본 단위로 사냥을 했으며, 그 중 대머리와 왼손잡이, 색맹이 포함된 그룹이 가장 사냥을 잘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른손잡이 열한 명이 동물을 오른쪽으로 몰 때 한명은 왼쪽으로 몰아야 했으며, 관찰을 위해 동물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은 대머리였으며, 동물들의 보호색 위장을 판별해내는 색맹도 반드시 열두 명중 한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실제로 대머리와 색맹, 왼손잡이 비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늘날에도 0.83%(1/12)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유독 12라는 숫자에 집착한다.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인들이 사용한 것은 12진법(duodecimal, 十二進法)이었다. 우리는 이 12진법을 오늘날 시계를 통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오전과 오후 12시로 나눈다. 1년 또한 열두 달이다. 올림푸스의 주축이 되는 신도 열둘이었다.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원탁의 기사도 열두 명이다.

 

동양에서도 12는 무시하지 못할 수였다. 십이지(十二支)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를 말한다. 오늘날에도 음악에서 한 옥타브는 12개의 반음 간격이며, 컴퓨터 키보드에도 F1에서 F12까지 12개의 기능키가 있다. 물론 연필 한 다스도 12자루다.

 

구원사 속에서도 12는 위력을 발휘하는데, 예수는 제자 “열둘을 뽑으셨다”(루카 6,13).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새 예루살렘도 열두 성문, 열두 초석으로 이뤄져 있다(묵시 21,12-14 참조).

 

아무튼 이스라엘(민족)은 이스라엘(야곱) 이후 그의 열두 아들을 머리로 하는 12부족동맹체제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민족은 훗날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단결이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판관 5장 참조). 게다가 이들 부족들끼리의 영토에 대한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훗날 가나안 정복 후, 소위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은 납탈리, 이사카르, 아세르 등에게만 돌아갔을 뿐이었다.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이러한 반목을 아예 피하려 했던 기록도 있다. 열두 지파의 막내격인 가드와 르우벤 지파는 아예 약속의 땅을 거부하겠다고 모세에게 말했고(민수 32,1-20 참조), 시메온 지파도 이집트와 인접한 오늘날 가자 지구 남쪽 땅을 분배 받았다. 12지파 이야기는 뒤에 다시 나오기 때문에 여기서 멈추고, 그 조상들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간다.

 

열두 아들, 즉 야곱의 열두 아들 중 성경은 특히 요셉에 주목하고 있다. 성경이 주목한다는 것은 그에 의해 하느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의미다.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이스라엘)에 이은 4대손 요셉은 배다른 형제들의 질투로 인해 이집트로 가는 상인에게 종으로 팔리게 된다. 이후 요셉은 감옥에 갇히는 등 고난을 겪지만 타고난 지혜와 재능을 바탕으로 파라오의 눈에 들어 이례적으로 출세했고(이집트의 재상이 됐고), 아버지 야곱을 비롯한 형제들을 모두 이집트로 불러온다.

 

마치 먹고 살기 힘들어 미국으로 입양 보낸 아들이 미국 부통령이 되어 한국의 가족들을 초대하는 격이다. 아무튼 야곱 가족들은 조금은 얼굴이 두꺼운 편이었던 것 같다. 요셉에게 의지해 이집트로 건너간 가족(열두 지파의 조상 포함)이 하나 둘도 아니고 무려 70명에 이른다(창세 46,8-27 참조).

 

이때가 기원전 1600년경이었다. 이들은 이후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 자손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집트인들은 “진흙을 이겨 벽돌을 만드는 고된 일과 온갖 들일 등, 모든 일을 혹독하게 시켜 그들의 삶을 쓰디쓰게 만들었다”(탈출 1,14).

 

그래서 람세스 2세 통치기간(기원전 1304~1237)에, 모세가 그들을 이끌고 다시 이집트를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애초에 요셉에 의해 이집트에 간 사람의 수는 70명이었다. 그런데 400여년 후, 이집트를 탈출하는 사람은 20세 이상 남자만 60만 3550명(탈출 38,26)이다. 아무리 자손을 많이 낳는다고 해도 불가능한 수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이집트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가톨릭신문, 2009년 3월 1일,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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