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세계 - 신약] 제우스와 헤르메스로 오인된 사람들 그리스도 시대에 소아시아의 중심부에 위치한 프리기아에는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땅에 내려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선한 뜻을 가진 사람들한테 은혜를 베풀었다는 전설이 있었다. 필레몬과 바우치스라는 경건한 두 사람도 신들을 친절하게 대접한 보답으로 불멸의 나무로 바뀌었다. 이러한 전설이 그 지역에 정말로 있었음이 사도행전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즉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그들의 전도여행 중 프리기아 동쪽에 다다랐을 때 리가오니아에서 불구자 한 사람을 치유해 주자 열광적인 군중들로부터 두 명의 신으로, 즉 헤르메스와 제우스로 존경받았다. 리스트라에는 불구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날 때부터 앉은뱅이로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가 바오로의 설교를 듣고 있었는데 바오로가 그를 눈여겨보더니 그이한테 치유받을 만한 믿음이 있음을 보고 외쳤다. “일어나 똑바로 서시오.” 그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걸었다. 바오로가 한 일을 본 군중은 리가오니아 방언으로 외치기 시작하였다. “저 사람들은 사람 모양을 하고 우리에게 내려온 신들이다!” 그리고 바르나바한테는 제우스라는 이름을, 대변인이었던 바오로한테는 헤르메스라는 이름을 붙였다(사도 14,8-13). 묘사는 단순하면서 생생하다. 바르나바는 높고 위엄이 있어야 했으므로 최고의 신 제우스와 비교되었고 키프로스 사건 이후 안내와 설교를 맡았던 작고 진취적인 바오로는 신들의 사절이요 통역관인 헤르메스로 생각했다. 성 밖에 있는 제우스 신당의 사제는 황소 몇 마리와 화환을 성문 앞으로 가지고 나와서 사람들과 함께 사도들에게 제사를 지내려고 하였다. 이 소문을 들은 바르나바와 바오로 두 사도는 옷을 찢으며 군중 속에 뛰어들어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이게 무슨 짓입니까?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만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하여 여러분이 이런 헛된 우상을 버리고 살아계신 하느님께 돌아오게 하려고 왔을 따름입니다. 이 하느님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분입니다”(사도 14,13-15). 그들은 또한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들에게 제사를 지내려던 사람들을 말릴 수 있었다고 설교 끝부분에서 밝히고 있다. 사도행전에 리가오니아에서의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설교와 이방인들의 반응, 유대인들의 반대와 마침내 소아시아 중심부에 교회를 세운 사실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아직은 루가가 이 여행에서 바오로 일행과 함께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기에 분명한 것은 루가가 이러한 사실들을 자료의 원전에서 직접 입수했거나 아니면 개연성은 크지만 일생 동안 자신의 전교여행과 사건들에 대한 인상을 명확히 보존하려 했던 바오로의 입을 통해 얻었다는 것이다. 이 전교여행이 키프로스에서는 조용히 진행되었을 것이다. 대륙에서는 소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모험적이며 영웅적인 활동이 전개되었다. 소아시아와의 이 첫 번째 만남에서 젊은 마르코는 높은 산악지대에서 지중해 연안으로 이동하는 데 따르는 피로로 압박감을 받았을까? 그를 위협하는 눈 쌓인 산정 또는 깊고 무시무시한 절벽이 있었을까? 여하튼 그는 되돌아갔다.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다른 동료 없이 높은 산을 올랐다. 산꼭대기에서 길을 헤매고 수많은 어려움을 만나면서 그들이 확실히 다시 생각해야만 했던 것은 바다로 여행하는 것이 훨씬 더 편안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마르코를 부러워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그들은 비시디아의 안티오키아에서 현지 유대인의 반대로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 찬”(사도 13,52)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이별하였다. 또한 그 다음 도시 이고니온에서도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의 반대가 강하게 불타올랐다. “이방인들과 유다인들은 그들의 지도자들과 한데 어울려 사도들을 학대하고 돌로 쳐죽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사도들은 이 낌새를 알아채고 리가오니아 지방에 있는 도시 리스트라와 데르베와 그 근방으로 피해 갔다”(사도 14,5-6). 리스트라에서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헤르메스와 제우스로 존경받았다. 그러나 그 뒤 사도들을 계속 따라다니며 적개심을 품은 유대인들한테 자극받은 사람들은 바오로를 돌로 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가 죽은 줄 알고 성 밖으로 끌어내다 버렸다.” 그러나 제자들이 달려와 둘러서자 바오로는 일어나 성 안으로 들어갔다가 이튿날 바르나바와 함께 데르베로 떠났다(사도 14,19-20). 그러나 이 재난은 사도들을 낙담시키지 않았다. 반대로 그들은 성으로 돌아와서 신도들의 용기를 북돋우며 끝까지 믿음을 지키라고 격려하면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고 그들에게 말하였다(사도 14,22). 그리고 그들이 하선했던 같은 항구에서 배를 타고 출발지인 안티오키아로 돌아갔다. 도착하자 그들은 온 교회 신도들을 모아 놓고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해주신 위대한 일들을, “특히 이방인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주신”(사도 14,27) 일을 이야기하였다. 이야기 속에서 바오로는 화환을 쓴 황소의 눈과 손에 돌을 들고 적개심을 품은 유대인, 즉 열광적인 우상숭배와 깊은 증오심 앞에 서있다. 그러나 이 극단의 상황 속에서도 바오로는 많은 이들이 신앙을 받아들였고 그 신앙을 통해서 그리스도교를 소아시아 중심부에서 활기 넘치는 공동체로 만들었음을 보았다. (L’uomo moderno di fronte alla Bibbia에서 박래창 옮김) [경향잡지, 1996년 12월호, 베난시우스 더 레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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