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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3: 복음서의 큰 등장 인물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1 조회수3,176 추천수1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3 - 복음서의 큰 등장 인물들

 

 

복음서 이야기는 주인공인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 그리고 그분의 반대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그룹의 인물들은 복음서 이야기의 큰 등장 인물들(major characters)이다. 그래서 우리는 복음서를 읽을 때 우선 큰 등장 인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야기 안에서 그들이 어떻게 인물 묘사되어 있는지, 줄거리 안에서 그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여러 장면의 사건들에서 그들의 관계가 서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복음서를 읽는 우리는 그분의 제자들과 반대자들에 대하여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물어야 한다.

 

 

예수님의 제자들

 

복음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수님은 그의 활동 초기에 제자들을 부르신다.(마르 1,16-20과 병행 구절) 그 부르심의 내용은 “나를 뒤따르라.”이다. 예수님은 그 어떤 사상이나 이론을 따르도록 초대하지 않으신다. 그 어떤 조직의 가입을 권유하지도 않으신다. 부르심은 예수님과의 관계 맺음으로의 초대이며,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의 초대이다. 즉 예수님과의 친교 공동체로의 초대이다. 그의 부르심에 제자들은 긍정적으로 응답한다. 그들은 이 초대에 방해되는 것들을 모두 버리고 예수님을 뒤따라 나섰다. 예수님의 부르심과 제자들의 응답에 의해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된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신 목적은 무엇보다 먼저 그들이 “그분과 함께 있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분의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이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식탁 공동체를 이루고,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 그분의 여러 행적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이 행하신 일을 계속하였다. 이것은 복음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제자들의 긍정적인 모습들이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제자들의 모습은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복음서에서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들도 발견한다. 이러한 부정적 모습은 예수님의 선택을 받아서 그분과 함께 있었던 제자들이지만, 그분의 가르침과 행적에 대한 그들의 몰이해에서 잘 드러난다. 제자들의 몰이해는 그분이 예루살렘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분이 십자가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욱 더 잘 드러난다. 특히 예수님의 세 번에 걸친 수난과 부활의 예고 말씀과 관련하여 제자들의 몰이해가 잘 부각된다.

 

결국 예수님이 겟세마니에서 체포되시는 순간, 제자들은 스승을 버리고 모두 달아났다.(마르 14, 43-50과 병행 구절) 복음서 이야기의 시작에서 예수님의 부르심에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 나섰던 제자들이 이야기의 끝에서는 결국 그 예수님을 버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복음서 이야기에서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복음서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가 파국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을 다시 부르신다. 예수님의 새로운 부르심은 제자들의 배반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그분과의 새로운 만남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제자들과 독자

 

복음서를 읽는 오늘의 독자인 그리스도인은 이야기의 등장 인물들 중에서 제자들에게 공감하게 된다. 왜냐하면 복음서의 제자들과 그리스도인 독자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제자들이 그러했듯이 오늘의 그리스도인도 예수님의 부르심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체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부르심에 긍정적으로 응답하는 제자들의 이야기에 독자들은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독자는 제자들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

 

왜냐하면 복음서에서 읽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독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모습에서 오늘의 독자는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이와 같이 오늘의 그리스도인 독자는 복음서 이야기의 제자들에 대하여 공감할 뿐만 아니라 그들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을 그들과 동일화하게 된다.

 

 

예수님의 반대자들

 

복음서 이야기의 또 다른 큰 등장 인물에는 예수님의 반대자들이 있다. 그들은 율법 학자들, 바리사이들, 사두가이들, 헤로데 당원 등이다. 반대자들은 복음서 이야기의 시작에서부터 예수님과 갈등을 일으키고, 이야기의 줄거리가 진전되면서 이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결국 이 갈등은 예수님을 십자가형으로 처참하게 처형시키는 비극을 초래하게 한다. 이와 같이 복음서에 등장하는 반대자들은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반대자들은 당시 팔레스티나 유다이즘을 대표하는 그룹들이다. 이들은 예수님 당시, 즉 기원후 1세기의 유다이즘을 서술하는 역사가들의 기록에도 언급이 되는 그룹들이다. 결국 복음서에 나타나는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은 당시 유다이즘을 대표하던 그룹들이 지향하고 실천했던 길들과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 사이의 깊은 갈등을 의미한다.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의 충돌은 특히 복음서의 논쟁들에서 잘 드러난다.

 

 

반대자들과 독자

 

독자인 그리스도인은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반대자들에게 강한 반감을 가진다. 오늘의 그리스도인 독자는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에는 공감하지만, 반대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에는 반감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그리고 오늘의 독자는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을 읽으면서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들 간에 무엇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지, 그 갈등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독자는 예수님이 걸어가셨던 길이 당시 유다이즘을 대표하던 그룹들이 추구했던 길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독자는 반대자들과 논쟁하는 예수님의 차별성과 독창성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복음서 이야기에 나타나는 큰 등장 인물들인 예수님의 제자들과 반대자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복음서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야기 안에서 각각의 등장 인물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으며, 그들은 오늘의 나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월간 빛, 2009년 3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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