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세계 - 신약] 로마를 향한 마지막 여행 아피오 광장에서의 바오로 로마 제국의 길 중의 길이라고 할 아피아 안티카(Appia Antica) 가도는 오늘날에도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사람을 매혹시킬 정도다. 왼쪽으로는 굽이치는 산들을, 오른쪽으로는 지중해의 해안 평야를 감상할 수 있다. 수 킬로미터나 곧게 뻗은 길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하고, 자동차의 백미러에 곧게 뻗친 선으로 비치기도 한다. 거기에 사이프러스 나무 숲, 홀로 서있는 소나무, 로마 시대 포장 도로의 예스런 멋, 이정표, 폐허가 된 제국의 별장이 특별한 매력을 더해준다. 오랜 세기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43번째 이정표에서 거룩한 추억을 되새겨왔는데, 이곳이 바로 61년에 로마 시대 그리스도인들이 바오로를 환영했던 아피오 광장의 우체국이다. 황제에게 소환된 바오로는 이미 반년 이상 로마를 향해 여행하였다. 그는 쇠사슬에 묶여 동료 죄수들과 함께 군인들과 백인대장 율리오에게 호송되고 있었다. 멜리데의 항해에서 군인들은 아무도 헤엄쳐 도망가지 못하도록 죄수들을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오로를 살리려 했던 백인대장의 명령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사도는 내적으로 하느님으로부터 자신이 황제 앞에 서게 될 것을 알았고, 이러한 생각은 의심할 여지 없이 항해와 멜리데에서 겨울을 나는 동안 그에게 위로가 되었으리라. 그후 봄이 시작되자 죄수들은 다시 배에 탔고, 남풍을 타고 예기치 못할 정도로 빠르게 나폴리 근처의 보디올리에 닿았다. 일주일 동안 그는 그곳 신자들과 함께 지냈고, 로마를 향한 여행의 마지막 길을 가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도보로 이루어졌다. 극도로 지친 죄수들이 가야 할 수백 킬로미터는 그곳을 자동차를 타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몹시도 기나긴 길이었을 것이다. 이정표는 아주 느리게 다가왔고 먼지를 뒤집어쓴 죄수들의 곁을 천천히 스쳐갔다. 양지바른 길에는 단지 파견대, 노예 집단, 가재 도구를 잔뜩 실은 대상들, 캄파니아(Campania)의 이교 마을로 가는 호화스러운 마차 몇 대만이 교차하였다. 43번째 이정표에서는 그토록 갈망하던 소중한 만남이 있었다. 즉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이 마침내 이방인의 사도, 유럽의 사도로 알려진 바오로를 맞아들이기 위해 나왔다. 그는 작은 사람이었고 유순한 사람이었다(2고린 10,1). 그러나 정신적으로 강했고, 전세계를 불지르고도 남을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3년 전 바오로는 로마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로마 방문 계획을 밝힌 적이 었다. “나는 기도할 때마다 언제나 여러분을 기억하며 여러분을 찾아갈 기회를 하느님께서 나에게 허락해 주시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내가 여러분을 애타게 만나보려는 것은 여러분과 함께 영적인 축복을 나눔으로써 여러분에게 힘을 북돋아주려는 것입니다”(로마 1,10-11). 이제 그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있으나, 그가 꿈꾸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였다. 즉 그는 다른 죄수들과 마찬가지로 사슬에 묶여 있는 죄수였다. 모든 것을 율법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던 그는 이제 그의 신념 때문에 그리고 율법 때문에 여기에 있게 되었다. 율법에 충실한 유다인들은 재판 여부에 상관없이 그를 죽이려고 하였다. 그가 무죄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로마 총독은 바오로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하여 다른 유다 법정으로 그를 넘기려 하였으나, 바오로는 유다 율법의 판결로 구속되느니 차라리 로마 법률에 의해 구속되기를 원했다. 손목은 묶였으나 정신은 자유로웠던 그는 자유로운 로마 한가운데 있는 아피오 광장에 다다랐다. 로마의 유다 그리스도인들과 이교에서 새로 개종한 사람들은 결정적으로 율법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와 사도로서 바오로의 전생애를 일관하는 주제는 다음과 갈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길이 드러났습니다. 그것은 율법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율법서와 예언서가 바로 이 사실을 증명해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무런 차별도 없이 당신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십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모든 사람을 죄에서 풀어주시고 당신과 올바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은총을 거저 베풀어주셨습니다. … 사람은 율법을 지키는 것과는 관계없이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다고 우리는 확신합니다”(로마 3,21-22. 24. 28). 바오로가 쇠사슬에 묶이면서까지 추구했던 자유는 사도행전의 마지막 말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바오로는 셋집을 얻어 거기에서 만 이 년 동안 지내면서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을 모두 맞아들이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아주 대담하게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사도 28,30-31). (L’uomo moderno di fronte alla Bibbia에서 박래창 옮김) [경향잡지, 1997년 7월호, 베난시우스 더 레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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