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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4: 복음서의 작은 등장 인물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1 조회수3,430 추천수1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4 - 복음서의 작은 등장 인물들

 

 

복음서에는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예수님, 제자들, 반대자들 등의 큰 등장 인물들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들이 바로 작은 등장 인물들(minor characters)이다. 복음서 이야기의 여러 장면에 자주 나타나서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 큰 등장 인물들과는 달리, 작은 등장 인물들은 한두 장면에만 나오는 주변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제자들이나 반대자들처럼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들이 아니라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 인물들이다.

 

 

인물들의 분류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수님과의 관계에 따라 작은 등장 인물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예수님과 직접적이고 능동적으로 만나는 경우이다. 어떤 나병환자(마르 1,40-45 병행), 게라사의 더러운 영이 들린 어떤 사람(마르 5,1-20 병행), 회당장 야이로(마르 5,21-24. 35-43 병행), 어떤 하혈하는 부인(마르 5,24-34 병행), 어떤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마르 7,24-30 병행), 벙어리 영이 들린 어떤 아이의 아버지(마르 9,14-29 병행), 어떤 부자(마르 10,17-22 병행), 예리코의 눈먼 이(마르 10,46-52 병행), 어떤 율법 학자(마르 12,28-34 병행), 베타니아의 어떤 여자(마르 14,3-9 병행), 어떤 백인대장(마르 15,39 병행),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마르 15,42-47 병행), 어떤 백인대장(마태 8,5-13 병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예수님을 신뢰하고 그분에게 존경을 표현한다. 그들은 그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인데, 자신을 위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하여 도움을 간청하고, 실제로 그분의 도움을 받는다.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는 어떤 나병환자, 게라사의 더러운 영이 들린 어떤 사람, 어떤 하혈하는 부인, 예리코의 눈먼 이 등이고, 후자의 경우는 회당장 야이로, 어떤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 등이다.

 

둘째, 예수님과 직접적이나 수동적으로 만나는 경우이다. 더러운 영이 들린 어떤 사람(마르 1,21-28 병행), 시몬의 장모(마르 1,29-31 병행), 어떤 중풍병자(마르 2,1-12 병행), 어떤 손이 오그라든 사람(마르 3,1-6 병행), 야이로의 딸(마르 5,21-24. 35-43 병행), 벳사이다의 눈먼 이(마르 8,22-26 병행), 키레네 사람 시몬(마르 15,21 병행), 벳자타 못 가의 어떤 병자(요한 5,1-18),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어떤 사람(요한 9,1-34)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또한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이들은 전적으로 예수님의 능동적인 행동으로 치유되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그분을 만난다.

 

셋째, 예수님과 간접적으로 만나는 경우인데, 예루살렘 성전의 어떤 가난한 과부(마르 12,41-44 병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물들의 특징

 

복음서 이야기의 작은 등장 인물들의 특징은 제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제자들과 예수님과의 만남이 그분의 부르심으로 시작되는 것과는 달리 작은 등장 인물들은 자신이 원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분을 만나게 된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지만, 작은 등장 인물들과 예수님과의 만남은 대부분 한 두 장면에 한정되어 있다. 복음서 이야기에서 제자들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각기 자신의 이름으로 불려진다. 그러나 작은 등장 인물들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름 없이 소개된다. 이야기의 진행과 함께 제자들은 긍정적인 모습뿐 아니라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이 부정적인 제자들의 모습은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몰이해와 신앙 부족에서 잘 드러난다. 이에 반해 복음서에서 예수님에 대한 이해와 신앙의 모범으로 제시되는 것은 작은 등장 인물들이다. 어떤 중풍병자를 데리고 온 사람들(마르 2,5 병행), 회당장 야이로(마르 5,22-23. 36 병행), 어떤 하혈하는 부인(마르 5,34 병행), 벙어리 영이 들린 어떤 아이의 아버지(마르 9,23-24 병행), 예리코의 눈먼 이(마르 10,52 병행) 등이 그들이다. 물론 작은 등장 인물들이 긍정적인 모습만을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부자는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뒤따르라.”는 예수님의 초대에 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마르 10,22 병행)

 

한편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과 예루살렘에서 잘 드러난다. 이에 반해 예루살렘 입성 직전에 예리코의 눈먼 이는 예수님을 뒤따라 나선 참된 제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은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스승의 시신을 모셨듯이(마르 6,29 병행) 예수님의 시신을 모심으로써 참된 제자의 모습을 보인다. 어떤 백인대장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고 고백한다.(마르 15,39 병행)

 

이와 같이 작은 등장 인물들은 참된 제자와 신앙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과 작은 등장 인물들의 긍정적인 모습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인물들의 역할

 

작은 등장 인물들의 긍정적인 모습은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더 부각시키는 역할(foil)을 한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의 부족한 모습은, 그분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아닌 작은 등장 인물들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인해 더욱 크게 드러난다. 특히 예루살렘의 겟세마니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난 이후 그분 곁에서 제자들이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행하는 사람들은 바로 작은 등장 인물들이다. 이들의 역할은 제자들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부각시킨다.

 

작은 등장 인물의 역할은 제자들의 모자람을 더욱 잘 드러나게 하는 것뿐 만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참된 제자와 신앙인의 모범으로 제시된다. 그들은 제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의 제자가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병행)는 예수님의 초대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신앙의 모델들이다. 따라서 복음서 이야기의 주변 인물인 작은 등장 인물들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독자들의 반응

 

이 작은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오늘의 독자는 그들의 부정적인 모습에는 반감을 가지지만, 그들의 긍정적인 모습에는 공감한다. 특히 그들의 참된 제자와 신앙인의 모습에서 독자는 본받아야 할 모범을 발견하고, 그들과 하나가 된다.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함께 발견하는 독자는 작은 등장 인물들에서 자신이 동일화해야 할 대상을 만나게 된다.

 

[월간 빛, 2009년 4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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