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세계 - 신약] 새로운 모세 마태오 복음을 주의 깊게 보면 그 안에 그리스도의 인격에 대한 특별한 고찰이 드러난다. 올리브산 또는 진복팔단산에 앉은 그리스도는 다섯 개의 담화로 요약되는 자신의 새로운 법으로 다르고 더 완전한 입법자, 새로운 모세가 된다. 이런 표현으로 마태오는 다만 그리스도의 인격적인 면모만이 아닌 모세의 고유한 면모도 제공한다. 율법 쪽으로 특별히 마음이 기운 복음서 저자 마태오는, 모세를 연기 나는 시나이산을 배경으로 두 개의 돌판과 불가분하게 연결된 것으로 보았다. 다행히 성서에서 모세에 대한 다른 표현(묘사)도 발견할 수 있다. 출애굽기에서 그는 다양한 사건으로, 이스라엘을 파라오의 권세로부터 해방시키고 광야를 가로질러 이끄는 정치적 영웅이다. 시편에 따르면 모세는 끊임없이 그의 백성이 ‘선택된 백성’임을 깨우쳐주는 출중한 마술사이다. 그리고 다른 본문들은 그를 저술가 또는 예언자로 일컫는다. 사도행전 7장 2절부터 53절에 나오는 스테파노의 담화는 모세의 모습에 대해 길게 다룬다. 그는 내다버린 모세를 파라오의 딸이 거두어 아들처럼 길렀다고 회고한다. “모세는 에집트인들의 모든 지혜를 배워 그 말과 행동에 힘이 있었습니다”(사도 7,22). 이 담화에 따르면, 그의 생애는 사십 년씩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즉 모세는 사십 년 동안 궁중에 있었고(7,23),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고독하게 유랑했으며(7,30) 사십 년 동안 백성의 우두머리였다. “이 사람이 에집트 땅과 홍해와 광야에서 사십 년 동안 기적들과 표정들을 행하여 그들을 끌어냈습니다”(7,36) 비록 이 담화에서 모세의 다양한 직무를 회고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이미지는 예언자의 모습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하느님께서 당신들의 형제들 가운데서 당신들을 위해 나와 같은 예언자를 세워주실 것입니다.’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이 모세입니다. 이 사람은 광야의 모임 때, 시나이산에서 그에게 이야기한 천사와 우리 조상들 사이에 중개자가 된 분으로서, 살아있는 말씀을 받아 우리에게 전해 주었습니다”(7,37-38). 스테파노의 사고 안에서 예언자 모세의 모습은 그리스도의 예표이다. 모세의 계획을 추적하는 진술의 어느 노선에서나 그는 그리스도에 대해 생각한다. 따라서 그리스도는 모세의 ‘실현’이 되지만 마태오 복음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스테파노의 표현에서 모세는 그의 백성한테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한 예언자가 아니라 그의 백성을 인도하여 구원한 예언자, 자신의 백성한테 비난받고 배척당한 예언자다. 이러한 묘사에서 모세는 ‘지도자와 속량자’(사도 7,35)라는 칭호로 존경받는다. 베드로의 표현에 따르면 두 칭호는 마땅히 그리스도의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분을 영도자와 구원자로 삼아 당신의 오른편에 높이 올리셨습니다”(사도 5,31). 모세와 그리스도는 둘 다 백성으로부터 가혹한 저항과 반대를 받았다. 베드로는 빌라도 앞에서 이구동성으로 예수를 부인하고 배척한 유다인들을 비난했다. “여러분은 거룩하고 의로운 분을 배척하고 여러분을 위해 한 살인자를 사면해 달라고 청했습니다”(사도 3,14). 사실 자신의 백성이 억압당하는 동안 모세가 한 에집트인을 죽였을 때, 그리고 그 다음날 다투는 유다인들을 화해하도록 했을 때 모세는 그들 가운데 하나로부터 강하게 경고받았다. “누가 당신을 우리의 우두머리로 삼고 우리의 재판관으로 세웠단 말이오?”(출애 2,14) 스테파노의 담화에서 개인적인 이 비난은 모든 백성의 몫으로 바뀐다. “사람들이 ‘누가 당신을 지도자와 재판관으로 세웠단 말이오?’ 하면서 배척했던 모세를 하느님께서는, 가시덤불 가운데 그에게 나타난 천사의 힘을 빌려 지도자와 속량자로 삼아 보내셨습니다”(사도 7,35). 연설의 측면에서 볼 때 스테파노의 담화는 퍽 잘 짜여있다. 그는 설득력 있게 성서를 인용하여 모세의 생애에 있었던 사실들을 눈앞에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모세 생애의 정점에 도달했을 때 설교자는 멈추어서 자신의 논증을 다른 어조로 반복한다. 계속해서 그는 모세를 부인했던 일이 어떻게 그리스도께 되풀이되고 있는지를 깨닫도록 한다. 설교자의 갑작스러운 악담이 모세 시대의 완고한 유다인들이 아니라 앞에 있는 청중을 향한다. “목덜미가 뻣뻣하고 마음과 귀에는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언제나 성령을 거역합니다. 당신들의 조상들처럼 당신들도 거역합니다. 당신들의 조상들이 예언자들 가운데 누구를 박해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까? 그들은 의인이 오신다는 것을 예고한 사람들을 죽였고 이제 당신들은 그 의인의 배반자가 되고 살인자가 되었습니다”(사도 7,51-52). 스테파노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자기들 앞에서 그리스도의 인격을 본다. 그리스도를 배척했고 그 일로 스테파노의 비난을 받은 것은 그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큰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고 “그리고 일제히 그에게 달려갔다”(사도 7,57). 복음서 저자 마태오가 그리스도를 새로운 법에 대한 당신의 가르침을 주는 새로운 모세로 묘사하는 반면에 스테파노는 순교하기 직전에 그리스도를 인정받지 못하는 모세로 본다. 바로 이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 스테파노의 과제였고, 본질적으로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다. “종(또는 부제)이 제 주인보다 더 높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박해했으면 여러분 또한 박해할 것입니다”(요한 15,20). (L’uomo moderno di fronte alla Bibbia에서 박래창 옮김) [경향잡지, 1996년 5월호, 베난시우스 더 레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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