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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가톨릭(공동) 서간: 야고보 서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07 조회수2,895 추천수1

[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37. 가톨릭(공동) 서간 (2) : 야고보 서간

 

 

신약은 구약에서 한걸음 더 내딛은 것이다. 시대관, 윤리관, 구원관도 모두 신약이 구약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래서 말 그대로 구약(舊約)이고 신약(新約)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약속, 묶음, 다발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성경이 있다. 바로 야고보 서간이다. 또한 이 야고보 서간은 특히 ‘실천’을 강조한 성경으로 알려져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모든 사람이 듣기는 빨리 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고 분노하기도 더디 해야 합니다.”(야고 1, 19)

 

믿음, 시련, 지혜, 그리고 시련과 유혹에 대해 간략히 앞부분을 서술한 야고보 사도는 바로 이어서“천천히 말하라”며‘실천’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성경들과 사뭇 다른 구성이다. 우리는 밥을 꼭꼭 싶어 먹어야 한다. 그리고 소화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역시 사람은 입(口)이 문제다.

 

아름다운 산에 올랐을 때는 그 산을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그 참 맛을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 아름다운 미술품을 감상할 때도, 뛰어난 인문사회과학적 인식을 접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린 내 머리와 가슴에 들어온 것을 천천히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음미한 것은 ‘천천히’(내적으로 차분한 상태에서)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바로 야고보 사도의 핵심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믿음의 실천’이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야고 1, 22)

 

“누가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실천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한 믿음이 그 사람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날 먹을 양식조차 없는데,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은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이 녹이고 배불리 먹으시오.” 하고 말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야고 2, 14~16)

 

믿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그 믿음은 소용이 없다. 기도 생활은 실천하는 것이다. 기도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는 이성과 마음, 가슴, 영혼으로 출발해 실천으로 완성된다. 행동으로 믿음을 보여줄 순 있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믿음을 보여줄 순 없다.

 

야고보 사도는 이어 실천하지 않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그 첫 번째가 ‘말조심’이다. 우리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다. 주님이신 아버지를 찬미하는 그 혀로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된 사람들을 괴롭혀서는 안된다.(야고 3, 9 참조)

 

야고보 사도는 또 실천의 구체적 내용 중 하나로 ‘차별대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여러분이 화려한 옷을 걸친 사람을 쳐다보고서는 ‘선생님은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십시오.’ 하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당신은 저기 서 있으시오.’ 하거나 ‘내 발판 밑에 앉으시오.’ 한다면 여러분은 서로 차별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자비를 베풀지 않은 자는 가차 없는 심판을 받습니다. 자비는 심판을 이깁니다.“(야고 2, 1~13)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기 시절에 그랬지만 당시 빈부격차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당시에도 가난한 이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야고보 사도는 ‘자비심’(慈悲心)을 말한 것이다.

 

야고보 서간의 이 말씀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한 성당 안에서 가난한 이들은 주눅든 신앙생활을 하고 돈 많은 이들은 어깨 펴고 신앙생활 하는 풍토는 반드시 바뀌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자만’도 문제다. “자랑은 다 악한 것”(야고 4, 16)이다. 우리는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 우리들의 생명이란게 과연 무엇인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이다. 우리는 단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야고 4, 13~15 참조)

 

이런 점을 고치기 위해 우리는 인내하고 침묵해야 한다. “참고 기다리십시오. 땅의 귀한 소출을 기다리는 농부를 보십시오. 그는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맞아 곡식이 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립니다.”(야고 5, 7)

 

야고보 사도는 우리가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기도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웃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자만에 빠지고, 이웃을 차별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제 우리는 이웃을 존중하고, 스스로에 겸손하는 등 ‘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지금 여기서’실천해야 한다.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가톨릭신문, 2007년 10월 7일,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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