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42) 순례 : 천국 향해 나아가는 삶의 여정 - 지난해 11월 그리스ㆍ터키 크루즈 성지 순례 중 필리피 원형경기장터에서 미사를 집전한 사제단이 정진석 추기경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가을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편지 한통을 받았다. "신부님! 저는 일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체험했습니다. 하루 하루를 지나보면 은총이 아닌 순간이 없었습니다. 지금 같아서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성지순례를 함께해주신 모든 분 특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성지순례도 여행인지라 항상 문제가 많다. 자꾸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 출발 때 늦게와서 다른 이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람, 아픈 사람 등 공동체는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것이 성지 순례의 일부가 된다. 성지순례는 무엇보다 하느님을 만나는 과정이다. 성지순례란 단순한 관광이나 여행과는 분명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성지순례는 언제나 회개와 신앙의 증진, 또 사도직 수행에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구약성경에서 성지순례는 개인이나 가족들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거행되는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연례적으로 떠나는 여행을 말한다. 성경에서 순례는 자주 이 세상을 넘어서 천국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사람들 삶의 비유로 사용한다. 왜냐면 순례는 거룩한 곳으로 여정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구약에서 순례는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정착한 이후 널리 수행된 예배 행위들에 기초를 둔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중요한 종교적 축제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행해졌다. 유다인 남자들은 일 년에 최소한 세 차례 예루살렘에서 예배를 드려야 했다. "너희 가운데 모든 남자는 해마다 세 번씩, 곧 무교절과 주간절과 초막절에, 주 너희 하느님께서 선택하시는 곳에서, 그분 앞에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빈손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서는 안 된다"(신명 16,16). 성경에서 순례는 어떤 형태로든 모든 시대에 걸쳐 하느님 백성들의 믿음과 신뢰의 여정을 의미한다. 성경에 나타나는 믿음의 순례에서 대표적 인물은 하느님 부르심을 받고 응답한 아브라함이다(창세 12,1-3). 창세기에서 야곱은 자기 자신의 인생과 조상들의 인생을 나그네의 인생으로 묘사한다. "야곱이 파라오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나그네살이한 햇수는 백삼십 년입니다. 제가 산 햇수는 짧고 불행하였을 뿐 아니라 제 조상들이 나그네살이한 햇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창세 47,9). 따라서 믿음의 삶이란 영원한 안식처를 찾기 위한 순례의 길을 상징한다. 이스라엘 역사가 바로 이런 특징을 잘 나타내고있다. 특히 이사야 예언자는 순례의 상징적 이미지를 이용해 미래의 구원을 예언했다(이사 야 11,11-12: 35,8: 30,29). 분명한 것은 하느님은 순례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늘 보호하실 것이라는 것이다(이사 52,7-12). 이처럼 성경에서 순례는 구원을 위한 부차적 주제로서 잘 나타난다. 이러한 순례의 상징은 신약에서도 잘 나타난다. 특히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장면에서 마지막 순례 여행으로 강조된다(마태 21,1-11). 결국에는 예수님을 순례자들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선언한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 14,6).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결국 하늘의 예루살렘을 궁극적인 목표지로 삼고 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리스도 신자는 이 땅에서 사회적으로 격리되고, 사회에서 대체적으로 핍박받는 유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자주 나그네, 행인으로 묘사된다(1베드 1,17). 이처럼 성경 전체를 통해 하느님을 따르는 충성스러운 자들은 상징적으로 순례자들로서 묘사된다. 그래서 이냐시오 성인은 늘 자신을 순례자라고 말했다. [평화신문, 2009년 4월 1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